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후기 공모전 최우수상] 아일랜드 ALEH:강원대 이유진

아일랜드 Anglesey Lodge Equine Hospital, 실습기간 2016년 1월 9일-2월 2일

등록 : 2016.04.20 13:07:19   수정 : 2016.04.24 03:30:26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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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지원 동기

실습을 위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까지 오게 된 것은 막연하게는 말임상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소동물 임상은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소도 학교에서 실습을 통해 꽤 여러 번 접해보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말을 타본 것도 5번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은 나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동물이라고 여겨졌다. 작년 견학했던 장수 목장의 말 동물병원을 둘러본 것 말고는 말 임상을 가까이서 살펴 볼 기회가 없었다.

아울러 다른 나라 동물병원의 근무환경이나 진료수준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서 이번 실습을 결정하게 되었다.

 

지원 방법

지난해 가을 강원대학교 동물생명6차산업특성화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다른 나라에 있는 말 전문동물병원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일랜드에 있는 Anglesey Lodge Equine Hospital(이하 ALEH)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수의사 인턴쉽과 수의대 학생 익스턴쉽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와 신청방법 등이 자세히 안내되어 있었다.

병원에서 주로 어떤 진료를 보는지, 하루 일과는 대략 어떻게 되는지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실습 기간 동안 테크니션의 집에서 저렴한 비용(일주일에 100유로)으로 숙박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원하는 실습기간과 나에 대한 정보를 메일로 보냈고 며칠 후 담당 수의사로부터 확정 답변을 받았다. 걱정했던 것 보다는 어렵지 않게 약 한 달간의 아일랜드 생활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병원 소개

초록색 들판과 절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기네스 맥주로 유명한 서유럽의 섬나라 아일랜드는 세계적으로 말 산업이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경주마 산업은 연간 7억 8백만 유로(한화 약 9천억원)의 수익을 내며 약 7만 여명이 관련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주요 산업이다.

Anglesey Lodge Equine Hospital은 수도 더블린에서 40분정도 떨어진 킬데어(Kildare)라는 도시에 위치해있다. 설립한 지 오래되어 최신식 건물은 아니었지만 이 근방에서 유명한 역사 있는 병원이었다.

병원 인근에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장인 ‘Curragh racecourse’가 있다. 때문에 병원에 내원하는 말들 대부분이 경주마였다. 비시즌 동안의 검진이나 재활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마는 2월말~3월초부터 시작되어 내가 있는 동안에는 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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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검사

테크니션 6명과 실험실 및 사무국 인원까지 합치면 2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다. ALEH는 수의내과 전문의 1명, 수의외과 전문의 1명을 비롯한 7명의 말 수의사와 각각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온 내과인턴 2명, 핀란드에서 온 외과인턴을 포함해 총 12명의 수의사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굉장히 국제적인 병원이다.

말들은 아일랜드 각지에서 ALEH에 내원했다. 멀리 영국(북아일랜드)에서 오는 경우도 있었다. 수의사 2명은 출장 진료를 도맡아 했는데, 나도 x-ray 등 각종 필요한 장비를 실은 후 차를 타고 따라가보기도 했다.

 

실습 내용 및 느낀점

ALEH의 하루는 오전 8시에 출근하자마자 시작하는 회진으로 출발한다. 각 박스에 있는 말들의 심박수, 호흡수, 체온, CRT 등 생체지표를 측정하면서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로 인턴들을 도와서 말을 잡고 있거나 뒤에서 지켜보는 정도였다.

오전 9시부터는 예정된 수술이 진행되는데 나는 수술 보는 것을 좋아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수술실에 들어갔다. 중성화수술부터 종양절제술까지 다양한 수술을 참관했다.

내원하는 말들이 주로 경주마이다 보니 상부호흡기 관련 wind surgery나 파행 등으로 인한 다리 수술이 흔했다. 그 중에서도 ‘Tie-forward’ 수술과 ‘Thermocautery’는 적어도 하루에 한번씩 있을 정도였다.

