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의사회, 전문의 제도 도입 청사진 추인..기득권과 구분된 ‘새로운 출발’ 원칙

자체 도입·법제화 투 트랙 속도전, 총괄기구 KBVS 하반기 구성 예고..기존 학회와 논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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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회장 우연철)가 전문의 제도 도입 청사진을 확립했다.

총괄기구인 한국수의전문의위원회(KBVS, Korean Board of Veterinary Specialities)를 자체적으로 구성해 제도화를 먼저 추진하고, 향후 전문의 법제화 내용을 담을 동물의료법 제정과 병행한다. 법제화 이후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설립전문의-디팩토전문의(de facto)-정규전문의로 이어지는 골격은 기존에 민간 학회에서 도입한 전문의 제도와 유사하다. 다만 KBVS가 관련 정책과 진료과목별 프로그램 인증 등에서 중심을 잡는다.

기존의 개별 학회·단체에서 도입한 자생적인 전문의는 인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다만 KBVS의 확인 하에 기존 자격의 전체 명칭을 명시하는 등의 예외를 허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우연철 회장은 “전문의 제도화의 기본원칙 중 하나는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라며 기존 민간 자격과 분리된 ‘새로운 출발’을 강조했다.

5월 30일(토) 세종시티 오송호텔에서 열린 2026년도 대한수의사회 제2차 임원 워크숍에 모인 임원진들은 이날 제시된 전문의 제도 도입안을 추인했다.

올 하반기로 KBVS 구성을 예고한 만큼 기존에 자체 전문의를 운영해온 각 학회와의 논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전문의와 전문 분야의 정의부터 양성체계, 이를 총괄할 KBVS의 구성까지 제도화의 주요 골자를 내놨다.

전문의는 ‘대한수의사회가 구성한 (가칭) 한국수의전문의위원회(KBVS)가 정한 특정 분야에서 의뢰 진료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적인 지식, 술기, 케이스 판단능력 및 윤리성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는 수의사’로 정의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전문의 제도화 사례와 같이 고난도 의뢰 진료를 담당하는 소수의 전문가(specialist)를 전문의의 상(像)으로 제시한 것이다. 전문의는 특정 분야에서 더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에 상응하는 명칭 사용 권한과 책임을 부여 받는다.

전문의가 정해진 전문분야 안에서, 지도 전문의(mentor)에 의한 수련과 케이스 기반 검증을 거쳐 인정되는 자격임도 지목했다. 교수나 박사학위 보유자, 특정 학회의 회원, 장기 경력자, 여타 민간 자격 보유자와 자동으로 동일시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의 제도를 도입할 ‘전문분야’를 지정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명확한 정의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 ▲전문학회, 수의과대학, 임상현장 등에서의 계통체계 ▲KBVS의 인정을 요건으로 삼았다.

특정 학회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위 기준과 수련·검증 가능성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만 전문의 제도를 도입하는 진료과목이 될 수 있다.

다만 어느 진료과목에 전문의 제도를 먼저 도입할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준비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양성체계는 지도전문의가 수련의를 일대일로 지도하는 도제식 수련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지도전문의는 수련의의 실제 케이스 수행과정을 직접 지도·평가한다. 단순히 강의나 단기교육, 서류심사나 경력 만으로는 전문의가 될 수 없다. 최소 케이스 기준을 충족하고 그에 대한 케이스 리포트, 지도전문의 평가, 전문과별 시험 또는 심사를 통해 전문의를 선발한다.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회장

이 같은 제도화 방향은 기존에 민간 학회들이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전문의와 결을 같이 한다. 차이점은 각 전문의 제도의 품질을 관리할 총괄기구인 KBVS를 둔다는 데 있다.

한국수의전문의위원회(KBVS)는 전문의 제도를 도입할 전문분야 인정, 인정 체계 수립, 전문학회·전문과위원회 인증·평가, 전문의 등록·관리를 담당한다. 미국 수의전문의 제도를 ABVS가 관장하는 것과 유사하다.

