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국감] 인체약 동물병원 공급 불법 배송? `악법임을 방증한다`
서영석 의원 ‘동물병원에 인체약 배송, 약사법 위반’ 지적..수의사회 ‘도매상 공급으로 규제 개선해야’
동물병원이 인체용의약품을 도매상이 아닌 약국에서 공급받도록 한 현행 규제가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경기 부천정)은 약국 9곳이 동물병원 인체약 공급의 99%를 담당하고 있다며, 불법 정황을 제시했다. 도매가 아닌 의약품 배송은 약사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수의사회는 수의사가 진료에 필요한 약품을 ‘B2B’로 확보하는 통로를 소매점인 약국으로 제한한 것이 오히려 불합리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마약류 의약품도 도매상에서 공급받는데, 전문의약품은 도매상에서 공급받지 못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9개 약국이 전국 동물병원 인체약 공급 99% 차지
약사법상 금지된 의약품 배송 의심
서영석 의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약국에서 인체용 의약품을 공급한 동물병원은 3,568개소다. 공급건수는 42만 6천여건, 공급수량은 263만개에 달한다. 전년대비 60~70% 증가한 수치다.
서 의원은 “현재 동물병원은 약 4,600개소인데 나머지 동물병원은 어떻게 인체용 의약품을 구매해 사용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지가 식약처로부터 제공받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인체용을 포함한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한 동물병원 3,423개소다. 실질적으로 동물을 활발히 진료하는 동물병원을 추산할 수 있는 두 수치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서영석 의원은 특정 시도에 있는 약국이 다른 시도에 있는 동물병원에 인체약을 공급한 경우를 주목했다.
약사법상 도매가 아닌 약국에서의 의약품 판매는 점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배송은 불법이다. 멀리 떨어진 동물병원으로 인체약이 공급됐다면 불법 배송을 의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서 의원에 따르면 다른 시도 소재 동물병원에 인체약을 공급한 약국은 9개소다. 그리고 그들이 전체 인체약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 인체약을 공급받은 동물병원의 99.4%, 공급수량의 99.6%를 이들 9개 약국이 담당했다. 한 약국이 많게는 953개 동물병원에 85만개의 인체약을 공급했다.
서영석 의원은 “특정 약국들을 중심으로 다른 시도,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시도에 수십만개의 인체용 의약품을 공급한 기록은 약사법 위반에 해당되는 ‘의약품 배송 행위’로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병원이 무법천지 행태로 약사법을 위반해가며 인체용 의약품을 공급받았다면, 그것이 사람의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지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단속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99%가 지키지 않는다면 ‘법이 이상한 것 아니냐’
마약류도 도매상에서 받는데..전문의약품만 약국에 직접 가서?
대수 ‘인체약 도매상에서 공급 받도록 규제 개선해야’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된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인체약을 쓰지 않으면 반려동물을 제대로 진료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이면 사실상 모두 인체약을 쓴다.
서영석 의원의 지적은 이들 동물병원의 99%가 불법적으로 약품을 다룬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법이 이상한 것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법하다.
서 의원이 거론한 약사법 대로면, 동물병원을 연 수의사는 주변 약국에 직접 가서 필요한 인체용 의약품을 사와야 한다.
하지만 대한수의사회는 “약품유통체계상 약국은 주변 동물병원에 약품을 공급하는 도매상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약국은 기본적으로 주변 병의원에서 처방하는 약품 위주로 구비한다. 동물진료에 필요한 약품을 준비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수액이나 주사제 등 동물병원은 쓰지만 약국이 처방전을 받아 판매할 일이 없는 약이라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조제·판매하면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달리, 동물병원에는 유통을 지원하는 체계도 없다. 오히려 별도의 관리대장까지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전문의약품보다 더 엄격히 관리하는 마약류 의약품은 오히려 도매상을 통해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의사회는 2007년부터 동물병원이 도매상에서 인체약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과 규제 개선을 다각도로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서영석 의원은 이날 “반려인이 자신의 병원비보다 반려동물의 의료비가 더 많이 나오는 현실에 버거워하며 표준화되지 않은 의료비 체계 개선을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현행법처럼 개별 약국에서 인체약을 공급받게 되면 진료비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도매상을 통해 공급하게 하여 규모의 경제를 유도해야 동물병원 공급가도 낮아지고 진료비 청구 부담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사용은 적지만 특정 동물 환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희귀의약품까지 취급할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동물병원 인체약 공급·사용내역 전산보고 도입 주장
서영석 의원은 6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동물병원의 (인체용 의약품) 오남용이 어떤 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은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eVET)에 보고하도록 했지만, 동물병원의 인체약 사용에는 보고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물병원으로의 인체약 공급을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보고하도록 하고, eVET과 해당 센터의 정보 연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동물병원 인체약 사용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제안해 주신 방안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