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용 사육곰 479마리 동물복지 열악 `생추어리 만들어 구조하자`

동물자유연대·곰보금자리프로젝트 기자회견..시민·농장주 70% 이상이 사육곰 종식에 찬성

등록 : 2019.09.25 12:15:42   수정 : 2019.09.25 12:15:4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웅담채취용으로 길러지는 사육곰들의 동물복지가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 이상 개체수가 늘어나진 않지만 모두 도축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육곰들이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생추어리를 조성하고, 농장으로부터 곰을 매입해 구조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육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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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육곰 479마리..웅담수요 줄어 종식 지연,

잔반급여, 뜬장사육에 정형행동 보여..’동물복지 열악’

웅담채취 목적의 사육곰 산업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1993년 한국에 CITES에 가입하며 곰 수입이 금지됐고, 2014년부터 3년간 전국 사육곰을 대상으로 중성화수술 사업을 벌여 2015년 이후로는 개체수가 늘어나지 않게 됐다.

2019년 6월 기준으로 국내에 남아 있는 사육곰은 479마리다. 대부분 반달가슴곰이지만 일부 불곰이나 불곰과 반달가슴곰의 잡종도 있다.

사육농가도 계속 감소해 31개소만 남았다. 10년령이 넘으면 웅담채취목적으로 도축할 수 있는 만큼 2024년이 되면 사육곰 산업이 종식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성화사업이 시작된 2014년을 기점으로 사육곰 개체수는 매년 10~20%가량 감소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올해 3월을 기준으로 이미 도축 가능한 10세 이상의 곰이 80%에 달하지만, 웅담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종식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웅담을 찾는 사람이 없으면 10세가 넘어간 곰도 계속 사육할 수밖에 없고, 판매금액에 비해 사육비용이 많이 들어갈수록 곰의 사육환경과 복지수준이 열악해진다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전국 31개 곰농장 중 28개 농장을 직접 방문해 사육곰 462마리의 사육환경과 행동분석 등 복지실태를 조사하고 농장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5개의 농장이 뜬장에서 곰들을 사육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뜬장을 일부 활용하는 농장도 5개소로, 나머지 농장도 시멘트가 깔린 철장에서 곰들을 사육했다.

반달가슴곰들은 높은 곳에 올라가 쉬는 것을 선호하지만 그럴 기회가 확보된 농장은 6개에 그쳤다. 항상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제공하는 농장도 9개소에 불과했다.

정형행동으로 엿보이는 곰의 스트레스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좁은 케이지 안을 빙빙 도는 등 목적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은 스트레스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다. 조사농가 중 정형행동이 관찰되지 않은 농장은 3개소에 그쳤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은 “대부분의 곰들이 방치와 학대 사이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육곰의 동물복지가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이다.

최태규 수의사는 “뜬장이나 잔반급여 등 동물복지가 열악한 곳은 주로 사육두수가 많아 관리부담이 큰 대형농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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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사육곰 종식, 사회적 합의 이미 있다’..특별법 제정·생추어리 조성 제안

사육곰 종식을 앞당기기 위한 해법으로는 사육곰 농가의 전업·폐업 지원하고 생추어리를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농가로부터 곰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구조하여, 자연수명이 다할 때까지 생추어리 공간 안에서 머물게 하자는 것이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정부가 부지를 제공하고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형태의 민관협력 생추어리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노르웨이도 올해 6월 모피산업 종식 법안이 통과되면서 2025년 모피동물 사육 금지될 때까지 농가의 전·폐업을 보조할 계획이다.

문제는 돈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사육곰 종식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농가 지원과 생추어리 조성·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곰들을 단계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초기 150마리 수용규모의 생추어리를 조성하자는 방안이다. 해외 생추어리 사례를 참고해 약 3만평의 부지에 방사장, 사육사, 동물병원을 갖추는 형태다.

이러한 생추어리의 초기 건립비는 73.5억원, 사육곰의 잔여수명 동안 들어갈 운영비는 연간 14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이 같은 곰 생추어리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성사되면 야생동물 관련 학생·시민교육을 담당할 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아 있는 사육곰들이 수명을 다하고 나면 구조되거나 몰수된 중대형 동물들의 보호시설로도 활용될 수 있다.

채일택 팀장은 “베트남 사례처럼 유휴 국유지나, 국립공원, 국·공립 동물원의 여유 부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며 “농가의 전폐업 지원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동물자유연대는 사육곰 종식에 ‘사회적 합의’가 이미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과 사육곰 업계 모두 종식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달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조사에서도 사육곰 문제 해결 필요성에 대한 찬성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사육곰을 구조해 보호시설로 이주시키는 시민운동에는 응답자의 85.6%가 찬성했다. 사육곰 농가 전·폐업 지원, 사육곰 보호소 마련하는 특별법 제정에도 78.3%가 찬성했다.

방문 실태조사에서 인터뷰에 응한 사육곰 농장주들의 78%도 정부가 곰 매입에 나서면 참여하겠다는 찬성입장을 보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더 이상 잔혹한 방식으로 곰을 이용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미 있다”며 “정부와 국회의 결단만이 남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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