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과학자’ 문준호 전북대 수의대 수의산과학 신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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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이 문준호 박사를 수의산과학 교수에 신규 임용했습니다.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한 문준호 교수는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거친 후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부설 아동병원(The Hospital for Sick Children)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형질전환 동물 등의 연구를 진행해왔는데요,

여러 바이오 기업와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등을 두루 거치며 연구를 이어온 그는 스스로를 ‘수의사 과학자’라 소개합니다.

전북대학교에서 연구와 산업, 임상을 아우를 문준호 신임 교수(사진)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이번 9월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새로 오게 된 문준호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수의산과학 및 생명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이후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부설 아동병원 The Hospital for Sick Children (SickKids)에서 약 4년간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귀국 후에는 형질전환 동물을 연구하는 기업들에서 일하다가 이후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에서 연구교수로 심부전 관련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곳에서 1년 반가량 근무한 뒤 전북대학교에 부임하게 되었네요.

저는 스스로를 ‘수의사 과학자’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너무 좋고 또 너무 좋습니다.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오랜 꿈이 있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전북대 수의대가 익산에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데요(웃음), 사실 제 처가가 익산이라 1년에 두어 번은 방문했고, 오고 가며 학교 건물을 보곤 했습니다. 이런 인연이 있는 전북대에 오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특히 전북대에는 제 연구와 밀접한 기관들이 있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동물장기이식연구소, 한국동물용의약품평가연구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그리고 새로 지어지는 실험동물센터까지 모두 제 관심 분야와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동물장기이식연구소는 제 전공과 직결되는 곳이어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또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저는 배우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며 새롭게 깨닫는 과정을 좋아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교수’라는 직업을 꿈꾸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고 발견해 나갈 수 있어서 교수라는 직업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지도교수님이 창업한 형질전환 소를 만드는 벤처기업에 연구팀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후 제넨바이오에서 형질전환 돼지를 제작해 원숭이에 장기를 이식하고, 이식 후 개체를 관리·분석하는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기업에서의 연구도 의미 있었지만, 결국 제 연구를 하기 보다는 기업의 방향에 맞는 연구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제 연구를 하고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교수라는 꿈을 놓지 않고 꾸준히 도전한 끝에 전북대에서 오랜 꿈을 이루게 되었어요.

저는 한 때 6.25 피난민촌이었고, 현재는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이라는 자그마한 부산의 어촌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자연을 벗 삼아 노닐다 보니 바다와 산에 인간과 같이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생명체들이 궁금해졌어요. 처음에는 이름을 찾아보는 정도의 호기심이었는데, 점점 모든 생명체의 생활사를 알아가고 있는 저를 발견했네요. 그렇게 생물, 유전, 그리고 생명공학 등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면서 자랐습니다.

단순한 관심과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생명의 신비로움과 존엄함에 대한 배움을 심화하고, 아픈 생명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수의과대학을 선택했고, 수의사 과정을 밟으면서도 수의학 전공 공부와 함께, 제가 좋아하는 분자생물학, 유전학, 생명공학 등의 과목도 성실히 공부했어요.

그래서 수의대의 여타 대학원 중에서 생명공학을 심도 있게 다루면서도 수의사로서 임상과도 인연이 있는 ‘수의산과학 및 생명공학’을 선택하였습니다.

원래는 형질전환 돼지를 이용해 질환 모델을 만들거나 이종장기 이식용 돼지를 만드는 연구를 했습니다.

돼지는 임신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보니 연구 속도도 그만큼 느릴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번식 주기가 짧고 실험적인 기술이 앞서 있는 마우스를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형질전환 마우스를 연구하는 실험실을 찾다가 토론토에 있는 아동병원을 알게 되어서 캐나다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는 형질전환 마우스를 이용해서 간헐적 단식 관련 연구를 했습니다. 마우스에서 간헐적 단식 이후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adipokine 중 한 물질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했어요.

박사후연구원 시절은 많이 힘들더라고요. 일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온 가족이 타지에서 살아내는 일상 자체도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데리고 5년 정도 캐나다에서 살았는데 가족들의 응원과 격려로 견딜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대동물과 소동물을 아우르는 지식과 경험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찾아갔던 웅장한 나이아가라 폭포가 제일 생각나네요. 가끔 혼자 Rainbow bridge를 건너 미국에 입국해서 미국 쪽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오기도 하고, 하루 온종일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라트바이오는 형질전환 소를 이용해서 인간에게 유익한 단백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여러가지 단백질들이 우유에서 나오게 만들기 위해 소를 형질전환하는 연구를 주로 했어요.

제넨바이오는 이종장기 이식용 형질전환 돼지를 만드는 기업이에요. 여기서는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하고, 그 돼지의 장기를 원숭이에게 이식하고, 수술 후 관리 등을 담당했습니다.

