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엄소민 IVSA 한국 회장 `세계로 시야 넓히는 수의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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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IVSA가 생소한 수의사, 수의대생이 많을 것 같다. IVSA란 어떤 단체인지 간단히 소개해달라.

세계수의학도협의회(International Veterinary Students’ Association, IVSA)는 1951년 출범한 국제 수의과대학 학생 연합 단체다. “세계의 동물과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미션 아래 여러 나라 수의대생의 국제 교류를 권장하고, 개발도상국의 수의교육을 지원하는 펀딩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IVSA 세계본부(Central)를 중심으로 한 각국 지부를 챕터(Chapter)라고 부르는데 한국 챕터(IVSA KOREA)는 2007년 출범했다. 2007년 당시 전수협 회장이었던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최은상 선배가 그 해 IVSA 콩그레스에 참석하여 가입의사를 승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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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열린 2013 IVSA 콩그레스에서 IVSA 세계회장 Pim Polak(왼쪽)과 함께 있는 엄소민 회장(오른쪽)

Q. 그렇다면 IVSA 한국 챕터가 하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IVSA 전체의 목적은 전세계의 동물과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To benefit the animals and people of the world)이다.

이 목적에 맞춰 외국 수의대생과의 교류 기회, 다양한 수의학적 체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수의대생들이 넓은 시야와 올바른 자기 인식, 학업과 직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갖춘 수의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IVSA 한국 챕터가 하는 일의 기반이다.

IVSA 한국 챕터는 세계본부가 주관하는 각종 국제행사에 참가하는데, IVSA 회원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한다. 세계본부가 주관하는 행사는 크게 여름의 콩그레스와 겨울의 심포지엄이 있다. 8~10일 동안 32여개국에서 150~200명의 수의대생이 모이는 큰 행사다.

콩그레스와 심포지엄은 각 회원국이 유치전을 펼쳐 매년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데 우리나라도 2011년 콩그레스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이것 외에도 수의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EP)을 주관하고 있다.

교류 프로그램은 크게 개인EP와 그룹EP로 나뉜다. 개인EP는 외국의 실습 경험을 원하는 국내 학생 한명 한명의 신청을 받아 각각의 요청에 맞게 안내해주는 것이다. 실습기관 섭외부터 숙박 장소나 예상 경비까지 모든 것을 알아봐 준다. 해당 국가의 IVSA 챕터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조율을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굉장히 힘들지만 임원진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룹EP는 2~3나라의 챕터끼리 합의해서 일정 인원수의 팀을 짠 다음, 그룹 단위로 며칠 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보통 수의학적인 행사도 견학 수준이고 관광요소도 많아 예과생들도 참여할만한 행사다.

반면 개인EP는 어느 정도 진로를 결정하여 특정 분야의 경험을 쌓길 원하는 본과생에게 추천하는 편이다. 그래야 EP를 통해 배워가는 것이 훨씬 많다.

아직 한국 챕터는 후진국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보다는 국내 학생들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Q. 그렇다면 후진국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은 IVSA 세계본부가 주도하는 것인가

그렇다고 보면 된다.

IVSA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설립된지 60년이나 된 유명 단체다. 수의사와 관련된 국제기구에서 IVSA출신이 다수 포진해있고 IVSA 세계본부 임원직을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럽에서 열리는 여러 수의사 관련 학회나 행사에서 수의대생 대표를 초청할 일이 있을 때는 IVSA 세계본부 임원들을 초대하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다.

인정 받는 단체이니만큼 여러 회사로부터 후원도 많이 받는다.

IVSA의 메인 스폰서가 힐스 펫 뉴트리션이다. 힐스에서 아프리카 같은 개도국에서 IVSA 국제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해준다.

