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복지 세미나, 안락사로 이어지는 경주마의 치명적 부상 조명

치명적 부상, 말 복지와도 직결..부상위험 예측모델 `눈길`

등록 : 2018.08.23 12:00:54   수정 : 2018.08.23 12:00:54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한국마사회 말보건원이 22일 과천 KRA동물병원에서 개최한 ‘제1차 말 복지 증진 세미나’에서 경주마의 부상 예방 관련 연구를 조명했다.

시속 60km 이상의 속도로 내달리는 경주마는 근골격계의 부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경주나 훈련 과정에서 일어나는 치명적인 부상은 안락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부상 예방은 말의 복지와도 직결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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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 치명적인 부상과 연관된 요소는?

팀 파킨 영국 글래스고대학 교수(사진)는 이날 세미나에서 경주마의 부상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한 최근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팀 파킨 교수는 “최근 10년간 영국에서만 1,900마리 이상, 북미에서 5,500마리 이상의 경주마가 경주 과정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 생명을 잃었다”며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북미에서 개최된 말부상데이터베이스(EID)에 보고된 부상사례를 분석해 연관성이 높은 요소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부상 경험과 트레이너와의 훈련 기간, 경주 거리, 경기장 표면 성질, 경주 참가 빈도, 첫 번째 경주에 참여한 나이 등이 주요 요소로 꼽혔다.

경주마가 부상을 당하게 되면 이후 6개월 이내에 또다른 부상을 당할 위험성이 2~4배까지 증가했다. 경기장의 성격에 따라 위험성이 증가하는 정도에는 차이를 보였다. 6개월이 지나더라도 부상 위험성은 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아갈 순 없었다.

한 트레이너와 지낸 기간이 오래될수록 부상 확률은 낮아졌다. 트레이너를 바꾼 지 1개월이 된 경주마에 비해 4년 이상 함께 지낸 경주마의 부상확률은 60% 수준에 그쳤다.

팀 파킨 교수는 이날 경주마가 처음으로 강도 높은 훈련과 경주에 참여하는 시점은 2년령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경주를 시작하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부상위험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다.

팀 파킨 교수는 “경주마가 완전히 성숙하기 전인 2년령에 바로 훈련(FAST WORK)과 경주에 참여해야 근골격계가 더욱 강해진다”며 “2년령에 경주를 시작한 말에 비해 4년령에 시작한 말은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위험이 2배 더 높다”고 설명했다.

훈련 시 치명적인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주의점도 소개했다.

팀 파킨 교수는 느린 구보(Canter)로 장거리를 뛰게 하는 것 보다는 일주일에 1200~1400미터를 빠르게 질주하도록 훈련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골절 부상을 당해 재활훈련을 실시하는 경우 훈련을 중지한 지 90일이 되는 시점까지는 골조직이 약할 수 있으므로 부상이 재발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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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예측력 부족..진료기록 등 데이터 확보해 보완해야

팀 파킨 교수는 경주마의 치명적인 부상 위험을 평가하는 모델의 예측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전제했다. 해당 모델의 예측력은 약 6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팀 파킨 교수는 “2010-2016년 사이의 데이터로 모델을 만들어 2017년 경주기록에 대입한 결과, 약 20%의 치명적인 부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주기록 등의 제한적인 자료만으로도 이 정도 성과를 얻은 만큼, 추후 경주마별 약물 치료기록이나 훈련기록 등 보다 자세한 데이터를 확보해 모델에 반영한다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치명적인 부상과 연관성이 높은 요소들을 목록화한다면, 경주마 개체별로 출전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주마의 안락사로 이어지는 부상을 예방한다면 말의 복지에도 도움이 되고, 마주나 훈련사 입장에서도 말이 보다 건강하게 오래 경주에 참여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국내에서도 경주마의 치명적인 부상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렛츠런파크 서울(과천경마장)에서만 매년 50~60여두의 경주마가 치명적인 부상으로 안락사된다. 전국적으로는 100여마리 내외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 같은 접근법이 경마협회 등을 통해 강제되긴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팀 파킨 교수는 “부상위험을 평가해 출전여부에 강제적인 제약을 가하게 되면 법적인 다툼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의사가 이러한 모델을 기반으로 마주와 훈련사에게 조언하여 경주 참가 전략을 짜는데 활용하는 등 ‘권고’의 형태로 적용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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