대학원생 열정페이 문제로 비화된 건대 동물병원 갈등 `대자보까지`

대학원생 선발인원·진료참여 문제 놓고 해묵은 다툼..병원장 인선 따라 롤러코스터

등록 : 2017.11.02 16:04:31   수정 : 2017.11.02 17:03:51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동물병원장 인선, 대학원생 진료참여를 놓고 벌어진 건국대 동물병원 갈등이 ‘열정페이’ 논란으로 비화됐다.

한국일보는 오늘(11/2)자 ‘건국대 동물병원 대학원생 수의사 열정페이 논란’ 보도에서, 건대 동물병원에서 진료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이 급여를 전혀 받지 못하거나, 장학금조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60만원을 받는데 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물병원 규탄 대자보 출현..`노동 아닌 교육이란 해명은 궤변` 주장

이날 보도에 따르면, 건국대 동물병원 진료에 참여하는 대학원생들은 첫 학기에는 임금을 받지 못하고, 2학기 이상 재학할 경우 월 60만원을 받는다.

해당 금액은 동물병원 급여가 아닌 수의과대학에서 지급하는 조교 수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원생들이 진료뿐만 아니라 임상과목 수업보조 역할을 함께 담당하는 만큼, 동물병원에서 지급되는 돈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건국대 동물병원 측은 ‘대학원생들의 진료 참여는 근로가 아닌 교육’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별도의 근태관리도 없고, 대학원생들에게 ‘임상실습 참여 신청서’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수의과대학을 비롯한 건국대학교 내부에는 ‘건대 부속 동물병원에 가해지는 만행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등장했다.

동물병원 혹은 건국대 수의대 내부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대자보는 “임상대학원생을 수련시킨다는 미명하에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다”며 “매출을 올리는 명백한 근로행위를 무시하고 ‘노동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들은 면허증을 획득한 수의사이므로 단순한 실습생으로 볼 수 없다는 것. 표면상으로는 실습생이라 칭하며 채혈, 보정, 차트 작성 등 매출을 올리는 진료행위에 참여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자보는 “’대학원생은 학교의 주수입원이며, 등록금을 받는게 동물병원 매출보다 (학교입장에서) 낫다’고 주장하는 현 동물병원장은 대학원생을 ‘봉’으로 보고 있다”며 “현 동물병원장의 부적절한 운영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노무법인 늘봄의 김건수 노무사는 “대학원생 활동의 실질이 교육에 있는지 근로에 있는지가 쟁점이 될 사안이나,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임상실습 신청서를 통해 무급진료에 합의했다는 문서도 법적 효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향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 의해 대학원생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근로계약서 미작성, 최저임금 위반, 임금체불 등에 대한 법적처벌과 이에 따른 시정명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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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중심 vs 임상전담교수 중심..해묵은 갈등

대학원생 진료를 둘러싼 건대 내부 갈등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동물병원 매출 대비 인건비 지출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자 개선방안을 두고 교수들간의 시각차가 불거졌다.

동물병원의 진료건수와 인건비 지급 여력을 고려해 임상대학원생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쪽과 최대한 많은 대학원생을 진료에 참여시켜 교육해야 한다는 시각이 맞섰다.

2014년부터 건국대 수의대 신호철, 한진수 교수가 동물병원장을 맡는 동안은 전자가 채택됐다. 진료에 참가하는 대학원생 숫자는 각 실험실별로 제한을 두는 대신, 정식 급여를 받는 임상전담교수나 봉직수의사를 별도로 고용해 진료역량을 보완했다.

이에 대해 한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지난 4년간 단계적 보완을 통해 무급진료인원을 없애고,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정량의 급여가 지급될 수 있도록 추진해왔다”며 “열정페이나 노동착취 문제를 벗어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8월 현 김휘율 동물병원장이 임명되자 대학원생 진료참여문제는 4년여 전으로 돌아갔다. 김휘율 원장은 ‘임상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가 대학 동물병원에서 진료에 참여하면서 배우기 위함’이라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인원제한 없는 대학원생 진료참가를 허용했다.

또다른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인의의 전공의과정에 해당되는 수요를 임상대학원이 대체하고 있는 실정에서 대학병원이 교육병원(Teaching Hospital)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국대 수의대 내 갈등 증폭..동문회도 우려 표명

이처럼 동물병원장 인선과 병원 운영방침이 롤러코스터를 타자 수의과대학 교수진 사이의 갈등도 증폭됐다.

건국대 수의대 교수 18명은 8월 23일 성명을 내고 “대학원생 무급 진료제도를 천명한 김휘율 원장의 병원운영방식은 그동안 수의과대학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정책과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동물병원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2013년부터 추진되어온 임상전담교수중심 동물병원 운영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건국대 본부와 동물병원 측은 임상대학원생을 진료 일선에 전면 복귀시키는 조치를 강행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동물병원을 둘러 싼 대학 내 갈등이 심화되자 동문들도 뿔이 났다. 건국대 수의대 제13대 동문회는 8월 23일 성명을 내고 “병원발전계획에 따른 개혁사업은 과거로의 회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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