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 이제 시작이다

등록 : 2017.01.05 16:33:31   수정 : 2017.01.05 16:33:31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사람들이 주사를 정말 쉽게 생각하는구나” 수의사 면허를 따고 사회에 나와 놀랐던 점 중에 하나다.

공중방역수의사로 소, 돼지 농가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농장 한 켠에는 늘 항생제, 소염제, 백신 등 종류도 다양한 주사제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반려동물 보호자 커뮤니티에는 ‘해보니 별거 아니더라’는 백신 자가접종 후기들이 넘쳐 났다.

한 편에선 10여년 전만 해도 “수의사로 내과 대학원에 진학하면 처음 몇 개월은 주사기도 못 만지게 한다더라” 는 이야기를 들으며 학교를 다녔다. 동물병원 원장들에게 자가진료 문제를 물으면 백신을 포함한 주사제 남용을 가장 걱정한다.

지난해 수의테크니션 제도화를 놓고 가장 큰 논란을 빚었던 지점도 ‘테크니션에게 주사행위를 허용할 것인가’였다(이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모르면 용감하고 아는 만큼 조심한다지만 ‘주사기’를 보는 일반인과 수의사의 시각차가 이렇게 크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서 자가진료를 금지하는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공포됐다. 1994년 수의사가 아니라도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이면 무엇이든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한 지 22년 만이다.

사실 법령은 개정됐지만 주인이 기르는 반려동물에게 통상적으로 약을 먹이는 일을 처벌하진 않는다고 한다. ‘사회상규’를 거스르지 않는 통상행위는 허용된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대한수의사회나 농식품부가 자문을 구한 변호사들 대부분은 ‘어디까지가 통상행위인지’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주사행위를 제시했다. 그 자체로 침습적인 자가진료행위는 비전문가에게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본지가 운영한 자가진료 부작용사례 공유센터에는 주사기에 얽힌 피해가 여럿 접수됐다. 대부분 백신 자가접종의 부작용이었다.

주사침이 박혀 제거 수술을 하는 사례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주사하려고 누르다가 목뼈가 빠지거나, 예기치 못한 과민반응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해 사망한 사례까지 있었다.

 
법령은 바뀌었지만 침습적인 자가진료 행위로부터 동물을 보호하려면 갈 길이 멀다. 법조문이 바뀌었다고 축주나 보호자들의 생각이 하루 아침에 바뀔 리도 없다.

‘이젠 불법이야’라며 사후적인 처벌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실제로 반려동물들이 사람처럼 치료받을 수 있으려면, 사람과 같은 문화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주사제와 주사행위를, 자가진료를 가볍게 보는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는 결국 임상수의사 모두의 몫이다.

“자기 아이라면 그렇게 하겠느냐”는 감정적인 비판에만 매달리지 말고 위험한 사례가 있으면 적극 공유해야 한다. (데일리벳 자가진료 부작용사례 공유센터 바로가기)

주사제 유통에 대한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반려동물용 주사제가 수의사 처방 없이는 일반인의 손에 쥐어질 수 없도록 제도를 손보는 일이다.

수의사 처방 없이도 백신을 비롯한 주사제를 살 수 있는 유통환경이 자칫 자가진료 주사행위에 대한 면죄부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서 모든 주사제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한 것과 마찬가지다.

 
두 마리 토끼 모두 일선 수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없으면 잡을 수 없다.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으로 마련된 토대 위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는 정유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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