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수의정책연구원, 진통 끝 추진 재개

수의료정책 연구 확대 기반 필요성에 공감대..현직 대수회장을 당연직 이사장으로

등록 : 2020.05.14 06:29:59   수정 : 2020.05.13 17:31:00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재단법인 수의정책연구원 설립 추진 작업이 진통 끝에 재개될 전망이다. 대한수의사회의 재원으로 설립되는만큼 현직 대한수의사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는 등 영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한수의사회는 12일 성남 서머셋호텔에서 2020년도 제2차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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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의정책연구 기반 미비..수의사회 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

정책연구과제 발굴·제안, 정부 및 타 기관 용역 수주하려면 별도 연구재단이 유리

국내에서 체계적인 수의정책연구는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연구를 수행할 기관도 정책연구과제도 찾기 어렵다.

대한수의사회 산하에 수의정책연구소가 있지만 다방면의 연구를 추진할 여력은 없다. 2018년부터 반려동물 의료서비스 발전방안(책임연구원 오원석), 수의사 윤리의식 강화(천명선), 수의사 국가시험 현황 분석 및 개편 필요성 조사(이기창) 등의 연구사업을 벌였지만, 소규모 과제인데다 2017 세계수의사대회를 치르면서 남은 수익금을 활용한 것이라 지속성에는 한계가 있다.

R&D 예산이 필요하지만 정부도 수의정책에는 별 관심이 없다. 동물병원 진료비에만 초점을 맞춘 수천만원 단위의 단편적인 연구과제가 산발적으로 나올 뿐이다. 그나마도 동물진료항목 표준화를 위한 장기적인 연구과제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번번이 정부예산심사 과정에서 삭제됐다.

수의료체계의 기초를 다지기 보다는 정부가 원하는 정책의 명분 쌓기용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수의사회 스스로도 동물 진료비 현안을 포함한 수의료체계에 대해 정책적인 대안이나 청사진, 대응논리를 제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정책연구소(의사), 의약품정책연구소(약사), 치과의료정책연구원(치과의사), 한의학정책연구원(한의사)을 통해 활발한 기초연구를 벌이는 타 보건의료계 전문직역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대수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 수의료 현장 조사, 실천적 정책대안을 개발하기 위해 ‘수의정책연구원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해왔다.

기존의 수의정책연구소가 대한수의사회 산하 기구다 보니 정부는 물론 타 기관이 발주하는 수의 관련 정책연구과제를 직접 수주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공공적인 성격을 가진 연구재단을 만들면 정부의 R&D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정책연구과제를 만들어 제안하거나, 수의 관련 업계의 기부나 의뢰를 통한 연구사업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담았다.

이를 통해 수의정책연구의 파이를 키워 ▲수의료, 방역, 위생 및 동물복지 관련 법령의 중장기 개선방안 ▲수의사 및 수의서비스 수급과 질 관리 방안 ▲동물진료체계 등 수의임상 발전방안 ▲수의 연관 산업 현안 및 발전방향 ▲동물복지향상을 위한 정책과제 등을 연구하는 기관을 청사진으로 그렸다.

 

2019년 김옥경 집행부서 추진 의결..종자돈 5억·초기용역 및 운영비 2억 출연

재단 초대 임원진 인선 놓고 반대여론

이 같은 수의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 재단법인 설립 추진이 확정된 것은 지난 김옥경 집행부에서다.

지난해 6월 28일 열린 2019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 추진안을 의결했는데, 한수약품 배당금 5억원과 2017 세계수의사대회 이익금 2억원 등 재산출연 방안도 포함됐다.

이중 5억원은 재단법인 설립에 필요한 종자돈으로, 2억원은 국가시험 개편안 등 연구사업 발주(1억원)와 초기 2년의 운영비(1억원)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이후 연구원의 살림은 외부 연구용역 수주 등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재단의 초대 임원진 인선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1월 7일 대수 신년교례회 직후 열린 연구원 창립총회에서 김옥경 당시 대수회장이 이사장으로 선출됐는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만큼 사실상 대수 전임회장이 이사장을 역임하는 형태가 된 것을 두고 일부 지부수의사회장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일어난 것이다.

