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필리아 제6기 라오스 동물의료봉사활동기②] 대동물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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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물 봉사 활동 – 강현준 학생(본4)

1월 9일에는 팍쌉까오 마을에서 첫 번째 대동물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오전 9시부터 주민들이 소를 방목하기 때문에, 그 전에 봉사를 마쳐야 해 모두 5시 반이라는 이른 시간에 기상해야 했다. 한국에서도 일어나본 적 없는 꼭두새벽이지만, 첫 봉사라는 설레는 마음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마을에 도착해서 소와 염소를 대상으로 출혈열 및 구제역 백신과 구충을 위해 교수님의 지도 아래 ivermectin 주사를 했다. 처음으로 만난 염소들은 큰 울음소리에 걸맞지 않은 가냘픈 덩치를 가지고 있어 비교적 접종하기 수월했다. 또한 라오스 학생들이 보정에 능숙해 별 어려움 없이 끝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난관은 소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사소통의 오류로 우리가 백신을 준비하기도 전에 라오스 학생들이 소를 잡아 와 괜히 양쪽 모두 힘을 뺐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오죽하면 라오스 학생들이 한국말로 ‘빨리~ 빨리~’를 외치기도 했다. 상황이 급박해지다 보니 머릿속이 새하얘져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에서 실습할 때는 소들이 스탄치온에 보정되어 있어서 비교적 수월했지만, 라오스는 밧줄과 사람의 완력만으로 보정하기 때문에 환경에 큰 차이가 있었다. 나름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현실은 많이 달랐다. 다음에 봉사를 갈 기회가 있다면, 라오스 상황에 맞추어 밧줄로 소를 보정하거나 비슷한 상황에서 미리 실습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후에는 닭이 있는 집들을 방문하며 ND 점안 백신을 실시했다. 소와 달리 닭 주인들은 백신 접종에 호의적이지 않았는데, 비교적 비싸고 오래 키우는 소와 달리 닭은 개체 당 가격도 싸고 이른 시기에 출하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라오스의 닭들은 한국 닭보다 말랐지만, 다리도 길고 정말 날아다니는 ‘새’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라오스의 소들도 한국 소보다 훨씬 작지만 날래고 야생성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렇게 한국과 라오스 동물들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렇게 날쌘 닭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라오스 학생들은 닭도 잘 잡았다. ND 점안 백신은 피펫을 이용했는데, 라오스 학생들이 피펫 사용에 익숙지 않아서인지 약품이 든 피펫을 거꾸로 잡거나 사용한 팁을 손으로 뽑기도 했다. 소나 염소에 접종할 때는 배우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알려줄 차례였다. 부족한 영어 실력에 각종 보디랭귀지를 동원해 주의 사항을 최대한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이번 라오스 해외봉사에 대해 ‘우리가 그들을 일방적으로 도우러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조금 오만한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실전에서 동물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라오스 학생들에게 많이 배웠고,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라오스 학생들을 보며 삶의 태도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

또 농가들을 이동하며 라오스 학생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서로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나, 꿈이 무엇이고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얘기하면서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다. 나는 MBTI 극 I의 내향인이기도 하고, 6년 동안 수의대에서만 지내다 보면 스스로 시야가 좁아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라오스 6기 해외봉사에서 미처 몰랐던 선후배나 라오스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평상시에 해보기 어려운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 준 바이오필리아와 라오스 학생들, 교수님, 수의사님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바이오필리아 제6기 라오스 동물의료봉사활동기②] 대동물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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