IVSA 세계본부는 여러 업체의 후원이나 자선 경매 등을 통해 펀드를 키우고 이를 통해 개도국의 수의교육을 지원한다. 아프리카 수의대에 컴퓨터를 놔준다거나 책이나 실습도구 등을 보내주거나 하는 식이다. 세계적으로 고른 수의학적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한국 챕터에서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진 못하지만 외국 지원 사례가 있다. 한국 챕터에서 활동하던 선배 한 분이 KOICA를 통해 베트남에 갔는데 그 곳 교육환경이 너무 열악해 수의학 서적을 구해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 그래서 각 학교 IVSA 임원들에게 교수님들로부터 안 보는 책을 받아다가 모아서 전달해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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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IVSA 한국 임원진 (맨 앞 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엄소민 회장)

Q. IVSA 한국 챕터에 참여하고 싶은 수의대생은 어떻게 하면 되나

작년까지는 모든 수의대생이 자동으로 IVSA 한국 챕터 회원으로 가입되는 시스템이었다. 올해부터는 IVSA에 참가하고 싶은 학생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제까지는 크게 한국 챕터의 여러 실무를 맡는 ‘임원진’과 콩그레스든 교류 프로그램이든 IVSA와 관련된 행사에 가본 ‘참가자’로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지원제로 변경하면서 대부분의 회원이 보다 보편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려나가려고 계획 중이다.

한국 챕터 임원진은 크게 대표단과 FO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단은 회장인 저와 부회장격인 교류담당자(Exchange Officer, EO)를 비롯해 대외협력, 총무, 홍보담당자 총 5명이다. FO(Faculty Officer)는 전국 10개 수의과대학교에 각각 1명씩 둔다.

임원진에 지원하기 위해서 꼭 먼저 IVSA 관련 행사에 참여해 봐야할 필요는 없다.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오히려 참여 안해보고 일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을 개인적으로는 더 긍정적으로 본다. 그렇게 찾아오는 것에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고자 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대표단과 FO는 뽑는 시기가 나뉘어져 있다. 임원은 1년 임기로 대표단은 겨울, FO는 여름에 뽑는다. 시기차이를 두고 뽑는 건 인수인계 때문이다.

IVSA 한국 챕터는 10개 수의과대학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임원진을 싹 교체해버리면 인수인계가 안되서 망할 수도 있다. 예전에 안 좋았던 점을 개선해나가려면 그 예전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 남아있어야 되지 않겠나.

Q. 국제행사도 섭외하고 교류 프로그램도 진행하려면 영어실력이 중요할 것 같은데

무조건 영어실력이 좋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희 챕터 임원진도 영어가 유창하지 않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는데 영어를 잘해봐야 비슷비슷하다. 어차피 우리끼리 얘기하고 일 진행하는데 영어가 그리 필요 없다. 잘 못해도 되니까 영어로 말 하는 것에 두려움만 없으면 된다.

그래서 영어 공인 성적을 첨부하라고도 하고 영어 인터뷰도 필요하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영어를 얼마나 잘 하느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당황하지 않느냐, 얼마나 두려워하지 않느냐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교류담당자(EO) 직책은 외국 챕터 EO들과 영어로 어레인지 해야하기 때문에 영어를 할 줄 아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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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한국 IVSA 콩그레스에서 외국 수의대생들과 함께

Q. IVSA 코리아 챕터는 집행부가 전국 10개 학교에 걸쳐 있어서 연합동아리라 하기에도 특수한 것 같다. 일하는 데 거리가 멀어 힘든 점이 많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임원진 모두 전국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모여 얼굴 보기도 힘들다. 그래서 업무회의나 인원선발 등을 구글 드라이브, 페이스북 그룹, 스카이프 등을 이용해 원격으로 해결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흩어져 있다보니 인수인계나 소통이 힘들다. 대표단이라고 해봐야 5명이니 1명씩 나눠도 절반의 수의과대학에는 IVSA 대표단이 없는 것이다. 전회장과 나부터도 학교가 다르다.

그래서 대표단이는 FO든 활발하게 활동하는 임원진이 적어도 한 수의과대학에 한 명이라도 있을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다.

무엇보다 창조적이고 친근한, 일은 효율적으로 하되 즐거운 분위기가 유지되도록 노력한다.

Q. IVSA의 국제 행사나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은 일반 학생들은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교류 프로그램(EP)의 지원자격은 따로 없다. 지원서로 물어보는 것은 지원동기나 교류프로그램으로 자신이 얻어가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도다.