연구원 창립총회 한 달여 뒤인 2월 5일에 열렸던 대수 중앙회 이사회에서는 정작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다. 세계수의사대회 이익금 2억원을 집행하는 안건도 올해 예산안에 포함됐고,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서면결의로 대체된 대의원총회도 통과했다.

하지만 2월말부터 김옥경 전임회장의 재단 이사장직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뒤늦게 높아졌다. 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에 대해 회원들의 불만이 폭발하던 시점이다.

이 같은 반대여론은 지부장들 사이의 이견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열린 한수약품 주주총회(서면결의)에서 연구원 설립자금 5억원에 대한 지부수의사회장들의 의견은 찬성8, 반대8, 기권2로 팽팽했다.

해당 주총에서 허주형 회장이 기권한 가운데 수의관련기업으로 구성된 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결국 5억원의 출연도 의결됐다.

하지만 대수 이사진 내부에서 논란이 지속되면서 허주형 회장은 이날 2차 이사회에서 재논의에 나섰다.

양은범 제주수의사회장(사진)은 백지화 가능성이 포함된 연구원 재검토 의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연구원 자체의 필요성에는 이사진 대부분이 공감하면서 해당 의안은 상정되지 않은 채로 폐기됐다.

양은범 제주수의사회장(사진)은 백지화 가능성이 포함된 연구원 재검토 의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연구원 자체의 필요성에는 이사진 대부분이 공감하면서 해당 의안은 상정되지 않은 채로 폐기됐다.

연구원 설립 필요성에는 공감..재검토 의안은 상정 않고 폐기

자금 출연 앞서 수의사회 영향력 확보할 규정 권고 ‘현직 대수회장을 당연직 이사장으로’

이날 이사회에서 제3호 의안으로 예고된 ‘수의정책연구원 재단법인 추진(안) 관련 재검토’는 시작부터 논쟁적이었다.

이사회 시작 직후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양은범 제주수의사회장은 “지난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했고 대의원총회, 한수약품 이사회 및 주총까지 절차가 마무리된 내용을 회장이 바뀌었다고 재거론하자는 것은 전임 집행부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3호 의안의 상정 자체를 거부했다.

이사장직 등 임원 선임과 관련된 문제는 별개로 논의하더라도, 재단 설립 자체를 백지화할 가능성도 있는 재검토 의안을 상정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후 한재철 전북수의사회장이 이 같은 입장에 동의하고, 이사진 대다수가 연구원 설립 자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3호 의안(재검토안)은 폐기됐다.

허주형 회장은 “여러 이사분들과 논의한 결과, 재단 이사장 인선을 포함해 외곽조직이 될 연구원과의 연결고리 문제가 지적됐다”며 현직 대한수의사회장이 당연직으로 연구원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재단 이사진에 대한수의사회 이사의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영락 부산수의사회장은 “연구원 설립에 들어가는 재원도 결국은 회원들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회원 모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없더라도 투명하게 추진됐어야 한다. 전임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는 것은 일반회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정현 인천수의사회장도 “일선 회원분들에게 연구원 재단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며 “수의사 사회 발전을 위해 연구원을 만드는 만큼, 수의사회의 영향력이 연구원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이사회는 연구원 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자금 출연에 앞서 현직 대수회장의 당연직 재단 이사장 선임, 대수 추천 이사 3인의 당연직 재단 이사 참여 등을 골자로 한 연구원 설립정관 개정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대한수의사회 이사회가 별도 기관인 연구원의 정관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지만, 재단 설립에 필요한 돈줄을 쥐고 있는 만큼 설립자금 출연에 앞서 조건을 내건 셈이다.

허주형 회장은 “연구원 재단설립과 관련해 설명이 부족했던 점을 사과한다”며 “6월로 예정된 대수 임원 워크숍을 포함해 추진 경과를 다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