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후기] 강원대 국외연수 `미국 Chino valley equine hospital`

등록 : 2015.03.04 16:30:33   수정 : 2015.03.04 17:22:47 김민지 기자 amiimo@dailyvet.co.kr

탐방기간 : 2015.1월 23일~2월 19일

후기 작성 및 사진 : 강원대학교 수의학과 07학번 권혁호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고 강원대학교에서 동물생명6차산업 특성화사업단(이하 사업단)에서 해외경험과 탐방을 위한 국외연수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평소에 말 수의사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같은 과 학우 2명 (본과3학년 조현기, 송재용)과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4주였다. 미국, 호주, 유럽, 두바이, 홍콩 등 말산업이 잘 발달한 국가 중에서 어디를 가볼까 많은 고민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고 외국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나마(?) 의사소통이 가능한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Chino valley equine hospital(이하 CVEH)에서 실습하기로 결정했다.

출발 두 달 전 미리 병원에 연락을 해서 접수 담당자와 externship 및 병원내 숙소 사용 예약 확인을 하고 그 일정에 맞춰서 계획을 세웠다.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저지, 플로리다, 켄터키 주 같은 지역에는 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말 병원도 많이 있는데 대부분 externship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추천서나 여행자보험 등 내가 가려고 하는 말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서류를 보내고 예약을 하면 externship이 가능한 날짜를 통보해서 알려준다.

출발 당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 국제 공항에 도착 후 따뜻한 캘리포니아의 날씨를 만끽하며 렌트한 자동차를 1시간여 달렸다. 오후4시쯤 병원에 도착했는데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많이 바빠 보이지는 않았다. 인턴 한 명이 나와서 우리를 병원 내 2층 숙소로 안내해주었고 짐을 간단히 풀자마자 병원 시설들을 안내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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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입구 전경

병원은 사무실, 외과수술방 2개(soft tissue surgery, musculoskeletal surgery)와 수술 준비실, X-ray 실, Pharmacy, 혈액검사 실험실, 숙소 등이 있는 넓은 메인 건물과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실내동, 실외동, 그리고 감염환자를 위한 격리동 이렇게 3개의 마구간(Barn)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CVEH의 설립자는 Dr. Fischer Junior이고 그를 포함한 수의사 3명은 모두 말 전문의(ACVS=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surgeon)다. 인턴 4명과 수술 테크니션들, 마굿간일을 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대략 15명 정도 사람이 움직이는 중소 규모의 말 병원이었다.

CVEH는 LA West coast지역에서 잘 알려진 외과수술 위주의 병원이기 때문에 수의사가 환자에게 왕진을 나가는 ambulatory service를 하지 않았고 100% 내원고객에 의존해서 진료를 했다. 그 때문이어서 그런지 병원위치도 종마장과 승마시설이 많이 있는 지역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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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가 도착해 Barn에서 말을 하차시키는 과정

도착 첫날, 저녁 8시 즈음 말 운반 트레일러 2대가 속속 도착하길래 내려가보니 산통이 걸린 말과 방광파열이 생긴 망아지가 도착해서 카테터를 장착하고 있었다. 다행히 말은 산통이 심하지 않아서 미네랄 오일을 처방 받았지만, 망아지는 복막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복강천자를 하고 ICU에서 집중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날부터 말 수의사의 하루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다.

월요일 오전 6시 30분쯤부터 인턴들의 일과와 같이 하루를 시작했다. 우리 일은 주로 뒤를 따라다니면서 인턴들이 하는 것을 보거나 익숙해지면 도와주는 정도였다.

아침부터 Barn을 돌면서 아침 7시에 체온, CRT, 심장박동수 같은 기초검사를 한 뒤 차트를 작성하고 아침 9시에 전문의들과 오전 회진을 할 때를 위해 간단히 환자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다. 오전회진동안 밤새 환자가 이상없음이 확인되면 전문의들은 오후회진을 하기 전까지 그날의 식사와 음수, 약 처방을 한다.

보통 오전회진을 끝내면 10시정도가 되는데 이때부터는 예약되어 있던 수술을 한다. Laryngoplasty, Enterolith, Arthroscopy등 종류는 다양했으며 Colic은 적어도 이틀에 하나 이상을 수술했다. 지난 여름 켄터키의 말 병원에서 실습했을 때는 대부분이 경주마였기 때문에 파행이나 다리 관련 질병 수술이 주를 이뤘던 것에 비해 케이스는 더 다양했다. 지역별 차이도 엿볼 수 있었다.

