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휴메인 소사이어티 방문기―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 장승준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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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여름 개인적인 일로 하와이에 방문하게 됐다. 하와이에 방문한 김에 동물보호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의 동물보호소 상황과 그들의 조직적인 구조 활동이 궁금하여 오아후 섬 하와이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하와이 휴메인 소사이어티를 견학했다.

하와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사전 예약을 하지 않더라도 지역주민, 관광객 누구나 제한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 또한, 공중파 방송, 지역 일간지, 버스 광고판에서도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동물구조 활동과 중성화 및 동물보호교육 내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자세한 보호소 운영에 대해 알고 싶다면,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 담당자와 조율해야 하지만, 사전 예약 없이 일과 시간에 방문해도 친절하게 반겨주는 여유로운 하와이 사람들의 품성을 느낄 수 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로 동물보호 법률 강화, 대중 교육, 지역단체 지원과 정책개발을 통해 반려동물, 산업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 전시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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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무려 1897년에 생겼으며 상주 수의사 3명을 포함해 포획 보호활동가, 위탁가정 및 자원봉사자 등 약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었다.

보호소는 산책하기 좋은 식물원처럼 구성되어 있었으며, 곳곳에 환경보호, 생명보호, 개체관리를 위한 중성화 필요성, 내외부기생충 예방 등 동물과 공존하기 위한 내용을 설명하는 교육용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런 게시판은 시설에 견학 온 학생들의 교육 자료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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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료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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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 있는 성프란체스코 동상. 아시시의 성프란체스코는 동물들을 무척 아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와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크게 세 개의 건물로 나뉘어져 있다.

1. TNR 지원 사업 및 동물등록을 위한 사무처

개, 고양이뿐만 아니라 토끼, 기니피그, 거북이 등 모든 반려동물의 등록, 재분양 중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며, 지역주민에게 TNR 사업의 포획용 통 덫 대여 업무를 지원하며 동물등록 및 구조 동물의 간단한 처치가 이뤄지는 건물이다. 안내처에서는 지역주민에게 후원받은 물품과 기념품을 판매하며 기부금을 모으고 있었다.

2. 강아지 보호건물 및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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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능한 동물의 리스트(품종, 성격, 중성화 유무 등)가 표시되어 있으며, 보호소뿐만 아니라 위탁가정, 시내 곳곳에 위치한 대형할인점까지 위탁보육해주며 분양에 힘을 보탠다(펫샵에서의 무자격, 무이력 동물 거래금지). 약 4평정도의 넓고 깔끔한 공간에 보호 중이었으며 정서적인 안정을 위한 애착인형 함께 놓아두었다.

하와이의 무더운 기후에도 불구하고 보호소 특유의 냄새와 습한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며 보호견들도 낯선 사람에 짖거나 정형행동을 보이지 않고 눈인사를 하며 반가움을 표시하는 등 평온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방문객이 원할 경우 산책과 면회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제도가 있어 최소 하루 2회의 산책은 철저하게 챙겨 준다.

3. 고양이 보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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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고양이 보호 시설 모습

방문 당시 고양이 보호 건물이 신축공사 중이라 직원사무실로 쓰던 공간에 고양이 임시거처가 마련되어 있었다.

고양이의 특성에 맞게 화장실과 수면 방석이 넉넉하게 들어가는 넓은 사각장에서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으며, 중성화 수술과 생체내 인식표를 한 개체만이 입양가능하다. 또한 이곳에서는 고양이가 입양될 때까지 무한책임으로 돌본다고 한다.

고양이들 역시 낯선 사람에게 불안감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자원봉사자는 지역주민이 아닌 방문객에도 보호 중인 개체에 대한 세세한 사항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직접 인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얼마 전 중성화수술을 받은 고양이도 편안한 모습으로 낯선 이에게 몸을 내어주는 모습을 통해 보호소가 얼마나 동물을 세세하게 잘 돌보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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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명단

하와이보호소의 반려동물 입양관리 제도

– 판매 분양이 아닌 입양과 LES 3원칙

입양 시에는 LES(legislation, education, sterlization) 3원칙에 따라 동물등록(생체내 인식표), 일정시간의 동물보호이수교육, 중성화 수술이 필수이며, 책임 분양비와 사육면허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비용적인 문제와 보육여건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 반려동물과 지역주민의 부담을 최대로 덜어주는 대출지원, 지역 동물병원 중개 서비스, 음식 나눔 은행, 저소득·고령주민의 등록면허세 면제, 동물매개치료 등 다양한 보장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는 고양이 TNR사업도 통합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온화한 기후와 자연친화적인 하와이의 특성으로 길고양이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문제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방송, 지면, 버스광고,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들에게 TNR사업을 적극 홍보하고 있었다.

– 동물포기제도 운영

이 곳에서는 보호자가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동물을 키울 수 없게 된 경우, 소정 비용($25)을 내고 동물을 보호소에서 공식적으로 인계하는 ‘동물포기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소유권을 인계하는 제도인데, 이 때문에 오히려 동물을 유기하는(동물 소유권을 포기하고 보호소에 맡기는) 경우가 많지 않은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질문에 홍보담당자는 “펫샵에서의 신규판매가 허가제로 관리되고 있는 점, 하와이의 검역통관이 까다로운 점, 동물등록제가 철저하게 관리되는 점, 분양보다는 입양을 우선시하는 시민들의 인식 등이 어우러져 유기동물 수가 늘어나지 않고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가 유지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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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구조 운송 차량

천혜의 자연경관과 온화한 기후인 오아후 섬의 중심부에 위치한 하와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와이키키에 근접해있으며 모두에게 친절한 열린 공간이었다. 평범한 작은 정원을 산책하듯, 조용한 시설에서 관심과 보호를 받고 있는 동물을 보니 국내의 어수선한 보호소와 절실한 눈으로 바라보던 동물의 눈빛이 비교됐다.

이처럼 좋은 시설을 가진 하와이에서도 동물학대사건과 애니멀호더 케이스는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보호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며, animals for people, people for animals라는 모토로 생명의 존귀함을 위해 노력하는 직원과 많은 봉사자들이 있었다. 이런 모습을 통해 우리도 차근차근 노력하면 언젠가 이들처럼 동물과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하와이 사람들의 생명보호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하와이 휴메인 소사이어티, 호놀룰루 동물원과 라나이섬 고양이 보호소를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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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t First Sight

1) 하와이안 휴메인 소사이어티 (Hawaiian Humane Society)

​www.hawaiianhumane.org

www.facebook.com/HawaiianHumaneSociety

  2700 Waialae Avenue, Honolulu  

11:00~19:00 (평일) / 10:00~16:00 (주말)

2) 호놀룰루 동물원

www.honoluluzoo.org

3) 라나이섬 고양이 보호소

www.lanaicatsanctuary.org

하와이 휴메인 소사이어티 방문기―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 장승준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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