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이는 눈 재현한 장기칩이 실험동물 토끼를 구원할까

“마차 끌던 말의 복지는 자동차가 해결했다”..동물실험 대체할 신기술 주목

등록 : 2019.06.01 06:22:01   수정 : 2019.06.01 09:35:36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장기칩(human organ-on-a-chip)과 같은 차세대 실험기술이 실험동물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물생명윤리를 반영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법안토론회’에서는 고전적인 동물실험을 대체할 신기술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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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끄는 말들 구원한 자동차, 실험동물 구원할 신기술?

이날 발제에 나선 HSI 트로이 사이들 박사(사진)는 “3R원칙을 주창한 지 60여년이 흘렀지만 실험동물의 사용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험동물의 사용을 전제하는 3R원칙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실험동물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연간 사용량 300만 마리를 돌파한 가운데, 조만간 검역본부가 공개할 2018년 사용량도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실험의 비효율성도 지적했다. 신약개발과정에서 수많은 실험동물이 전임상시험을 위해 희생되지만, 실험동물에서 안전하거나 효과를 보였던 물질들이 사람에서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사이들 박사는 “100여년 전부터 쓰이던 고전적인 실험동물모델로는 사람에서의 반응을 제대로 예측하기 어렵다”며 “사람에게 보다 가까운 새로운 접근법(동물대체시험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개발되는 혁신기술이 동물복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지목했다.

사이들 박사는 “마차를 끄는 말은 19세기 서구 동물보호단체의 주 관심사들 중 하나였다”며 “이들의 복지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지만, 자동차가 발명되면서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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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이는 눈을 재현한 장기칩이 토끼의 눈을 구할까

이날 토론회에서는 ‘마차 말을 구한 자동차’로 기대 받는 신기술들 중 하나로 장기칩을 조명했다. 장기칩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허동은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교수(사진)가 발제에 나섰다.

장기칩은 칩 위에 특정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배양하면서 조직과 기능까지 함께 재현하는 기술이다. 허동은 교수는 “사람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함께 모사하는 장기칩은 인체의 아바타”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가 10여년 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허파칩(lung-on-a-chip)이 대표적인 사례다. 칩 안에서 폐세포와 혈관세포으로 구성된 조직모델은 물론 수축-이완을 포함한 가스교환이나 면역반응 등 기능까지 재현했다.

허 교수는 “최근에는 질병칩(disease-on-a-chip)이 가장 중요한 연구방향”이라면서 담배연기 자극으로 인한 폐 섬유화를 재현한 흡연칩(smoking-on-a-chip), 암조직 주변의 면역반응을 관찰하는 암-혈관칩(Vascularized tumor-on-a-chip) 등의 최신 기술도 소개했다.

허동은 교수팀이 개발한 'lung-on-a-chip' 모델

허동은 교수팀이 개발한 ‘lung-on-a-chip’ 모델

이처럼 사람 세포로 만들어진 장기칩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허 교수팀이 최근에 개발한 깜박이는 눈칩(blinking eye-on-a-chip)이 가능성을 열었다. 각막, 결막세포는 물론 눈물과 눈꺼풀까지 재현한 장기칩으로, 사람 눈처럼 깜박이는 형태다.

토끼눈이 얼마나 충혈되는지를 관찰하는 동물실험 ‘Draize test’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지난해 ‘러쉬 프라이즈(Lush Prize)’ 과학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동은 교수는 “어떤 장기든 핵심적인 기능과 조직양상을 모사할 수 있는 무궁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실제 실험에 사용될 수 있도록 칩 생산량과 처리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신약개발에 평균 15억 달러와 12.5년의 기간이 소요되는데도, 점차 비용은 늘고 승인되는 약물 수는 줄어들고 있다. 세포배양이나 동물실험 등 기존의 전임상시험이 사람에서의 반응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장기칩 기술이 실제 현장에 적용된다면 신약개발의 경제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TEDxPenn : Engineering human organs onto a microchip by Dan Huh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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