KBVS는 대한수의사회가 수의과대학, 전문학회 등과 협의해 구성한다. 대한수의사회 산하에 설치하되 전문분야 인정과 자격관리에 실질적인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법제화된 전문의 제도의 감독 권한은 수의사 면허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가지되, 실질적인 제도 운영의 주체는 대한수의사회가 된다. 대수는 산하 KBVS를 통해 실무를 집행하고, KBVS의 인증을 받은 전문학회가 각 진료과목별 수련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전문의를 선발한다.

KBVS는 집행위원회와 인증평가위원회, 각 진료과목별 전문과위원회로 구성한다.

이중 인증평가위원회가 각 전문과위원회(학회)의 전문의 인증기준과 수련 프로그램을 승인하는 등 기술적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인증평가위는 전문의 제도를 운영할 학회별 위원과 대한수의사회 추천 위원으로 인선한다.

전문과위원회는 인증평가위원회로부터 승인 받은 전문의 양성·인증 업무를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설립전문의(founding diplomate)는 각 전문과목별로 최초 1회 한정으로 선발하는 지도전문의다. 시험없이 외부 평가와 서류 심사로 선정되며, 초기 일정 기간의 수련의 교육과 디팩토 선발을 담당한다.

디팩토전문의(de facto diplomate)는 5년 이상의 경력에 더해 설립전문의가 출제한 필기·구술·실기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형태를 제시했다. 각 민간학회별로 임상경력·학술활동 등을 근거로 시험 없이 선발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본지에 최근 보도된 학회별 전문의 관련 소식.
우연철 회장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새로운 출발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전문의 제도화 추진 계획은 투트랙으로 제시됐다. 대한수의사회가 자체 내규를 세워 KBVS 구성과 설립전문의 선발, 수련과정 수립·인증을 차례로 진행한다. 이와 함께 수의사법 전부개정 또는 동물의료법 제정에 해당 내용을 반영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우연철 회장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기존 민간 학회의 전문의와) 지금 수준에서 잘라 시작하지 않고 3~4년이 지난다면 정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문의(전문수의사) 제도 도입을 공언한 것이 2024년이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그동안 각 진료과목별 민간학회가 자체적인 전문의 도입·운영에 열을 올렸다. 그만큼 기존 민간 전문의 자격에 대한 기득권 인정 문제의 부담도 커졌다.

법제화 이후를 기다리지 않고, 대한수의사회가 자체 도입을 먼저 시작하는 속도전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우연철 회장은 전문의 제도화의 기본 원칙으로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 회장은 “이전 민간 자격 문제를 자꾸 고민하면 그 다양한 의견이 수용 불가능한 수준으로 간다”며 “전문의 제도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기존 수의사 분들의 양해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기존 자격에 대해서는 전체 명칭을 명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제한적 활용을 시사했다.

제도 정착을 위한 타임 라인은 5년으로 전망했다. 1년차에 KBVS를 만들고 설립전문의와 수련교과 초안을 마련하는 것을 시작으로 3년차까지 각 전문학회의 전문의 운영 체계에 대한 심사를 완료하고 수련동물병원을 지정한다. 5년차 이후로는 정식 수련 과정만으로 정규 전문의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우연철 회장은 “KBVS 조직 구성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생각하고 있다”며 “농식품부와 협의하여 추후 동물의료법 제정 과정에서 대한수의사회가 전문의 제도의 운영·관리를 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시된 전문의 제도 구축 타임라인

이날 워크숍에 모인 대한수의사회 집행부는 이번 도입안을 공식적으로 추인했다.

‘새로운 출발’을 원칙으로 제시했지만, 기존에 자체적으로 전문의 제도를 도입·운영해온 각 학회와의 논의가 허들로 남아 있다. 이미 수련과정과 시험을 거친 정규 전문의를 여러차례 배출한 내과부터 최근 설립전문의를 지정한 치과까지 과목별 진행상황과 세부 내용도 다양하다.

이날 논의 과정에서도 기존 임상가가 한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려동물 임상이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전문의 제도를 운영해 온 수의병리학, 실험동물의학 등을 어떻게 반영할 지도 과제로 지목됐다.

우연철 회장은 “대한수의사회 집행부가 추인한 도입안을 바탕으로, 각 학회의 상황을 듣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전했다.

대한수의사회, 전문의 제도 도입 청사진 추인..기득권과 구분된 ‘새로운 출발’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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