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20] 반려동물암센터 임윤지 원장

등록 : 2018.05.01 14:11:43   수정 : 2018.05.01 14:24:07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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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된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 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아직 전문의 제도는 없지만 임상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진료 분야 전문 수의사(전공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과목을 특화한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그 스무 번째 주인공은 3월 26일 개원하여 반려동물의 종양진단, 종양치료, 항암치료, 전이재발암케어, 노령동물 및 호스피스케어를 다루는 ‘반려동물암센터’ 임윤지 원장입니다. 분당의 한 빌딩 3층에 위치한 반려동물암센터(The Companion Animal Cancer Center)를 찾아 임윤지 원장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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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통질문이다. 수의사가 된 계기가 있나?

20년 전 수의대에 입학할 때는 사실 수의대 말고 다른 전공도 지원했었다. 다 관심이 있던 전공들이었고 세 곳 모두 합격했는데, 최종적으로 수의대를 선택했다. (건국대) 수의대가 서울에 있는 게 젤 큰 이유였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수의사가 나에게 천직인 것 같다. 개, 다람쥐, 병아리, 메추리까지 안 키워본 동물이 없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동물을 많이 키웠다. 그리고 키우던 동물들이 아파서 죽는 걸 경험하면서 동물이나 사람을 치료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수의사는 동물만 치료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호자까지 같이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물과 사람에게 모두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수의사는 참 좋은 직업인 것 같다.

Q. 일반적인 동물병원을 운영하다가 일본에 가서 종양분야를 더 공부했다. 종양 쪽을 더 공부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일본에 가기 전 10여 년 수의사 생활을 했고, 평범한 동물병원을 5년간 운영했었다. 당시 만났던 동물환자들이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걸 보면서, 노령환자들에 대한 케어가 보호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별에 대한 아픔과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다시는 강아지 안 키워”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한 설문조사에서도 ‘강아지를 안 키우는 이유’ 중 30%가 ‘이전에 키웠던 개를 떠나보내는 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더라.

수의사는 물론, 보호자에게도 노령동물을 잘 보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노령동물 쪽에 점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런 찰나에 일본에서 온 이시다 타쿠오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일본에 갈 기회가 생겼다. 일본에 가서 보니 노령 동물환자가 우리나라보다 더 많았다. 일본 수의사들이 노령환자 케어하는 걸 보면서 저렇게 하면 보호자들이 더 안심하고 노령환자 진료를 맡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한국에서도 수의사로 최선을 다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케어하는 일본 수의사들을 보고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일본에서의 비지팅 과정이 끝나갈 때 ‘한국으로 그냥 돌아가는 게 매우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때 일본의 내과 전문의, 종양 전문의가 있는 걸 알게 되고 도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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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일본의 경우 2000년부터 일본동물병원협회(JAHA)인증의 제도가 시행됐으며, 분야별 인정의·전문의제도가 시행 중입니다. 이 중 JAHA 인증 내과 전문의(JAHA Certified Verterinary Internist )와 일본수의종양학회 인정 종양 전문의(JVCS certified Veterinary Oncologist)를 획득한 유일한 비 일본인 수의사가 임윤지 원장입니다.

- 관련 인터뷰 : 최초의 비일본인 출신 ‘일본 수의종양전문의’ 임윤지 수의사(기사 보기)

Q.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우리나라의 2차 진료 동물병원에서 근무하셨다. 그러다가 최근 ‘반려동물암센터’를 차리게 되었는데, 어떻게 암센터 개원을 결심했나?

암을 가진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 내 바람이었는데, 그것을 더 잘해보고 싶어서 별도의 암센터를 차리게 됐다.

우선, 보호자 입장에서는 암 환자 보호자들이 주로 오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즉, 암 진단을 받고 울고 있는 보호자에게 “개가 암에 걸렸다고 우느냐”며 2차적인 마음의 상처를 주는 사람이 우리 병원에는 없는 것이다. 보호자들끼리 서로 공감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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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진료실

수의사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다.

기존 동물병원에서는 진료가 연달아 있으면, 환자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반려동물암센터는 진료 공간을 여유롭게 분리하여 수의사가 충분히 생각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꾸렸다. 보호자들은 환자와 함께 있고, 내가 돌아다니면서 케어해드리면 되니까 좋다.

소형견 진료실, 대형견 진료실, 고양이 진료실 외에 별도로 ‘상담실’도 꾸렸다. 대기 공간도 1차 대기공간, 2차 대기공간으로 구성했다.

