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장교 이어 공중방역수의사까지 ‘0명 될 수도’ 20년 만에 제도 존립 위기
국회의원들도 복무기간 단축 ‘전향적 대책’ 주문했지만..막판 추가 모집도 불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식품법안심사소위가 13일(화) 이병진·박덕흠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공중방역수의사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 통과시켰다.
이날 위원들은 법안 개정 취지에 공감하면서 심각해지고 있는 공중방역수의사 미달 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을 주문했다. 보수 현실화는 물론 복무기간 단축까지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공중방역수의사는 올해 임용 절벽을 앞두고 있다. 남아 있는 수의사관후보생이 극히 적어, 이들 모두 수의장교로 뽑히고 나면 공중방역수의사 임용자가 ‘0명’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위기에 정부가 수의장교 및 공중방역수의사의 막판 추가 모집을 타진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병무청은 20일(화)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인 수의사만 대상으로 공중방역수의사 선발 일정을 공고했다.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대공수협, 회장 이진환)는 복무기간 단축, 선발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단축을 위한 법안이 여야로부터 속속 발의되고 있는만큼, 공중방역수의사 복무기간 단축을 위한 법 개정안도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중방역수의사법 개정안 법안심사소위 통과
수급 정책, 수당 적정 지급 법적 근거 마련
이병진 의원안은 농식품부장관이 국방부장관과 협의해 공중방역수의사의 적정 수급을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에 공중방역수의사의 신규 편입 현황 등 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반영하고, 공중방역수의사의 공급·배치 현황, 근무형태 및 처우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공표하도록 했다.
유사한 대체복무제도인 공중보건의사를 대상으로 농어촌의료법이 이와 유사한 수급관리 및 실태조사 제도를 2024년초 이미 법제화했다는 점을 반영했다. 당해 9월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가 이병진 의원실을 방문해 법안을 함께 제출하기도 했다.
국회 전문위원실도 “최근 현역병 또는 사회복무요원에 대하여 복무기간이 단축되고 급여가 인상되는 등 지속적으로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복무기간이 더 긴 현역 수의장교 및 공중방역수의사를 선택할 유인이 감소했다”며 적정 수급을 위한 입법 필요성을 인정했다.
박덕흠 의원안은 공중방역수의사에게 현재도 지급되고 있는 수당·여비의 지급과 현황조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시했다. 기존에 농식품부 예규인 ‘공중방역수의사 운영지침’으로 운영하던 사항을 법으로 상향했다.

법안소위 국회의원들, 실질적 처우 개선·복무기간 단축 주문
문금주 ‘보수 현실화에 중앙정부 재정 지원 필요’
전종덕·임미애 ‘복무기간 단축 논의 필요’
정부 측은 소극적 답변에 그쳐
이날 소위를 통과한 공중방역수의사법 개정안들은 직접적인 처우 개선보다는 이를 뒷받침할 법적 토대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실태조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고, 수당 미지급 지자체에 대한 제재 조항을 일부 만드는 정도다.
이에 대해 소위 위원들은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공중방역수의사 처우 개선, 복무기간 단축을 위한 전향적인 대책도 주문했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은 공중방역수의사 미달을 유발하는 보수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방 차원에서 보수·수당을 현실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농식품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재정당국과 협의하여 공중방역수의사 보수의 일부를 보조해주는 등 특단의 대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지자체에 주어지는 방역 관련 사업비의 사용범위를 완화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것을 수의사에게 다 기댈 수 없다”며 업무의 민간 이양을 시사했다. 보수 등 처우 개선으로는 공중방역수의사 미달 현상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전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무기간 단축도 핵심 과제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비례)은 공중방역수의사들이 가장 큰 미달 원인으로 ‘37개월로 과도하게 긴 복무기간’을 꼽았다는 점을 지목하며 적극적인 검토 필요성을 지적했다.
전 의원은 “처우 문제도 있지만 복무기간이 가장 중요한 요구”라며 “공중방역수의사들이 계속 미달하니 질병이 돌면 업무가 너무 과중된다. 종합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공중보건의사의 복무기간을 26개월로 줄이자는 논의가 있다”며 공중방역수의사의 복무기간 단축을 공중보건의사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전문위원실도 “최근 현역병 또는 사회복무요원에 대하여 복무기간이 단축되고 급여가 인상되는 등 지속적으로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병역의무자가 상대적으로 복무기간이 더 긴 현역 수의장교 및 공중방역수의사를 선택할 유인이 감소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종구 차관은 “국방부와 논의는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답했다.