(Tie-forward : 격렬한 운동을 하는 말에서 자주 발생하는 DDSP(Dorsal Displacement of Soft Palate)를 방지하기위한 수술로, Basihyoid bone과 Thyroid cartilage를 봉합하여 Epiglottis가 더 앞으로 가게 당겨준다)

(Thermocautery or Palatic cautherisaton : 말의 연구개가 펄럭이는 것(palatal instability)을 방지하기 위해 토치로 달군 꼬챙이로 연구개의 배쪽면을 지지는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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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mocau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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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경을 이용한 무릎관절 수술

수술실에 미리 들어가 수술 준비를 돕기도 하고, 술후 처치나 수술실 정리 및 청소를 간호사들과 같이 하면서 수술의 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말의 회복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기계로 말의 네 다리를 들어 올려 회복실로 재빠르게 옮긴 후 말의 머리와 꼬리 쪽에 밧줄을 묶어 당겨주는데, 이는 마취에서 깨면서 일어서는 것을 돕고, 무거운 무게 때문에 넘어져서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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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마취 회복을 유도하는 모습

수술을 참관할 때마다 수의사인 털록(Turlough)과 마리(Marie)가 수술에 관련된 질문을 던져주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찾아 공부를 한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됐다.

그림까지 그려가며 쉽게 설명해주려고 그들의 노력 덕분에 이해하기도 쉬웠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수의사인 케빈(Kevin)이 인턴들에게 수업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같이 앉아서 내원한 케이스에 대한 설명도 듣고, 그날의 강의 주제에 관련된 논문이나 자료를 읽으며 공부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말임상에 대해 좀더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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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atoma(왼쪽)와 Melanoma(오른쪽) 케이스

오후 4시부터는 오후 회진을 도는데 다시 생체 징후들을 체크하고, 필요한 약물을 주사하거나 기타 처치를 한다. 하루간 차트를 정리하고 나면 오후 5시에 낮 근무(Day shift)가 끝난다.

실습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망아지들을 간호하느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밤 근무를 선 것이었다.

1월은 번식 시즌이 아니라 많은 수의 망아지가 내원하는 기간은 아니지만,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은 총 7마리의 망아지가 내원했다. 예년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했다.

처음 만난 망아지는 제왕절개로 태어났는데 우심방쪽이 좋지 않아서 태어난 지 하루 만에 다시 입원한 케이스였다. 밤을 새면서 매 시간마다 심박수, 호흡수, 혈압, 체온, 뇨비중 등을 내가 직접 재서 기록하고, 인턴을 도와 혈당도 체크하여 수액을 조절하기도 했다.

한쪽으로 장기가 치우치거나 눌리지 않게 자세도 계속 바꿔줘야 했는데 (Lt. Lateral Recumbency -> Rt.LR) 태어난지 하루 밖에 안된 망아지인데도 몸집이 나보다 크고 무거워서 엄청 힘들었다.

개나 고양이도 밤새 간호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잠도 안자고 계속 옆에 앉아서 움직이는 커다란 망아지를 돌보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고 느꼈다.

이런 식으로 3마리의 망아지를 각각 이틀 정도씩 간호를 했는데 점점 움직임도 없어지고 체온과 혈압도 떨어지면서 약해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결국 예후가 좋지 않아 건강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안락사를 시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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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좋지 않은 망아지를 밤샘 간호했다.

병원근무 외에도 금요일 퇴근 후 병원 식구들 모두 모였던 회식자리도 기억에 남는다. 볼링장에서 팀을 나눠 승부를 펼치고 펍(Pub)에서 아이리쉬 음악 연주를 들으며 그들이 추천해주는 맥주를 마셔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밤 10시가 되자 다시 나이트 근무를 하러 병원으로 가는 인턴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미래의 내 모습인가’ 싶기도 해서 기분이 이상했다.

 

ALEH에서의 실습 기간 동안 말에 대해 배운 것도 많았지만,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던 것 같다.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했지만 막상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말하고 싶은 단어도 생각이 안나고, 하고 싶은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아서 답답한 일도 많았다.

아일랜드를 비롯해 스페인, 이탈리아, 핀란드, 포르투갈 등 다른 나라에서 공부한 인턴 수의사나 간호사들을 보니 그들에 비해 말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점이 창피하기도 했다. 지난 5년간의 공부가 부족하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

앞으로 남은 학부생활 동안 시험을 위한 공부보다는 졸업 후 실제로 필드에 나가서도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을 오기 전에 영어회화는 물론 말 해부구조나 특성 정도는 미리 공부해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내 인생에서 몇 손가락 안에 뽑을 수 있는 뜻 깊은 경험이었다. 아일랜드에서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자연을 만났던 날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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