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편의에 의한 안락사 요구,수의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전북수의사회, 임상에서의 수의윤리 교육 진행

등록 : 2018.09.20 09:50:32   수정 : 2018.09.20 09:50:32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전라북도수의사회 2018년도 2차 연수교육에서 ‘수의윤리’를 주제로 강의한 정예찬 수의사는 ‘수의윤리’ 책에 소개된 여러 상황을 소개하는 동시에, “수의사 스스로 ‘동물’이라는 존재에 대해 자신만의 가치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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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수의사의 비윤리적 행동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키면서 올해부터 수의사회 연수교육에 ‘수의사법’과 ‘수의사 윤리’ 교육이 의무화됐다.

임상수의사는 매년 10시간 이상의 연수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중 지부수의사회에서 실시하는 필수교육에 법규와 윤리 강의가 꼭 포함되어야 한다.

9월 19일(수) 열린 2018년도 전라북도수의사회 연수교육에서 ‘임상에서의 수의윤리’를 제목으로 강의한 정예찬 수의사(고려대 연구윤리센터, 사진)는 동물에 대한 고찰과 임상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의윤리 관련 딜레마를 소개했다.

정예찬 수의사는 전북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수의영상진단을 전공한 뒤 로컬 대형동물병원에서 영상진단과 과장으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 현재는 고려대 연구처 연구윤리센터에서 근무하며 생명윤리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동물이 없다면, 수의사라는 직업도 없다”

정예찬 수의사는 우선 동물에 대한 고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의윤리는 동물윤리, 생명윤리, 임상윤리, 연구윤리, 기업윤리 등으로 구성되며, 수의사의 의무 대상에도 ‘동물’이 포함되는 만큼 수의사 스스로, 동물이라는 존재와 동물의 도덕적 지위에 대한 가치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수의사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빗대어 “동물의 도덕적 지위는 수의사의 사회적 지위와 직결된다. 수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것은 동물의 도덕적 지위가 높아진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임상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딜레마, 수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사를 하게 되어 동물을 더 이상 키우지 못한다며 동물의 안락사를 요구하는 보호자를 만났을 때, 수의학적으로 안락사가 요구되는 동물환자에 대해 보호자가 안락사를 거부할 때 과연 수의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또한, 같이 일하는 동료 수의사의 오진을 발견했을 때, 본인 스스로 진단 오류를 범했을 때, 단미·단이·성대수술 등을 요구받았을 때 수의사는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할까.

정예찬 수의사는 책(Veterinary Medical Ethics)에 소개된 케이스와 자신이 만든 케이스를 소개하며 ‘임상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의사의 딜레마’에 대해 강의했다.

정답은 없고, 수의사마다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각종 케이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보고, 책의 저자인 버나드 롤링(Bernard E. Rollin)은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참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해외와 국내 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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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편의에 의한 안락사 요구…수의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자

다른 수의사의 오진…실수한 수의사도 보호자에게 사과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버나드 롤링은 책에서 ‘보호자의 요구와 동물의 이익이 배반’되어서 발생하는 ‘인간의 편의에 의한 안락사(Convenience Euthanasia)’ 요구에 대해서는 수의사의 의술적 권위를 최대한 활용해 보호자를 설득하고, 동물의 이익을 대변하는 등 최선을 다해 안락사 요구를 철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우리 동물병원은 그런 안락사를 하지 않으니 다른 동물병원에 문의해보세요” 같은 대답은 책임을 회피하고 다른 수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일 수 있다.

만약, 수의사로서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했음에도 안락사밖에 답이 없다면, 그때 동물에 대한 안락사는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 버나드 롤링의 생각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나 다른 병원에서 의뢰된 케이스에서 ‘수의사의 오진·실수’를 발견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호자에게 있는 그대로 다른 수의사의 실수를 언급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이 사안을 묻어두는 것이 옳을까.

만약,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고객과 다른 수의사 사이의 갈등을 방지할 수 있고, 수의사 커뮤니티에서도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보호자를 속이고 기만했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추가 거짓말을 해야 할 수도 있고, 특히 보호자가 진실을 알았을 경우 신뢰를 잃게 된다.

이에 대해 버나드 롤링은 “진실성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수의사는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통해 원만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의사들은 서로 동료 수의사를 교육할 의무가 있으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으므로 실수한 수의사에게 직접 말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롤링의 생각이다.

특히, 다른 병원에서 의뢰된 케이스에서 수의사의 실수가 발견된 경우, 해당 수의사 역시 수의사로서 보호자에게 사과하고 보상하기를 원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고의적, 상습적으로 문제를 발생시키는 수의사라면 지역 수의사회에 보고하여 조처해야 한다는 것이 버나드 롤링의 판단이다. 수의사회 스스로 내부 자정작용이 꼭 필요한 것이다.

“상황은 다양하고 정답은 없지만, 수의사로서 지켜야 할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정예찬 수의사는 이날 총 8개의 딜레마 상황을 소개했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원칙이 중요하다.

정예찬 수의사는 “상황은 다양하고 정답은 없지만, 수의사로서 지켜야 할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며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전문직의식(프로페셔널리즘, Professionalism)을 가지고, 원칙에 대한 직업적 신념과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수의사회는 현재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에 맞춰 ‘대한수의사회 윤리강령’을 보완·수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미국수의사회 윤리강령에서 ‘수의사회 내부 자정작용’에 대해 매우 강조하고 있는 만큼, 대한수의사회의 새 윤리강령에도 내부 자정작용에 관한 내용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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