교류프로그램은 보통 방학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그 방학 전 학기 초에 신청을 받는다. 준비 상황에 따라 다음 방학에 가게 되는 경우도 많지만 일단 원칙은 그렇다.

개인 EP는 건건마다 천차만별이다. 본인이 구체적인 장소와 실험실까지 다 알아본 후 섭외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부터 ‘자기는 야생동물이 좋으니 어디든지 아무 곳에나 보내달라’고 챕터에 위임해버리는 경우까지 있다. 둘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전자의 경우는 준비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만약 부탁한 실습장소가 거절하면 신청자가 크게 당황한다. 사실 지원학생들은 섭외가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거의 안하는 것 같다.

후자의 경우는 유연성이 있다는 점은 좋아도 준비하기가 굉장히 막막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떤 실습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을 배우고 싶은지를 자유형식 포트폴리오로 제작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교류담당자(EO)가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룹 EP는 IVSA 챕터끼리 준비를 어느 정도 진행시킨 후 참가희망자 신청을 받는다. 자세한 신청내용은 각 학교 FO나 IVSA KOREA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안내한다.

이번 겨울에는 일본, 내년에는 튀지지와의 교류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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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에서 개최된 IVSA Congress

교류 프로그램은 원칙적으로 자부담이다. 챕터에서는 섭외까지만 해주는 것이다.

그래도 어차피 준비해주는 쪽이나 가는 쪽이나 학생이긴 매한가지라 최대한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숙박은 실습기관에서 제공해줄 수 있는지 양해를 구하고, 안되면 가장 저렴한 홈스테이부터 섭외해보는 식이다.

IVSA 세계본부에서 주최하는 콩그레스나 심포지엄에 참여 인원을 선발할 때도 지원동기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그 전에 IVSA 관련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어도 전혀 상관없다.

우리의 최대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수의대생들이 해외에 나가 견문을 넓히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 본 수의대생들은 하나 같이 “시야가 확 넓어졌다, 이런 다양한 길이 있는 줄 몰랐다”고들 하기 때문이다.

챕터 활동을 열심히 하는 임원이 있는 학교 출신 수의대생들만 해외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는 상황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선발을 가능한 투명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또한 한 번 해외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에겐 다른 종류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추천하는 등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Q. IVSA 활동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이었나. 그 동안 어떤 활동에 참여했는지

수의대에 입학하기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IVSA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터라 수의대 생활 중에 IVSA를 통해 교환 프로그램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예과 1학년을 마치면서 FO로 활동을 시작했고 2010년 덴마크 콩그레스에 한국 콩그레스 유치위원으로 참여했다. 수의학 선진국인 덴마크의 학교 시설, 대동물/소동물 병원 등 여러 기관을 둘러보면서 감탄도 많이 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강의 분위기에 잠시 참여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국제회의의 형식을 모두 갖춘 정식 총회(General Assembly)가 신선한 충격이었고, 회의를 관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졌다. 막강한 후보였던 네덜란드와 경쟁하면서 유세를 펼치는 것은 긴장되지만 즐거웠고, 개최지로 선정되었을 때의 기쁨과 설렘은 비할 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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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덴마크에서 개최된 IVSA Congress

귀국해서는 바로 콩그레스 준비위원회로 참여했다. 콩그레스를 준비하고 30여 개국에서 모인 학생들을 인솔하는 것 모두 정말 어려운 일이었지만 준비위원회 모두가 책임감 강하고 열정 있는 학생들이라서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일 할 수 있었다.

2011 한국 콩그레스는 최근 다른 콩그레스에서도 정말 멋졌다고 회자될 만큼 성공적이었다.

이 때 여러 학생들과 함께 열정을 나누고 이렇게 큰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낸 것은 지금도 돌아보면 뿌듯하고 애틋해지는 소중한 추억이다. 모두 다른 학교의 수의대생들인 그때의 임원들은 지금도 끈끈한 정을 이어가고 있다.

