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獸포주의] 수의대생이 본 `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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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나 수의과대학 학생들은 동물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 좀더 관심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이 장면은 과학적으로(수의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집중에 방해를 받기도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도 깊은 인상을 받곤 합니다.

데일리벳 4기 학생기자단이 마련한 ‘수(獸)포주의’ 시리즈는 수의대생의 시각에서 동물을 다룬 이야기들을 바라봤습니다.

[The plague dogs], [옥자], [1분만더], [컨테이전], [수의사 두리틀]이 차례로 연재됩니다.

이 기고문은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다수 내포하고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의 수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반려동물 천만시대, 네 가구 중 한 가구에서는 동물을 키우는 시대이다.

동물을 키우는 가구수가 늘어가는 것과 더불어,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는 우리의 삶에 점점 더 친숙해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까지 등장하고 있다.

동물을 애완이 아닌 반려의 대상으로 보는 시대, 과연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을까?

여기에 의문점을 던진 영화로 최근 화제가 됐던 [옥자](감독 봉준호, 2017.6.29. 개봉)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영화 [옥자]의 한 장면 (사진 : 넷플릭스)
영화 [옥자]의 한 장면 (사진 : 넷플릭스)

옥자는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는 슈퍼돼지다. ‘미자’라는 소녀의 반려동물이자, 가장 친한 친구, 가족으로서 등장한다. 미자는 진정한 펫팸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옥자의 주인은 사실 미자가 아닌 미란도 코퍼레이션이다. 즉, 기업의 소유다. 소유라는 단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리고 기업이란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자본의 조직단위라는 측면에서) 옥자는 수익 창출과 새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들에게 옥자는 ‘반려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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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는 포스터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포스터에 그려진 옥자의 등에는 공장이 실려 있다. 공장식 축산. 오직 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사육되고 도축되는 동물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이라면 사육이나 도축만 떠올릴 수도 있지만, 탄생조차 공장식이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옥자’의 세계 안에서, 기업의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유전자조작을 거친 동물들이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은 도축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사 먹는 돼지고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산되는지 말이다.

혹자는 영화이기 때문에 좀 더 드라마틱하게 연출된 장면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면 알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돼지, 소들의 도축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들의 운명을 알기라도 하듯 도축장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 동물들에게 전기 충격기를 사용한다거나, 기절시키기 위해 타격법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영화 [옥자]에서 유압총에 맞아 기절하는 장면 (사진 : 넷플릭스)
영화 [옥자]에서 유압총에 맞아 기절하는 장면 (사진 : 넷플릭스)

아직 우리나라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동물보호법이 존재하고 동물권을 헌법에 명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것이 현실이다.

영화에서도 미자는 결국 황금돼지로 옥자를 산 채로 산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듯 했다.

모든 인류가 육식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도축이 사라지는 날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인류가 육식을 하지 않는 날은 더더욱 오지 않을 것이다. 닭 백숙을 좋아한다던 미자도 결국은 육식을 즐기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육식을 즐기더라도, 우리는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좀 더 나은 인도적 도축법을 시행하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할 것이다.

미국수의사회(AVMA) 위원회에서는 동물의 인도적인 죽음을 위해 ▲아픔을 수반하지 않고 치사시킬 수 있을 것 ▲의식소실까지 요하는 시간이 짧을 것 ▲치사에 이르는 시간이 짧을 것 ▲확실할 것 ▲실시자에게 있어서 안전할 것 ▲심리적 스트레스가 적을 것 ▲목적, 필요성에의 적합성이 높을 것 ▲실시자 및 주위 사람에 정서적인 영향이 적을 것 ▲ 경제성 ▲병리조직학적 평가에 대한 적합성이 높을 것 ▲약물의 효력과 폐해를 고려할 것 등의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동물들을 위해 이와 같은 노력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결국 옥자 밖에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이것이 지금도 많은 동물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에 따르면 “옥자와 같은 돼지들만 한국에서 연간 1천5백만마리가 도축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가축의 대상이자 식품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전에, 많은 동물들이 공장식 축산에 의해 괴로워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영화 [옥자]의 한 장면 (사진 : 넷플릭스)
영화 [옥자]의 한 장면 (사진 : 넷플릭스)

미자와 옥자가 서로 눈을 마주보며 감정을 교류하는 장면에서 느낄 수 있듯 반려동물, 산업동물, 실험동물의 구분 없이 모든 동물들은 두려움, 공포, 통증과 같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들이다.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고, 산업동물을 키워 고기를 얻고, 실험동물을 연구에 활용한다.

어쩌면 우리도 각자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이들을 키우는 면에서 루시 미란도의 모습과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성숙한 인간으로서 우리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을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데일리벳 4기 학생기자단

충북대 김유진, 전북대 안희수

[獸포주의] 수의대생이 본 `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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