실제로 예민한 동물환자가 왔었는데, 상담실에서 조명을 조절해줬더니 거기서 편하게 잔 경우도 있었다. 동물환자가 낯섦을 느끼기 때문에 병원 가는 걸 꺼리는데, 한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기다리고 치료받을 수 있으니까 환자는 물론 보호자의 만족도도 높다. 

종양에 좀 더 트레이닝 되어 있는 스텝들과 일을 하게 되면서 환자들을 더 잘 케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제는 암센터라는 이름으로 병원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 잘하면 좋겠지만, 암 환자만 다루기도 벅차다. 선택과 집중이다. 타이밍도 잘 맞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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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견 진료실, 대형견 진료실, 고양이 진료실 외에 별도의 상담실, 수액처치실 등의 공간을 마련했다

Q. 주요 진료과목은 어떻게 되나?

진료과목은 종양진단, 종양수술, 항암치료, 호스피스케어, 전이재발암케어, 노령동물케어다. 

호스피스케어에는 사실 모든 게 다 포함되는데, 암 치료와도 연관되어 있다.

항암치료를 해도 더는 효과가 없는 순간이 오면, 암에 대해서 치료를 하지 않고 암 환자가 원활한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돕는데 이것이 호스피스 케어다. 하지만, 실제로는 암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식단, 진통, 탈수관리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부분까지 호스피스케어가 필요하다. 호스피스케어는 암 진단과 동시에 시작되는 것이다.

또한 항암치료, 수술 등의 본격적인 암 치료를 제외하고 보조치료, 면역치료, 산소치료, 온혈치료, 재활치료 등을 통해 암 환자는 물론 노령동물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거기에 보호자들의 심리적인 케어까지 하는 게 반려동물암센터의 특징이자 목표다.

진료는 100% 예약으로 이뤄지며, 백신 접종이나, 사상충 예방도 하지 않는다. 미용실도 없고, 용품이나 사료도 없다. 진료 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하고, 일요일/공휴일에 쉴 수 있는 것도 예약진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약진료는 보호자와 수의사가 서로 더 집중할 수 있는 진료환경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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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1차 대기공간…사료, 용품은 일절 찾아볼 수 없다

Q. 과거에는 암 치료라고 하면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만 얘기했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방법이 나오는 것 같다.

최근에는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있는 암을 제거하는 쪽에 초점에 맞췄다면, 최근에는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 면역치료이 관심을 받고 있다. 그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도 시행되고 있다.

코끼리가 암이 거의 없는데, 그걸 연구해보면 암세포가 만들어지긴 하는데 그걸 없애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걸 바탕으로 사람 쪽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핵의학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충북대 동물의료센터에 핵의학과가 오픈된다고 하여 기대가 크다(*편집자 주 : 충북대 동물의료센터 핵의학과가 5월 1일 문을 열었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와 레이저를 이용하여 암 치료를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대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전통적인 치료방법을 효과적으로 대체하는 방법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계속 연구가 되고 있으니 2030년 정도가 되면 암도 정복할 수 있지 않을까?

방사선치료는 현재 하고 있지 않다. 사이즈가 작고 국내 기술로 개발된 방사선 치료장비가 최근 사람 대학병원에 들어갔는데 눈여겨보고 있다.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에서도 방사선치료장비 구매을 추진하고 있는데, 연계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방사선치료도 전제 조건이 있다. 방사선치료에 감수성이 있는 암 환자만 가능하고, 경제적인 여유도 있어야 하며, 반복되는 마취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비용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더 많은 동물 암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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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암센터의 클린벤치, 이곳에서 항암제 제조가 이뤄진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우선 반려동물 종양연구소 설립을 준비 중이다. 현재 사람 항암제, 보조제 등 신약의 동물적용에 대한 연구를 제안받고 검토 중이다. 동물환자들도 사람에게서 사용되는 희귀 약품을 좀 더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

반려동물암센터를 개원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건 ‘동물들도 암 진단을 조기에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말기에 진단을 받으면 도와줄 수 있는 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심장질환이나 신장질환 등 다른 질환들은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진 것 같은데, 아직 암에 대한 조기진단 중요성은 덜 알려진 것 같다. 

반려동물의 암 조기진단이 가능해지는 그 날까지, 반려동물의 암에 대해 전파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보호자는 물론 수의사들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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