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아지 요가 선생님, 노나미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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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함께 하는 요가인 Dog Yoga-도가(Doga) 혹시 들어보신적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강아지 요가를 하는 사람은 현재 단 한 명뿐인데요, 그 주인공이 바로 수의사입니다.

임상수의사이면서 도가선생님이신 노나미 수의사를 데일리벳에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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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요가 중인 노나미 수의사와 반려견 초들이

Q. 강아지와 함께 하는 요가인 도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병을 치료하는 질병중심적인 의료보다 조금 더 보호자와 반려견에 친숙하고 '일상적인' 의료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만들게 된 것이 바로 강아지 요가다.

의료가 일상적이 되려면 먼저 반려견과 보호자가 지금보다 더 함께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가까워질수록 많이 관찰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병이 심해지기 전에 내원할 수도 있고 치료에 더 적극적이 될 수 있다.

이런 문화를 만드는 것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보니 강아지 요가가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무용을 했었고, 반려견과 잘 지내는 성격도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내가 세계 최초로 만든 줄 알고 좋아했지만 알고 보니 외국 사례가 먼저 있었다. 유기견 봉사를 하는 요가강사가 재능 봉사를 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비록 최초는 아니지만 나는 수의사이기 때문에 수의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반려견 건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도가(Doga)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일상적인 의료라는 말이 흥미로운데

모든 생명은 완전히 건강한 상태에서 질병으로 가는 과정 중에 있다. 이러한 과정 중에 특별히 아프지도 완전히 건강하지도 않은 상태를 미병(未病)이라고 할 수 있다.

반려견은 의사소통이 힘든 동물이다 보니 보호자의 관심이 부족하면, 미병 상태보다는 질병에 걸리고 나서야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치료도 힘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

미병 상태에서부터 관리하는 '일상적인' 의료가 가능해지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임상환경이 마련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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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강아지 요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한 번 시작하면 2시간 정도 진행한다. 시간이 길긴 하지만 강아지가 힘들어하면 잠깐 논다던지 하면서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아지가 스스로 동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가 강아지를 안고 요가 동작을 취하거나, 마사지·스트레칭을 시켜주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육체적인 동작 외에 명상 시간도 갖는다. 

강아지 요가는 동작의 완성도보다는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움직이면서 교감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좀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Q. 강아지 요가 수업을 진행 할 때 어려운 점은 없는지

아무래도 반려견이 모이다보면 통제에 힘든 점이 있다. 강아지 여럿이 모이면 서로 친해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한 타임에 6팀 이상은 관리가 어려워 받지 않는다.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아픈 아이는 1:1로 진행할 때도 있고, 아예 보호자 분만 오셔서 배워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Q. 고양이 요가도 있나요?

외국에는 있다고 들었다. 강아지 요가처럼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같이 한다기보다는, 사람이 요가를 할 때 고양이가 와서 노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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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동물병원 임상 근무와 병행하기 힘들지 않나?

힘들기도 하지만 도움이 될 때가 더 많다.

강아지 요가 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서, 임상수의사 연차가 쌓인 것을 봉급인상 대신 휴일을 늘리는 방법으로 임상근무와 병행하고 있다.

임상에 뛰어든 초기에 주6일씩 꼬박 근무했더니 좋아했던 이 일이 오히려 싫어지더라.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하고 싶다.

 

Q. 좋아하는 방식으로 한다는 것에 대해 좀더 얘기해달라

내 목표가 임상수의사로서 동물병원을 개원하는 것은 아니다. 욕심도 없고, 경영할 능력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고 또 잘할 수 있는 일은 '보호자와 수의사를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아지 요가나 보호자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일들이 모두 '보호자와 수의사를 연결하는 일'의 일환이다.

가끔 다른 수의사분들이 '강아지 요가 같은 특이한 일로 관심을 모아서 병원 개원 후 돈을 벌려는 것 아니냐', '보호자들 대상으로 강의하면 잘못된 자가진료만 퍼진다'고 오해를 하셔서 안타깝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아기를 낳은 엄마들이 보는 책 중에 '삐뽀삐뽀119'라는 유명한 책이 있다. 이 책 내용은 한마디로 '아기가 이러이러한 증상을 보이면 병원가세요'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내가 하는 강의도 보호자로 하여금 반려견에 더 친숙하게 다가서면서 스마트하게 관찰하는 법을 알려주고, 그렇게 발견한 증상에 따라 치료받도록 안내해주는 내용이다.

또, 강아지 요가 같이 반려견과 좀더 가까이 지내는 문화가 확산될수록 보호자들이 치료에 보다 적극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병원에 있어보니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반려견과 주인 사이의 결합(human-animal bond)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떤 사람은 폐지 줍는 리어카를 끌면서도 주머니에서 꾸겨진 돈을 꺼내주며 예방접종을 부탁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외제차를 타고 와서도 '그냥 안락사 시켜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반려견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려주고, 교감을 높여주고, 결합을 강하게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동물병원 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Q. 강아지 요가 말고도 다른 쪽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가 무엇인가?

CHA 통합의학대학원 보완대체요법전공으로 진학한 것이 작년이었다. 1년 다닌 후 지금은 휴학한 상태다.

아로마테라피에도 관심이 많다. 사람 에스테틱처럼 강아지 피모를 관리하는 아로마제품을 만들어 동물병원에 적용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의사가 하는 일은 크게 세가지 분야로 나눠진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을 연구하는 수의사 그리고 반려동물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강의하는 수의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꿈은 동물의 목소리를 전하는 수의사가 되는 것이다. 강의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의 사랑스러움과 우리가 반려동물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고 싶다.

[인터뷰] 강아지 요가 선생님, 노나미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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