2026년 선발부터 역종분류 회피가 막히면서 공중방역수의사, 수의장교 모두 선발 인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의장교 0명에 이어 공중방역수의사 0명 우려
국가시험 응시생 대상 수요조사 벌이면 추가 모집 타진했지만..결국 불발
공중방역수의사 제도 도입 20년만에 존립 위기로
최근 3년간 임용된 공중방역수의사는 2023년 127명, 2024년 103명, 2025년 102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모두 정원(150명)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수의장교 선발을 회피하기 위해 일단 수의사관후보생 신분을 포기했다가 연초 공중방역수의사 추가모집을 지원하는 ‘역종분류 회피’가 원천 차단되면서, 수의장교는 물론 공중방역수의사까지 선발 절벽을 맞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수의장교 임관자가 ‘0명’을 기록할 정도로 수의장교 기피현상이 심한데, 수의장교를 먼저 선발한 후 남은 인원이 공중방역수의사로 편성되는 구조이다 보니 지원자가 줄어들수록 수의장교 기피현상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2024년 미리 선발됐던 수의사관후보생은 79명이다. 연간 요구되는 수의장교와 공중방역수의사 인원을 합치면 180명이 넘는데, 애초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거기다 2024년과 2025년에는 이미 역종분류 회피가 극심했다. 2024년에는 수의사관후보생 중 37명만 역종분류 시점까지 남아있었고, 2025년에는 수의장교 임관자가 0명에 그쳤다.
때문에 2024년 선발 후보생의 취소인원은 기존보다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취소인원은 국방부 규정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남아있는 수의사관후보생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장교 수요도 맞출 수 없으니, 공중방역수의사 임용 인원은 ‘0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수의장교·공중방역수의사 추가 모집을 타진하기도 했다.
본지 학생기자단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주 수의사 국가시험 응시를 앞둔 남학생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모집이 진행될 경우 지원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담당부서 요청으로 진행된 해당 수요 조사는 수의장교와 공중방역수의사를 일정 비율로 나누어 선발하는 방식을 전제했다. 단기 수의장교 기피 현상을 고려하여 지원자 총원이 적더라도 공중방역수의사로 선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함으로써 지원자를 늘리려는 조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해당 추가 모집은 결국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은 20일(화) 수의사인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를 대상으로 2026년 공중방역수의사 선발 일정을 공고했다.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로만 신청 자격을 국한한만큼 선발인원이 많을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공중방역수의사 임용 절벽은 현실화 수순으로 돌입한 셈이다. 2007년 제1기 공중방역수의사(당시 공익수의사)가 임용된 지 20년만이다.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단축 법안, 여야 속속 발의
공중방역수의사 복무기간 단축 법 개정안 필요
대공수협 ‘처우개선 만으로는 수급 어렵다’
복무기간 단축·선발 방식 변화 촉구
설령 국가시험 응시자 대상 설문조사로 타진했던 추가 모집이 성사됐다 해도, 예년과 같이 100명 이상의 공중방역수의사 인원을 확보할 수 있었을 가능성은 낮다.
현역 입대 결심을 굳힌 졸업예정자들이 이미 졸업 후 입대할 일정을 확정한 경우가 많다는 후문도 들린다.
애초에 수의사관후보생 인원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결국 복무기간 단축이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의관·공중보건의사의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관련 법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는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비례)이 지난해 5월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병역법·군인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정동만 의원(부산 기장군)은 지난달 복무기간을 2년 2개월로 단축하는 같은 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여당에서도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부천시갑)이 공보의 복무기간을 2년으로 조정하는 농어촌의료법·병역법 개정안을 1월 15일(목) 대표발의했다.
특히 단기 의무장교의 복무기간을 2년 혹은 2년 2개월로 단축하는 군인사법 개정안의 경우 통과되면 의무장교에 속하는 단기 수의장교까지 적용된다.
이에 발맞춰 공중방역수의사의 복무기간을 줄이기 위한 공중방역수의사법, 병역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공수협은 처우 개선에 관한 입법계의 관심에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처우 개선만으로는 공중방역수의사 인력 수급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공중방역수의사 인력 수급 부족 문제의 본질은 수의장교와 공중방역수의사의 복무 여건 인식 격차에 있고, 이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중방역수의사의 처우가 좋아져도 여전히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공수협이 전국 10개 수의대에 재학 중인 남학생 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공중방역수의사와 수의장교 중 수의장교로 복무하길 희망하는 학생은 단 2%(10명)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 중 수의사관후보생 지원 의사가 없다고 밝힌 264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었을 때에도 “현역병에 비해 긴 복무기간(243명)” 및 “수의장교 복무 가능성(178명)”이 응답의 다수를 차지했다(중복응답).
이진환 회장은 “공중보건, 가축방역의 전문인력인 수의사가 군이나 공공 분야에서 제 직능을 발휘하는 대신 현역병으로 복무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면서도 “수의사의 일반적인 진로를 고려한다면, 단기간에 군 복무를 마치는 것이 수의사 개인에게는 유익이 되는만큼 현역병 복무를 선택하는 학생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수의사 개인의 유익과 사회적 유익이 합일에 이르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복무기간 단축, 공중방역수의사 선발 방식 변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