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길고양이 워크숍···시의 노력, 캣맘들에게 외면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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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동물보호과, TNR 개선방안 발표 및 시민주도 TNR 필요성 제안

민-관 소통 시도했지만 길고양이 보호자 성토 이어지며 워크숍 분위기 험악해져

서울시 길고양이 관리개선을 위한 시민 워크숍이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8월 10일 개최됐다.

지난해 신설된 서울시청 동물보호과에서 주최한 이번 워크숍에는 200여명이 넘는 길고양이 애호가가 참여해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겨 5시간 가량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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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강연을 진행 중인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

서울시는 길고양이에 관한 외부전문가로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과 시민참여 TNR을 진행 중인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의 전진경 이사를 초청해 올바른 길고양이 관리의 개선점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재영 수의사는 “TNR을 제대로 실시하는 것 외에도 '고양이에 대한 긍정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길고양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길고양이 보호자들이 직접적인 보호활동을 넘어 문화 형성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진경 KARA 이사는 “외국에서도 대규모 도시에서 TNR에 성공한 사례가 아직 없는 만큼 서울시가 시민과 함께 도전에 나선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길고양이 복지 개선은 개체수 관리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만큼 길고양이 케어테이커가 먹이급여는 물론 길고양이 콜로니 관리 및 TNR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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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동물보호정책을 담당하는 동물보호과 배진선 주무관

서울시, TNR 대상 판단기준…연령기준(3개월령 이상)에서 몸무게기준(미정)으로 바꾸기로 결정

외부인사강연에 이어 서울시에서 길고양이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동물보호과 배진선 주무관이 '길고양이 관리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해당발표는 'TNR 사업이 봉착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서울시의 고민'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먼저, 수술할 수 없는 어린 길고양이에 대해서는, TNR 대상 판단기준을 현행 연령기준(3개월령 이상)에서 몸무게기준(미정, 2~2.5kg 예상)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어린 개체를 포획대상에서 제외하되, 소방서 등을 통해 어쩔 수 없이 구조되는 개체에 대한 처리방법도 명시화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해 성남, 광명 등 경기도 일부 시군에서 TNR 사업 위탁업체 비리혐의가 적발된 것과 관련해, 검역본부와 협의하여 서울시 길고양이 사업 진행현황을 전면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TNR의 포획 및 방사 단계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된 것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단체가 추천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여 포획전문가 인력풀(pool)을 만들고 이를 2014년부터 TNR 사업에 의무적으로 참여시키도록 할 방침이다.

TNR 사업이 실제 효과 보려면, 무리 중 70% 이상이 중성화돼야

서울시에서만 약 14만 마리 중성화해야 효과 볼 수 있는 상황

서울시는 이어, 길고양이 개체수 관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TNR 사업이 실제로 개체수 감소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무리 중 70% 이상이 중성화되어야 하는데, 현재 서울시내에 길고양이가 약 20만마리 있으므로, 14만마리를 중성화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2012년 서울시 전체 TNR실적이 5,882마리인데, 이 수치의 25배의 실적을 달성해야하고 이를 위해 총 168억원의 예산(마리당 12만원)이 필요한 만큼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사업의 성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각 구 단위의 길고양이 보호자 모임(가칭 OO구 캣맘협의회)을 만들어줄 것을 건의했다. 협의회를 통해 보호자와 지자체(구청)가 소통해야 효과적으로 길고양이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고양이 보호자끼리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캣맘이 TNR 각 단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어린 길고양이 입양, 민원 갈등 중재 등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시 동물보호과 측은 참가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구별로 나누어 받고, 워크숍 자리도 구별로 나눠 각 구별 모임이 형성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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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을 발표 중인 시민 길고양이 케어테이커

캣맘들, 시청 제안에 참여하기보다 현 상황에 대한 어려움 토로에 머물러

일부 참석자의 부정적 발언과 시청측 진행 미숙으로 행사 후반부 '아수라장'

하지만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길고양이 보호자들의 반응은 서울시의 기대와 달랐다. 서울시의 정책제안에 공감하면서도 이어진 의견제안 시간에 현 상황에 대한 불만만 제기한 것.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서 지역주민과 갈등을 빚어왔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먼저 요구하고 나섰다. '길고양이 먹이급여 활동을 구청이 보장하여 캣맘의 신변을 보호해달라'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관계자는 "현재 길고양이 보호단체조차 의견을 제시해도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길고양이 보호자 모임을 만든다고 효용성이 있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캣맘들은 시민주도형 TNR에 대해서도 "밥주는 것도 벅찬 캣맘에게 TNR까지 하라고 한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의 협조 요청을 책임 전가로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시 측과 초청인사, 참여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사이에 고성이 오갈 정도로 진행상황이 악화되면서 워크숍을 통해 구 단위의 길고양이 보호자 네트워크 형성을 유도하려던 서울시의 시도는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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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부 길고양이 보호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번 워크숍은 동물복지정책에 시민의견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행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김재영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은 "2007년 서울시에 TNR을 처음 도입했을 때 담당공무원을 만나기조차 어려웠던 것에 비하면 정말 큰 발전이다"라고 평했다.

워크숍 진행 상의 문제로 길고양이 관리 개선에 대한 시민참여 쪽의 진전은 없었지만, 길고양이 보호자 초청행사를 열고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등 서울시의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 측은 "구로구, 종로구, 강동구 등 먼저 설립된 지역 길고양이 보호자 모임의 대표자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면서 시민참여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길고양이 워크숍···시의 노력, 캣맘들에게 외면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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