IVSA 콩그레스에 참여했을 때 뿐만이 아니라 여러 IVSA 행사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IVSA에 모여든 똑똑하고 열정적인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일하면서, 앞으로 배우고 싶은 것들에 대한 생각, 더 나은 자신이 되고 싶다는 생각, 더 큰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으로 늘 설렜다.

본과 3학년이 되면서 학업이나 진로탐색에만 집중할 수도 있었지만 고민 끝에 한국 챕터 회장에, 나아가 세계대표단에 도전한 것은 IVSA가 주는 그런 설렘과 뿌듯함, 그리고 그것을 저 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수의대 학생들에게는 이제 IVSA가 어느 정도 알려진 만큼, 이제는 IVSA의 존재를 알리는 목표에서 조금 나아가, ‘더 알고 싶은 IVSA, 참여하고 싶은 IVSA’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한국 챕터 회장으로서의 목표다. 이를 위해서 여러 가지로 운영 시스템을 더욱 체계화하고 최대한 많은 회원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상반기에 회원 카드를 제작했고, 여름에는 IVSA 한국 챕터 이벤트를 개최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회원 카드를 이용한 뉴스레터 제공을 시작했고, 개인 교류프로그램을 비롯한 여러 면의 재정비와 개선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올 겨울 일본과의 Group Exchange 준비에 돌입했다.

Q. 이번에 IVSA 세계본부의 임원이 됐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ExCo(Executive Committee)라고 하는데 세계대표단 혹은 세계본부 임원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IVSA 세계대표단에는 세계회장을 포함한 6~8명의 Officer와 그 밑의 차장 개념인 Secretary가 있다. 이번에 내가 회계담당 Officer가 됐고, 한국 챕터의 교류담당자(EO)가 Secretary직책을 맡았다.

처음 덴마크 콩그레스를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의 하나가 이 세계대표단 선발이었다. 총회 3, 4회에 걸쳐 후보자 지명을 정식으로 진행하고 후보자 유세∙연설 후 각 국 투표로 선발되는데, 국가간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긴장감이 팽팽해 ‘학생 단체인데도 제대로 된 국제 단체구나’ 하고 피부로 와 닿았다.

그 뒤로는 세계대표단을 거의 잊고 있었는데 한국 챕터 회장이 되고 돌아보니 여지껏 해온 IVSA 활동이 어느새 내 안에 조금씩 쌓여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기왕 한국에서 활발히 일하는데 세계본부에서도 뭔가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IVSA 한국 챕터에서 회장으로 역할 하는 만큼 더 큰 세계 전체의 범위에서 또한 ‘더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출마에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세계대표단에 도전함으로써 IVSA 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세계대표단에 참가하고 안하고가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지는 않지만 IVSA 내 국가간 위치에 대한 미묘한 긴장을 만드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국 챕터가 그간 많은 노력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주도권을 잡는 위치에 오른 만큼, 한국에서 세계대표단을 배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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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IVSA 세계대표단 선출 후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 엄소민 회장

세계대표단의 회계담당자(Treasurer)로서 할 일은 생각보다 많아 한국 회장일과 학업을 병행하자니 딱 저글링을 하는 기분이다. 세계대표단 중에서도 회장(President)과 사무총장(Secretary General)에 바로 잇는 중역을 맡았기 때문에 세계본부 업무의 상당 부분을 모두 참관하고 함께 운영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일들이 메일로 쏟아진다. 핀란드어로 쓰인 송장, 네덜란드어로 오는 결제 시스템 관련 메일을 구글 번역으로 대강 맞추면서 덴마크 Danske bank의 계좌를 관리하고 50여개 세계 각국 챕터들과 연락하고 있다.

미국에서 우간다로 보낼 수술용 마취기계의 선적에 대해, 터키에서 있을 심포지엄에 대해 영어로 업무와 논의를 진행하다 보면 오히려 다음날 한국어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회계담당자다 보니 전세계 모든 챕터들과 연락을 해야 하는데, 시차 고려해가면서 하루에 열 몇 개의 나라와 이야기 할 때면 솔직히 ‘나 갑자기 왜 이렇게 스케일이 커졌지’ 하고 조금 겁이 나는 순간도 있다.

