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전기도살 무죄 판결에 `차라리 동물보호법을 폐기하라`

등록 : 2017.09.29 10:34:28   수정 : 2017.09.29 10:34:28 데일리벳 관리자

9월 28일 서울고등법원이 소위 개 전기도살 무죄사건에 대해 1심(인천지방법원)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하자 동물보호단체들이 대대적인 반발에 나섰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협의회는 ‘차라리 동물보호법을 폐기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담당 검사를 직무유기로 고발할 예정이다.

20170929kara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8일 동물보호법 혐의로 기소된 농장주 L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L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경기도 김포에서 개 농장을 운영하며 개 30마리를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에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도살하여,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한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동물학대행위)로 기소된 바 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까지 무죄 판결이 선고되자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동물보호단체들은 1심 무죄 판결 이후 서명 운동 진행, 서명지 및 탄원서 제출, 수의사회 및 변호사 의견서 제출, 유죄 판결 촉구 기자회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으나 2심 무죄 판결로 이러한 노력이 물거품되고 말았다.

특히,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협의회는 “법이 정한 최소한의 원칙만이라도 지켜달라”며 “동물보호법을 지킬 자신과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폐지하고, 차라리 우리가 야만적인 수렵시대에 살고 있음을 분명히 선언하시기 바란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어 “변호사 단체들과 동물보호단체들, 그리고 3만 명 넘는 시민들이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모두 다섯 번이나 의견서를 제출하는 동안 담당 검사는 서면 한 장 제출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공판에서 법적 쟁점에 대한 의견제출을 요구하는 판사에게 스스로 그러겠노라 답했던 검사는 결국 법정에서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며 검사의 직무유기도 비판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차라리 동물보호법을 폐기하라!

개 전기도살 무죄판결은 동물에 대한 사법 학살이다!

法不阿貴 繩不撓曲(법불아귀 승불요곡). 법은 귀한 사람이라 해서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곳이라 해서 굽혀 긋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2200년 전쯤의 사람, 한비자가 법의 공정함과 형평성을 강조하며 한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법이 현실을 핑계 대며 스스로 굽혀 생명의 존엄함과 정의의 공평함을 해하는 모습을 묵도했습니다. 2017년 9월 28일, 대한민국의 동물보호법은 사법부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했습니다. 너무도 참담한 심경입니다. 

오늘 서울고등법원은 소위‘개 전기도살 무죄 사건’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가 ‘개를 먹는 현실’을 운운하며 동물학대자에게 면죄부를 준데 이어, 2심 판사는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소유자가 동물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선언했습니다. 동물보호법을 비롯한 제반 법령들이 무참히 난도질을 당한 것입니다.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상주)는 오늘 오전 11시 302호 법정에서 열린 ‘개 전기도살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동물보호법은 소유자가 동물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는 괴이한 주장을 전제로, “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은 ‘목을 매다는 등의 방식만큼의 고통유발’이 확인되어야 하나 개를 전기로 도살하는 것이 그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가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동물단체들과 변호사단체들은 해외의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개과 동물에 대한 전기도살이 잔인한 것임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판결이 내려진 것은 자신의 고통을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의 처지를 악용, 조롱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동물보호법은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 처벌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동물을 함부로 죽일 수 없으며, 예외적인 경우에 한 해 법이 정한 사유와 방법에 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식용’ 목적이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가축들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습니다. 죽이는 방법의 잔인성과 무관하게 대한민국 어느 법령에도 ‘동물은 죽여도 된다’고 허용한 조항은 없습니다. 이 사실은 법에 문외한인 일반 시민들보다 이 재판을 진행한 판사, 검사들께서 가장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다시 개를 전기로 잔인하게 도살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법이 없거나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법을 검찰과 판사가 무시하고 왜곡하여 벌어진 사법학살입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동물의 죽음에 대해 인간에게 책임을 묻고 싶지 않다’는 법원의 비겁한 인도주의와 동물의 생명을 경시하는 전근대적 야만성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판결이 내려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죽은 것은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동물보호법입니다.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해외전시용일 뿐 국내에서는 휴짓조각만도 못하다는 것을 법원 스스로 증명한 것입니다. 

‘불의의 어둠을 거둬내는 용기’와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함’을 국민 앞에 선서했던 검사가 이번 재판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도 우리는 강력히 규탄합니다. 변호사 단체들과 동물보호단체들, 그리고 3만 명 넘는 시민들이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모두 다섯 번이나 의견서를 제출하는 동안 담당 검사는 서면 한 장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지난 공판에서 법적 쟁점에 대한 의견제출을 요구하는 판사에게 스스로 그러겠노라 답했던 검사는 결국 법정에서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습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검사의 이런 무책임한 행태야말로 대한민국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동물학대의 진정한 배후세력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운다’는 법관의 기개, 우리가 가졌던 마지막 희망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두 번 맞는 것으로 돌아왔습니다. 법이 현실 앞에 무너진 것이 아니라 ‘현실의 법’이 ‘법의 현실’ 앞에 무릎 꿇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속 깊이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단 하나 “동물보호법을 준수하라”입니다. 없는 법을 만들어 달라거나 있는 법을 왜곡하여 억지로 사람을 처벌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법이 정한 최소한의 원칙만이라도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동물보호법을 지킬 자신과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폐지하고, 차라리 우리가 야만적인 수렵시대에 살고 있음을 분명히 선언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똑똑히 오늘의 판결을 똑똑히 기억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법원이 동물보호법을 어떻게 말살하였는지를 전 세계에 알릴 것입니다. 그리고 분노를 딛고 일어나 다시 정의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고통 속에 살다 고통 속에 죽어가는 수많은 동물들, 그 생명의 존엄함과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절대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2017년 9월 28일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협의회,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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