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실기·전담조직까지 수의사국가시험 대수술 필요’ 첫 관학토론회

문제은행 지렛대로 필기시험 개편, 실기시험 도입 위해 모형실습 인프라 확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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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와 한국수의과대학협회가 7월 23일 김천 검역본부 본원에서 관학토론회를 개최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한국수의과대학협회(한수협)가 수의사 국가시험과 실무 교육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7월 23일(목) 김천 검역본부 본원에서 관-학 협력방안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국가시험을 주관하며 가장 많은 수의사들이 근무하는 정부기관인 검역본부와 10개 수의과대학 학장단이 이끄는 한수협이 수의학 교육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정록 검역본부장은 “시대의 요구상이 변화한 데 반해 검역본부와 수의대의 협력체계는 더 견고해지지 못했다”면서 “수의사 인력 양성은 검역본부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 시작이 될 국가시험 제도 개편에 여러 의견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최정록 검역본부장(왼쪽), 주홍구 한수협 회장(오른쪽)

국가시험 주관부서인 검역본부 기획조정과 강순례 과장은 현행 국가시험의 한계를 지목했다.

반려동물 의료 수요가 고도화되고 재난형 동물질병 대응과 식품 안전성 확보, 원헬스 역량 등 사회가 요구하는 수의사 역할은 커졌다. 하지만 필기 100%인데다 문제해결형 문항 비중도 높지 않은 현행 국가시험은 수의사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실기시험을 도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시행은 요원하다. 수의과대학에 임상실습 교육 개선을 이끌어내는 강제력도 갖추지 못했다.

2023년 3명에 그쳤던 해외 수의대 졸업생 응시인원이 빠르게 늘어 2026년 26명에 달했지만, 서류심사만 하다 보니 사전검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검역본부의 국가시험 업무 담당자는 단 1명인 채로 머물러 있다. 관련 예산도 단회 시험 운영에 초점을 맞춘 연 1.7억 원에 그친다. 지난 수십 년간 하던대로 할 뿐 변화를 시도할 사람도 돈도 없다.

국가시험 개편 관련 연구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건국대 남상섭 교수도 이날 발제에 나서면서 “지난 50년 간 국가시험에 큰 변화는 없었다. 시대가 요구하는 수의사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순례 과장은 ▲문제은행 도입 ▲외국대학 졸업 응시자 관리 ▲시험관리 전담조직 구성 ▲실기시험 도입을 주요 개편 과제로 제시했다.

검역본부 강순례 기획조정과장이 국가시험 현황과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수의사 국가시험은 350문항(기초100, 예방100, 임상130, 수의법규·축산학20)이다. 시험 직전 과목별 수의대 교수진이 3일간 출제장에서 합숙하며 문항을 만든다.

매년 벼락치기 출제를 반복하다 보니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수의대 교수만 출제자가 될 수 있는데 기피 현상까지 있다 보니 출제 인력이 한정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남상섭 교수는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은 모두 문항을 공개하는데 수의사만 못한다. 부끄러운 일”이라며 “출제장에 모인 소수가 그때그때 문항을 결정하다 보니, 출제를 한 교수도 문제가 잘못됐을까봐 전전긍긍한다”고 말했다.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는 2023년 국가시험 문항을 공개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항소 끝에 결국 패소했지만, 그만큼 높아진 학생들의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강순례 과장은 “전체적인 문제 품질관리 개선 없이는 문항 공개에 부담이 있다”면서 단순한 문항 축적을 넘어 난이도·변별력·오류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국가시험 문항 품질관리 체계를 설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항 축적과 변별도 분석을 포함하는 문제은행 구축을 중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남상섭 교수도 상시 출제와 출제자 풀(pool)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교수는 물론 박사급 전문가로까지 출제자를 늘리고, 국가시험을 출제할 때는 평소에 만들어 검토까지 마친 문항들을 선별·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남상섭 교수는 NAVLE 사례를 인용하며, 현행 ‘과목별’ 배분에서 ‘축종별’ 배분으로의 개선을 제언했다.

필기시험의 구성 기준도 ‘과목’에서 ‘축종’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남 교수는 “가령 염소수의사가 부족하다면 국가시험에서 염소 관련 문제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NAVLE은 수의사 진료수요 등을 반영해 축종별로 문항 비율을 조정한다”면서 “한국은 과목별로 배분하다 보니 어떤 축종에 대한 문제가 얼마나 나오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국가시험 문제가 수의사의 종합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수의학 지식’에 대한 평가와 분리해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일본의 사례처럼 임상교육 진입 전(본2말) ‘기초수의학종합평가’를 먼저 치르고,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시험은 NAVLE와 같은 문제해결형 문항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수의교육학회가 2022년 수의사·수의대생·수의대 교수 1,3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6%가 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진료 역량을 갖춘 수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임상술기 실습교육이 중요한데, 수의과대학들이 실습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강제력을 부여하려면 실기시험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강순례 과장은 “실기시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도입 시기나 방식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창 교수는 최근 견학한 바르셀로나 수의대의 사례를 들며 모형 실습교육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패널토론에 나선 전북대 이기창 교수는 표준화된 모형 실습교육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향후 실기시험을 도입한다면 살아있는 동물이 아닌 모형을 대상으로 평가할텐데, 그러자면 수의과대학에서 모형으로 교육·연습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연습해야 할 술기나 모형에 갖춰야 할 기능이 대학별로 큰 차이없이 일관되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이기창 교수는 “임상실기평가의 목표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54개 항목을 담은 수의기본임상실기지침”이라면서 “그 활용의 핵심이 모형 실습”이라고 지목했다.

아직 서울대·건국대 정도만 모형 실습실을 따로 만들었는데, 다른 수의과대학까지 균질한 임상모형을 구비해 교육해야 추후 실기시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기창 교수는 “설령 오늘 (실기시험 도입을) 하자고 결정해도 6년 후에나 시행할 수 있다. 지금부터 표준안을 만들고 재원을 확보해나가야 10년 후를 바라볼 수 있다”며 조속한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장

국가시험 변화를 이끌 조직이 없다는 그간의 지적도 반복됐다.

이제껏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처럼 별도의 시험관리 조직을 신설하거나, 대한수의사회에 맡기는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됐지만 실질적인 논의로 진전되진 못했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장은 “수의사 국가시험 이관을 주도적으로 요청하지는 않겠다”면서 “관계기관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수의사 단체가 수의사 선발을 관장하는 것이 예민한 문제임을 지적하면서도, 수의계의 기관·단체 중에 국가시험을 운영할만한 행정력과 논의체계를 갖춘 곳을 달리 찾기 어렵다는 고민도 내비쳤다.

남상섭 교수는 “국가시험위원회의 실질적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국시위원회는 대학별, 기초·예방·임상과목별, 남녀 비율 등을 모두 고려하다 보니 위원 인선이 제한적이고, ‘하던대로 하기 위한’ 회의만 연 4~5회 열 뿐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나 연구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과목별 교수위원회나 관련 학회 인사를 참여시켜 전문성을 확보하고, 국가시험 개편을 위한 연구팀이나 연구용역을 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초수의학종합평가, 국가시험 본시험, 실기평가, 동물보건사 자격시험까지 합하면 별도의 시험관리 조직을 신설할만한 규모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귀띔했다.

강순례 과장은 국가시험 관리 기관을 검역본부로만 규정한 현행 수의사법 시행령의 개정을 단기 과제로 지목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전담조직 구성 방향은 “다양한 의견이 있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필기·실기·전담조직까지 수의사국가시험 대수술 필요’ 첫 관학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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