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터테이너 `vet+entertainer` 나응식 수의사를 만나다

등록 : 2018.08.29 08:29:07   수정 : 2018.08.29 11:51:11 채민경 기자 chaemgb@naver.com

tvN ‘대화가 필요한 개냥’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고양이를 부탁해’ 등 반려동물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예능이 많아지면서 많은 수의사들이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데요, ‘고양이를 부탁해’ 프로그램에서 나옹이 나씨, 나옹신으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계신 나응식 수의사(사진)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180828 na1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충북대학교를 졸업하고 그레이스동물병원 내과원장을 맡고 있는 나응식입니다. 현재 한국고양이수의사회 대외협력이사, 서울시수의사회 홍보이사직 등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는 ‘고양이를 부탁해’에 출연하면서 네이버 동물공감판 ‘동그람이’ 감수 등을 본업인 진료와 병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에서 고양이 행동 전문 수의사로 나오시는데 고양이 행동학을 공부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4-5년 전 서울시수의사회에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시수의사회 행동학 연구회’가 발족됐습니다. 전임 회장님께서 행동학을 보급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덕분인데요, 당시 일본에 계신 행동학 전문 수의사들을 만나기 위해 10여명의 수의사 분들과 함께 일본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7박 8일동안 고립된 시골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수업을 들었어요. 돌아와서도 계속 행동학 관련 스터디를 진행하며 3년동안 책을 3권이나 냈어요.

사실 행동학이라는 것이 접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임상에서 ‘필살기’로 작용하거든요. 어떻게 해야 임상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더 효과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기본행동교정과 관련된 영상과 팜플렛도 제작했어요.

- 그렇다면 고양이 행동학은 강아지 행동학과 무슨 차이점이 있나요?

행동학에서는 개나 고양이나 그 본질이 같다고 볼 수 있어요. 다만 둘 사이의 기질이나 본능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방법이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개에 비해 고양이 행동학의 분량이 다소 적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행동학연구의 총합이 100이라면 그 중 개가 70 정도를 차지하고, 고양이가 나머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맨 처음 반려동물 예능에 출연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대화가 필요한 개냥’ 프로그램의 구상단계에서 고양이 쪽을 전문적으로 담당해 줄 수의사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당시 강아지 쪽은 설채현 원장으로 정해져 있었고요.

그러던 중 연락이 와서 미팅을 했는데요, 사실 별 기대를 안하고 갔는데 어쩌다 보니 제가 맡게 되었네요.

- 방송출연을 위해 따로 준비하신 것이 있나요?

물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제가 맡은 고양이 파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며 열심히 준비했어요.

사실 공부도 공부였지만 tvN 출연이 정해지자 마자 먼저 PT를 등록하고 살을 뺐죠(웃음). 일 끝나고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살이 많이 쪘는데 ‘이 모습으로는 나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달동안 5kg을 감량했어요.

- 방송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촬영 시작 전에는 ‘이번에는 어떨까?’ 라는 기대감과 ‘잘할 수 있을 까’라는 걱정이 섞여 복잡한 감정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대화가 필요한 개냥’ 첫 방송 전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리어네어의 래퍼 도끼씨가 나오신다고 해서 팬심 가득한 설렘을 느꼈어요.

반면 ‘고양이를 부탁해’ 첫 방 때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고 할 수 있겠네요. ‘과연 하루 아침에 고양이들의 행동이 교정될까?’ 같은 걱정이죠.

사실 ‘행동교정’이란 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건데 방송에서 그 목표치를 어느 정도로 맞추어야 할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 방송에 출연해서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제일 좋은 건 본의 아니게 자기관리를 많이 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겉으로 비춰지는 모습도 있지만 수의사로 비춰지는 모습이 있기 때문에 수의사의 이미지를 위한 약간의 책임감도 생겼습니다.

또 프로그램을 하나씩 할 때마다 수의사로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이라는 미지의 세계에서도 한 단계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방송이 끝난 후 쫑파티 때마다 메인 피디님이나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려요. 방송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거든요. 못해봤던 것들을 한번 경험해보는 것은 항상 나를 성장시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예비수의사들에게 안 해본 경험을 많이 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어요. 남들이 안 해본 일들을 하는 것은 당장은 못 느끼더라도 돌이켜보면 밑거름이 되고 분명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겁니다.

- 그렇다면 방송 출연 후 나쁜 점도 있나요?

진료 자체에 좀더 집중하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 되죠. 결국 수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건 진료인데 진료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하다 보니 진료실 안에서 예전에 비해 에너지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아요.

방송을 통해 병원이 노출되다 보니 새로운 보호자님들도 많이 오시고 이전보다 기대치가 더 높아질 텐데, 예전에 비해 더 세심하게 진료를 보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부터 찾아 주시는 보호자분들께 피해가 될까’ 그 점이 죄송하죠. 그렇지만 사실..그렇게 바쁘지는 않아요(웃음).

-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시다면

저는 주로 계획을 10년 단위로 세우는 편입니다. 30대의 목표는 ‘동료수의사들에게 인정받고 싶다’였어요. 이제 40대를 위한 목표는 ‘수의사로서 어디까지 확장성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 지를 알아보자’가 될 것 같네요.

진료는 진료대로 하면서 라디오나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든가, 책을 쓰는 등 여태까지 수의사가 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말이죠.

어떻게 보면 일부 수의사들은 유명한 반려견 훈련사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지고 있어요. ‘수의사들은 왜 저러지 못할까’ 안타까워하는 것이죠.

하지만 ‘행동의학’이라는 학문은 수의사의 전문성이 결합될 때 매우 큰 힘을 가질 수 있고 더욱 올바른 행동수정으로 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의사만의 다양한 강점들을 활용해서 다음 세대에게 선례를 남기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기존의 수의사 분들이 나쁘지 않게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버하거나 너무 선을 넘으면 수의사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죠. 그래서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말들이 일반인들에게 영향력이 생기고 파급력이 커지면, 그에 맞는 책임감도 커집니다. 더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항상 겸손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미래의 예비수의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앞으로의 수의사들이 저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역량을 여러 방면에서 적절하게 발휘해 내는 멋진 선생님들이 나올 것 같아요. 한마디로 여러분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거죠.

그러니 자신을 틀 안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의사는 졸업하면 무조건 병원이나 대학원을 선택해야한다’ 같은 정해진 틀 안에서 미래를 규정하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가두는 것이라 생각해요.

여러가지 경험을 쌓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깨고 나올 수 있을 거에요.

여러분에게 열려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 임상수의사로 일하면서 시인이 될 수도 있고 방송일은 물론 책도 쓸 수도 있는 것이고, 여러분은 다양한 조합을 생각할 수 있어요. 임상을 한다고 해서 꼭 임상가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여러 시도를 통해 경험을 쌓아간다면 좋은 기회를 통해 이미 터를 닦아 놓았던 선배들이 언제든지 끌어 줄 겁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틀을 규정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고양이를 부탁해’의 애청자로서 나응식 선생님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를 다방면으로 활용하여 일반인들도 알기 쉽도록 지식을 전달해주는 수의사를 꿈꾸었는데, 운이 좋게도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의 잠재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요. 저와 같은 예비 수의사들이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해 돌아보고, 스스로가 어떤 수의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꿈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채민경 기자 chaemkyung@dailyvet.co.kr

 
오피니언
화제의 신제품

[신간] 화제의 영화 원작소설 `베일리 어게인`:페티앙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