이식된 장기의 정상 작동 여부도 모니터링했고, 추후에 이식 장기에 대한 분석까지 진행하는 등 수의사와 과학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현재 차세대 심장보조기기를 개발해서 심부전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개발된 차세대 심장보조기기를 래트, 토끼, 그리고 돼지에서 실험해보고 싶어서 수의사를 구하게 되었고, 제가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특히 돼지를 이용한 실험을 주도했는데, 먼저 정상 돼지의 심장 위에 심장보조기기를 장착하고 정확한 심장의 전기신호를 읽어내는 지 관찰했고, 다음으로는 심부전이 있는 돼지의 심장 위에 심장보조기기를 장착하려 했습니다.

심부전 모델은 급성과 만성 모델을 제작하는 중인데요. 급성의 경우 수술적인 방법으로 심장의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감소시키고, 만성의 경우 고지방식이와 고혈압 유발하는 약물을 병행해서 유도합니다.

심장보조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공대는 기기의 정상 작동 여부를 궁금해하고, 의대는 이 기기가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이 사이에 저는 ‘왜’ 이 기기가 효과가 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요. 그래서 현재도 서울대병원과 협업을 하면서 기전을 분석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좀 전에 말했듯이 현재 심부전 관련해서 예방과 치료 기전 및 원리를 찾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왜?’를 찾는 것이죠.

집중적으로 할 연구는 이종장기 이식입니다. 이 연구를 하고 싶어서 이제까지 달려오기도 했고요. 또 제 능력이나 기술을 펼칠 수 있는 환경과 시설이 전북대에 조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대동물 연구도 할 계획입니다. 소에서 백신 접종 후 불임이나 발정 이상이 관찰되기도 하고 발정시간, 분만시간을 체크하는 게 어려운데, 이게 곧 경제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다양한 유전자가 조절된 형질전환 소를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소동물 임상 연구인데, 자궁축농증 환자는 수술 후에 보통 살이 찝니다. 이를 예방 및 치료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다 애착이 갑니다. 제 희로애락이 담겨 있거든요. 그래도 하나만 고르라면 돼지 불멸화세포 관련 논문입니다.

보통 세포는 수차례 분열하면 더 이상 분열이 되지 않아서 실험하기가 곤란합니다. 마우스에는 불멸화 세포가 많은데 당시에 돼지 불멸화 세포는 없어서 직접 만들기로 했죠. 이후 불멸화 세포를 이용한 체세포 핵이식으로 산자가 만들어지는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새끼 돼지가 태어나지 않아서 좌절하고 있었어요.

그 때, 유전자가위를 만들던 협업 회사에서 본인들이 만든 유전자가위를 test하는 세포가 마우스 유래였는데, 이 제품을 마우스에 적용하면 형질전환 마우스가 잘 만들어져서 문제가 없는데, 돼지나 소를 형질전환하는 곳에 제품을 납품하면 ‘작동이 잘 안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만든 돼지 불멸화세포를 주고, 그 세포로 유전자가위 screening을 진행했더니,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입니다.

실험이 항상 처음에 예상한 것처럼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몸소 느끼게 해주었던 논문이라 기억에 많이 남네요.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미래를 전망하기가 참 어렵습니다만, 그 중 제가 주로 연구하는 형질전환 동물이나 이종장기 이식은 앞으로 점점 각광받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형질전환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8개월 이상 투석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봐도 이종장기 이식의 미래가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 그리고 자신감입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실험 결과가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러면 자신감이 점점 떨어져서 바닥을 치는데 그때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뚫고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석사·박사 및 수련과정을 거치면 사람이 깨진 유리 식탁처럼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깨지고 저렇게 깨지는데, 그 조각을 다 모아서 최종으로 깨진 유리지만 식탁을 만들어 가는 게 배움의 과정인 것 같아요.

다음으로 탐구심도 중요합니다. 배움의 끝에 가보면 거긴 답이 없어요. 그동안에 배웠던 건 답이 있잖아요. 배움이라는 건 답 없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위해 미리 답이 있는 문제들로 답을 찾으며 연습하는 것과 같아요. 그 끝에 도달했을 때 답이 없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하는 걸 좋아합니다. 수영, 야구, 탁구, 유산소 운동 등 몸을 움직이는 대부분을 좋아합니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가족들과 이곳 저곳 여행 다니는 것도 즐깁니다.

주변 교수님들과 학생들에게서 최선을 다해서 수업, 연구, 진료, 그리고 봉사를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리고 전북대 수의대가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자그마한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산과는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은 과목이에요. 수업 준비를 하다 보면 해부학 책을 다시 보기도 하고, 생리학을 접목하는 등 모든 분야가 융합된 학문입니다.

현재 트렌드는 소동물 위주인데, 소동물 위주로 한정하면 산과학이 펼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드니 대동물 산과학도 수업 시간에 많이 담으려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동물 파트는 학생들의 흥미가 적을 수 있겠지만 최대한 재미있게 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한 산과학에 관심이 있거나 생명공학에 관심있으면 산과대학원 문을 두드려 주세요. 대학원생 절찬리 모집 중입니다(웃음).

황유진 기자 pinkberryh122@gmail.com

‘수의사 과학자’ 문준호 전북대 수의대 수의산과학 신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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