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헬스 시대, 현명한 항생제 사용 방안


2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본 칼럼은 저자와의 협의를 통해 월간 피그앤포크 2026년 2월호에 게재된 글을 전재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베토퀴놀코리아㈜ 허재승 상무

돼지수의사회 대외정책조정위원장

월간한돈 편집위원

원헬스(One Health)를 축산관련 정책당국이나 관련기관에서 많이 거론하고 있지만 정작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는 각자의 의도나 생각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있습니다만, 원헬스를 조금 느낌 있게 말하면 “동물이 아프면 사람도 아파요”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새가 가지고 있는 질병이 사람에게도 넘어올 수 있어서 무서운 것이죠. 벌써 옛날 얘기처럼 기억됩니다만, 6년 전에 박쥐에서 넘어온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로 전세계가 고생했습니다.

과거에는 사람에게 유행하거나 문제되는 질병은 사람에게서 답을 찾았지만, 앞서 예를 들었던 것처럼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오는 질병을 관리해야만 사람도 건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또 경험적으로도 알게 되면서 원헬스라는 용어가 보다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오는 질병을 관리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원헬스 관리라고 생각하시면 보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덴마크의 MRSA(메치실린내성황색포도알균, 일명 슈퍼박테리아)는 제가 즐겨 인용하는 사례인데요, 위 그래프는 2001년부터 2024년까지 덴마크에서 발생한 MRSA에 대한 통계입니다.

참고로 덴마크는 여러 유럽국가 중에서도 축산분야, 특히 돼지에서의 항생제 사용을 가장 엄격하게 관리해온 나라입니다.

양돈장에서 구매한 모든 항생제들은 VetStat 데이터베이스에 농장 단위로 기록되며 항생제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개선 명령을 받습니다. 이렇게 축산에서 항생제를 유럽 내에서도 가장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RSA발생을 막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덴마크처럼 축산에서 항생제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해도 MRSA와 같은 수퍼박테리아의 발생을 막을 수 없으니 항생제 사용을 더 이상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도 될까요?

이에 대해서는 다음 사항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표는 2024년도 덴마크에서 발생한 모든 MRSA 감염 사례를 유형별로 분류한 것입니다.

돼지가 PED(돼지유행성설사병) 바이러스로 인해 설사를 하면 그 설사 분변을 통해 다른 돼지에게 PED가 전파되듯이, MRSA와 같은 슈퍼박테리아도 결국 세균이기 때문에 질병에 걸린 사람이나 감염 매개체(Vector)를 통해 새로운 사람에게 이동하는 과정이 있어야 질병이 전파될 수 있습니다.

질병의 전파를 막는 방역이라는 개념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세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러므로, 병원 내에서든 병원 종사자를 통해서든 또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서든 MRSA가 전달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야 MRSA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사람에게 중요한 질병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질병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덴마크에서 축산에 사용하는 항생제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이유는 축산 분야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항생제 내성세균의 증가를 막아야만 가축을 통해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내성세균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표에서 보듯이 가축을 통해서 전파되는 MRSA는 전체 감염 중에서 약 2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헬스 관리 차원에서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오는 MRSA를 줄이고자 항생제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입니다.

또한, 덴마크에서 항생제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돼지고기 생산량의 약 80% 이상을 수출하기 때문입니다. 수입하는 국가의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수입품이 자국 제품보다 품질이 월등하거나 가격이 저렴하기를 원합니다. 항생제는 축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농약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항생제를 많이 사용한 축산물은 농약이 범벅된 과일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예전에 모 국가에서 오렌지를 수출하는데 상하지 말라고 농약을 들이붓는 영상이 뉴스를 타면서 해당 오렌지가 오랜 시간동안 기피되었던 사례를 생각해보면, 돼지고기 주요 수출국인 덴마크 입장에서 자국의 돼지고기 품질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항생제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하겠습니다.

*   *

그러면, 이제 항생제의 현명한 사용방안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만약, 덴마크와 같은 돼지고기 수출국들이 한돈은 자기네 돼지고기보다 항생제를 많이 사용해서 품질이 떨어진다고 공격한다면 어떻게 방어해야 할까요?

또한, 항생제 내성이 늘어날수록 떨어진 약발을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니 경제적으로도 분명 손실입니다.

그러므로 항생제를 필요한 곳에는 적절하게 사용하고, 필요 없는 곳에 관행적으로 사용됐던 항생제는 줄여가는 것이 원헬스 시대에 맞는 현명한 항생제 사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들은 원고를 통해 소개하기에는 내용이 많고 농장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다음 사항을 기억하고 실천하였으면 합니다. 항생제 사용시에는 ①주사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②음수는 대안으로서 사용하고, ③사료를 통해 투여하는 항생제는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정책기관에서는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통해서 선택하거나 항생제 중요도 분류에 따라서 사용하도록 권장합니다.

또한, 농장에서는 인력을 포함한 여러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사료 첨가제를 먼저 사용하고 다음에 음수 그리고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주사제를 사용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른 방법에 비해 주사가 힘들고, 피곤하고, 직원들을 숙달시키기도 어려우며, 주사침이 잔류해 페널티를 물게 될까 걱정되기도 하죠. 그래서 농장에서는 점점 기피하는 활동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90%의 항생제가 사료첨가 형태로 투여되고 있기 때문에 농장에서 항생제 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또는 그러한 실적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항생제 투여 방법을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   *

대부분의 산업 현장에서는 급한 일들을 먼저 처리하고 시간이 날 때 중요한 일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중요한 일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것은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만의 축복일지도 모를 정도로 산업 현장에서는 하루 종일 급한 일을 처리하기에도 정말 바쁩니다.

게다가 혼자만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전체가 함께 잘해야 하는 일을 도모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하기 싫더라도 중요한 일을 반드시 하도록 만들기 위해 법과 같은 규제를 만들거나 감시하고 처벌하는 시스템을 새롭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작년 말 덴마크 양돈 및 수의정책 간담회에 참석하면서 보다 합리적인 양돈 환경을 보고 부러움을 많이 느꼈는데, 어쩌면 덴마크에서도 하기 싫은 일을 하도록 권장하거나 교육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국의 양돈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SRA(건강자문계약서)와 VetStat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축산 관련 매체에서 조심스럽게 언급하는 것처럼, 항생제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축산에서 새로운 규제의 이름으로 다가오게 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농장 생산성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또한, 항생제 사용량이 조금 많은 농장이라면 항생제에 의존해서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사양관리나 환경개선에 혹시 조금 소홀하지는 않은지를 검토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조금 더 오래 양돈업을 할 수 있는 우호적인 여건을 만드는 것도 농장과 주변 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원헬스 시대에 맞는 현명한 항생제 사용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칼럼] 원헬스 시대, 현명한 항생제 사용 방안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