세계대표단인 다른 나라 학생들은 다들 영어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리더를 할 만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굉장히 추진력도 좋고 아이디어가 많을 뿐 아니라 토론에도 익숙해서 약간 주눅이 들기도 했다.

나도 그들만큼 세계대표단에 어울리는,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한국 회장을 하면서 전국 단위의 일을 하고 여기 저기를 방문했는데 이제 세계 단위의 일을 하고있으니 ‘내가 어쨌거나 더 나아갔구나’ 하는 기분 좋은 긴장감도 있다. 지금은 임기 초반이라 약간 버겁지만 마칠 때쯤엔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을 거란 기대도 된다.

또한 챕터 차원과는 또다른 세계본부의 여러 개발도상국 원조 사업이나 One Health Committee같은 일들을 함께 진행하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다.

이번에 맡은 세계본부 회계담당자의 임기는 1년 반이다. 지금 내가 본과 3학년이니 본과 4학년이 끝나는 시점까지인 셈이다. 국가고시 직전까지도 IVSA 일을 하게 생겼는데, 다들 IVSA에 뼈를 묻었다며 놀린다.

Q. IVSA를 통해 국제적인 활동을 벌이고 계신데, 이것이 수의과대학에 진학했던 목적과 연관이 있나? 앞으로 어떤 분야에 종사하고 싶나?

앞으로 어떤 분야에 종사하고 싶은지는 아직도 많이 고민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고 생태학, 생물다양성, 동물행동학, 동물-생명윤리 등 관심있는 분야도 여럿이었다. 동물, 생명, 자연에 관한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맡고 싶었다.

저 분야들 모두, 국경으로 가를 수 없고 국제적인 협력이나 소통이 필수적이며 앞으로 더 범국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IVSA 세계대표단으로서의 경험이 국제 단체의 운영이나, 다국적 업무 등에 대해 도움이 될 것 같다.

수의사라는 직업과 내가 흥미 있는 분야는 분명 연결은 되지만 실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아직 알기 어려운 것 같다. 나를 수의대로 이끈 어려서부터의 꿈은 생태학이나 동물행동학, 생물다양성 등의 측면에서 동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논하고,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차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언제가 되든 계속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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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데일리벳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IVSA 한국 챕터가 생기기 전에 수의대를 졸업하신 수의사 선배님들이 IVSA에 전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꼭 금전적인 부분을 떠나서 IVSA를 위한 견학이나 강의를 부탁드릴 때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해외프로그램이나 국제교류라는 소개에 ‘돈 많은 집 자제들이나 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IVSA를 약간 특이한, 외국에만 집중하는 사람들 모임으로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마주하는데 사실 IVSA 임원 중에 정말 외국 수의사를 목표로 하는 수는 적고, 그냥 보통 성실한 수의대생이 대부분이다. 참가자들도 학생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거나, 외국에 그냥 여행만 가는 것 보다 전공 관련해서 뭐라도 보러 나가고 싶다는 동기가 가장 많다.

IVSA 한국챕터는 한국 학생들을 위해 뭔가를 생각하고 실행하는 학생자치기구다.

전체로 보면 IVSA는 러시아, 터키, 중동을 모두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 뿐 아니라 아프리카, 남미, 호주에서 모두 참여하고, 미국 수의학과 학생 모임(SAVMA) 또한 참여하는 공식적인 전 세계 예비 수의사들의 모임이다. 여기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길게 보면 국제 사회에서 한국 수의학계의 위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한국 내에서 그리고 IVSA 본부 차원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한국 수의학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이거나 실습이나 견학을 오고 싶어하는 외국 학생들도 많은데, 이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 모두에게 훌륭한 견학 제공 또는 강의를 해 주실 수 있는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계신 걸 알고 있다.

활동이 채 10년이 되지 않은 한국 IVSA라 미숙한 부분도 많고 아직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수의사 선배님들께서도 협력해주실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IVSA 한국 챕터

공식블로그 : blog.naver.com/ivsablog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ivsa.kor

대표이메일 ivsakorea@hotmail.com

[인터뷰]엄소민 IVSA 한국 회장 `세계로 시야 넓히는 수의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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