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람보다 잔인한 동물은 없다② ― 명보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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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뉴스 1 ‘버동수와 함께하는 동물보호 이야기’ 코너에 게재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지난 2013년 200여명의 수의사들이 설립한 ‘버동수(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는 매달 전국 유기동물보호소 등을 찾아다니며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외부기생충 구제 등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글에서는 길고양이 학대 상황으로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사례들을 살펴봤는데 이번에는 반려동물로서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으로 입소한 사례를 소개한다. 

당시 동물보호소에서 학대 의심 상황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신고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동물보호단체가 아니고 모든 유기된 동물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인데 학대 의심 정황이 있는 아이들만 신고가 가능한 상황도 아니었다는 변명을 우선 해본다. 

그 당시 필자의 역할은 최대한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가 가도록 질병관리, 동물보호소 운영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는 일이었다.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동물보호소를 만들기엔 몸으로 때우는 일이 전부여서 한계를 느꼈다. 

때문에 우리나라 동물보호소의 전반적인 상황이 좋아지도록 관련 자료 조사, 연구 등을 병행하면서 유기동물 문제와 관련된 동물보호소 의학(Shelter medicine)에 대해 공부하며 국내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수년간 자료를 조사하고 공부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과제로 ‘유기동물 보호관리 강화방안 연구’의 제목으로 ‘동물보호센터 운영 가이드라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 이것이 지난해 고시로 지정된 ‘유기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과 관련된 것이다. 

그리고 동물보호법에 유기동물 보호소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갈 때 이 정책과제가 근거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해외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동물보호 수준이 올라간 시점에 동물보호법 강화와 운영지침 등 법적인 정비가 이루어졌기에 우리나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순진한 생각이었을까. 여러 상황들이 고려되면서 유기동물과 관련된 개선 등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축산과 관련된 행정, 개식용과 관련된 고착화된 상황 등이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결된 여러 문제들이 함께 개선되어야 결국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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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2층 높이에서 낙상하여 경추 손상으로 사지마비가 왔던 시추 ‘슈나’

 4-5개월 정도 밖에 안 된 어린 시추다. 2층 높이에서 던졌다는 내용을 들었는데 이게 신고자가 학대를 한 건지, 다른 사람이 그런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동물보호소에 들어왔을 땐 눈만 말똥말똥 뜨고 사지는 신경반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경추 손상으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시작했고 조금씩 서기 시작하더니 한 달 쯤 되었을 때부터 보행이 가능해졌다. 상태가 많이 좋아지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 좋은 곳에 입양 가 뿌듯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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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망막 변성증으로 시력이 없어진 채 입소한 ‘다름이’

동물보호소에 입소했을 때 동물들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데 다름이는 동공반사도 없고 시력이 없는 것이 확인됐다. 더 검사하고 보니 망막변성으로 시력을 상실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시력까지 없는 상태로 보호소에 들어온 다름이는 집을 혼자 나갔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어딘가에 버려졌거나 보호소로 일부러 보냈을 가능성이 컸다. 입양 가능성도 없고 회복가능성도 없는 아이를 동물보호소에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애들 보다 더욱 화가 났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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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3. 하악골절이 된 상태로 들어온 ‘지니’

아래 턱이 부러지고 눈 혈관들이 터져 눈이 빨개진 상태로 들어온 아이다. 두부 뒤쪽에는 피부가 찢어지고 핏자국도 있었다. 교통사고 때문이었는지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생긴 건지 알 수 없지만 도구에 의한 물리적 손상일 가능성이 더 커 보였다. 

빠른 시일 내에 수술로 교정을 해주었는데 회복 후에도 입을 벌린 상태로 지냈다. 밥을 먹는 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턱관절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지니에게 더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지만 열악한 보호소 상황에서 이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입양도 갔는데 생사 여부와 관계없이 여태껏 입을 벌린 상태로 지내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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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4. 아스팔트 폐기름통에 빠져있던 노령견 ‘루트’

반려동물 고려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정말 화가 났던 경우였다. 외관상으로도 양쪽 눈에 백내장성 변화와 치아는 거의 없는 상태, 그리고 전체적으로 몸이 쇠약한 상태의 시추였다. 그리고 심장 뿐 아니라 내과적인 문제도 커 보이는 아이였다. 

그런데 이런 아이가 아스팔트 폐기름통에 빠진 채 발견되어 보호소에 들어왔다. 거동조차 불편한데 집을 스스로 나갔을 리 없고 견주가 일부로 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루트 역시 식용유로 여러 번 씻어냈다. 10년 넘게 같이 생활했던 아이인데 왜 아스팔트 폐기름통에 들어가 있었을까. 왜 생명에 대한 책임, 아니 예의조차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사설 동물보호소의 경우 그나마 보호소에 들어오게 된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시 동물보호소의 경우는 유기행위가 불법이라 입소한 상황에 대해 파악이 쉽지 않다. 동물의 상태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일부 사례만 소개했는데 전국적으로 보면 수많은 학대 사례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동물들이 향하는 동물보호소는 생과 사 갈림길에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물보호소가 진정 동물들에게 마지막 기회가 되는 공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기고] 사람보다 잔인한 동물은 없다② ― 명보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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