그 후 오후 4시쯤 인턴들은 기초검사를 다시 하고 5시에 오후회진을 통해서 밤새 처방해야 할 약이나 수액의 양, 종류를 결정하고 하루 일과가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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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c 수술 준비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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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l nerve neurectomy 수술 전

2주차 토요일에는 닥터들에게 눈도장도 찍어놓았겠다, 마침 수술을 보조할 인력도 없어서 수술 보조로 들어갈 기회가 생기게 되었다. 단순히 산통인줄 알고 복강을 열었는데 장간막이 온통 지방종으로 가득 차서 소장과 대장으로 가는 혈류를 막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종양제거수술을 할 줄 알고 기다렸는데 수의사는 장기를 꽉 잡고 있으라는 말을 한마디 하고 밖으로 나가더니 수술 준비실에서 전화통화를 20분정도 했다. 팔이 아프긴 했지만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했는데 전화를 끊자마자 들어와서 바로 말에게 안락사 약을 집어넣었다.

그 수의사는 “상태가 심각해 예후도 좋지 않을뿐더러 단순히 산통수술을 하는 것보다 지방종 제거수술의 비용이 5배정도 더 청구된다고 축주에게 수술 전에 알리고 허락을 받는 과정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축주 부부는 20분동안 고민을 하다가 결국 말을 포기하기로 결정 했다고 한다.

다른 건 듣지 못했지만 전화를 끊을 때 흐느끼는 부인의 목소리가 아직도 안 잊혀진다. 생명을 살려볼 수 있는데 포기해야 할 상황에서 느끼는 무력감은 앞으로 수의사로서 극복해야 할 하나의 숙제라고 느껴졌다.

     

밤중에 갑자기 산통이 발생해서 오는 경우가 있다. 한국의 수의사들도 똑같이 겪는 문제다.

축주들도 밤중에 움직이기 힘들고 수의사들을 포함한 병원 직원들을 깨우는 것이 미안해서라도 웬만하면 기다리겠지만, 말의 증상이 정말 급해 보이고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이런 환자는 도착하면 대부분 수술을 바로 시작해야 할 정도로 급성인 경우가 많다. 새벽 2~3시쯤 도착해서 수술을 마치고 말이 깨는걸 확인하면 5~6시가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처럼 다음날의 스케줄도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말 수의사에게는 정신력과 체력적인 뒷받침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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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ge colon에서 나온 Enterolith

흥미로우면서도 부러웠던 점은 수의대생들에게 제공되는 기회였다. 위 수술 사진에서 여러 명이 참관을 하고 있는걸 볼 수 있는데 저들은 모두 Western university의 3학년 학생들이다. 6명이서 조를 짜서 말병원, 소동물, 산업동물등 2주동안 임상 로테이션 실습을 도는데 그 기간 동안 환자를 하나씩 맡아서 하루에 두 번하는 기초검사는 물론, 회진을 도는 동안 인턴들 대신 환자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직접 조제를 해서 투약까지 했다. 그리고 회진을 도는 동안 전문의들과 케이스 공부를 하면서 배운걸 확인했다.

같이 회진을 돌면 나에게도 질문을 했는데 예를 들면 말에서 가장 빈발하는 종양인 sarcoid의 종류는 몇 가지인지, 배출된 기생충을 확인하면서 회충(parascaris equorum)과 원충(strongylus vulgaris)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sand colic과 medical colic의 구별법 등을 물어보았다. 제대로 대답할 수 있었던 건 하나도 없었다.

3주차부터는 4학년 학생이 한 명 왔는데 4학년부터는 이론수업은 거의 하지 않고 4주동안 임상실습 로테이션을 돌게 된다. 이 기간 동안 학생은 nasogastric tube나 경정맥 카테터, 수술 간 마취관리 등 졸업 후 임상에서 바로 쓸 수 있을 정도의 기술들을 교육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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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부 혈종을 녹이는 레이져 의료기기

비행시간을 제외하면 4주가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수의학 선진국인 미국에 비해서는 아직 우리나라의 수의학분야는 규모도 작고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만 특히 말산업은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작년 미국의 3대 더비(대략 2km를 달리는 경마 시합) 중 2곳에서 우승한 California chrome이 태어난 캘리포니아 주만 봐도 70만마리의 말과 30만명의 말산업 종사자등을 합쳐서 대략 41억$의 산업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http://www.horsecouncil.org). 그리고 수의사가 이 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자가진료 같은 행위들이 문제가 된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축주가 마굿간에서 말에게 인플루엔자 백신이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등을 자가접종 하다가 허벅지나 엉덩이 부근에 Corynebacterium 감염으로 인한 농양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축주들은 이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고 수의사들이 전문가로서 진단과 조언을 하면 그 이후에는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는다.

미국의 수의사들은 이처럼 이론과 임상이 잘 융합된 4년의 대학교육과정 이후에도 지속적인 세미나 참가, 전문의 수련등의 꾸준한 공부를 통해서 수의사로의 직업적 당위성, 지식과 판단에 자신감을 가진다.

이제 갓 졸업한 햇병아리 수의사지만 앞으로 평생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CVEH에서 수술 때마다 이런 문구를 걸어놓고 수술을 하는 수의사가 있었는데 인상 깊어서 맺음말로 남겨본다.

It takes a lot more than just fancy to be an equine veterinarian.

그저 말 수의사가 되는 것을 바라는 것보다 많은 것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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