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팜의 대표실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언제든 대표와 상의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옵티팜 사내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 곳에서 옵티팜 대표 김현일 수의사를 만났다.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김현일 대표님의 여정과 ㈜옵티팜의 이종장기 연구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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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의사로 시작하여 어떻게 대표까지 되었나요?
처음에는 임상을 꿈꿨어요. 하지만 군대를 병역 특례로 가서 연구소에서 5년 근무를 했는데, 그때 연구에 재미를 붙였죠. 그렇게 첫 번째 직장에서 8년 8개월을 일했습니다.
두 번째 직장인 이 곳에 차장으로 입사해 1년 정도 일하다가 회장님께 진단센터를 제안했어요. 그렇게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동안 진단 전문 수의사로서 진단센터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다 덜컥 회장님이 경영을 맡아 보라고 하셔서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경영을 하고자 결정할 때 고민 따위는 없었습니다. 늘 경영자가 되어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살았기 때문에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15년차 옵티팜 대표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Q. (공통질문) 경영자로서의 수의사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부분도 있나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보람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전 직원 82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리로 책임감이 크지만 회사가 성장했을 때 보람은 엄청납니다. 하루하루가 굉장히 재미있어요.
Q. 김현일 대표님의 하루 일과는 어떤 가요?
아침 7시 반에 출근해서 40분간 해외 사업을 위한 영어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와 있는 것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삶의 위치와 방향을 재점검하는 명상을 20분 정도 해요. 제 자리가 몸이 아닌 머리로 일하는 자리다 보니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죠.
8시 반부터는 커피와 함께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합니다. 전자 결재를 하고, 중요한 기사들은 에버노트 앱으로 스크랩하죠. 나머지 시간은 보통 미팅시간으로 채워집니다. 대표실 문은 항상 열려 있죠. 누구든지 상의하고 싶거나 물어보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든지 와서 미팅을 합니다. 짧은 미팅은 20건, 그 이외의 시간에는 미팅 예약을 잡아 놓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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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현일 대표님의 달력을 확인해보니 인터뷰 시점인 2월부터 3월까지 미팅스케줄로 꽉 차 있었다.
Part 5. 형질전환돼지들
옵티팜이 개발하고 있는 이종장기 형질전환돼지를 알아보기 위해 김현일 대표님과 동행하여 회사 내부를 탐방했다.
형질전환돼지를 보기 위해서는 건물 밖으로 나가서 ‘생명자원연구센터’라는 또 다른 입구로 들어가야 했다. 그만큼 외부 감염원으로부터 오염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별도의 소독 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던 나는 바깥에서 모니터로만 검역실에 있는 형질전환돼지를 볼 수 있었다.
모니터로 보이는 검역실 내부는 최첨단 DPF시설로 모든 공기를 필터로 거르고, 섭씨 22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거의 완벽한 사육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따라서 형질전환돼지에게는 백신접종도 필요 없었다.
형질전환돼지 중에서 가장 유전자 편집이 많이 이루어진 개체는 8개 유전자가 편집되었다. 8개 유전자중 4개 유전자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Knock Out, 나머지 4개 유전자는 Knock In 되어 있었다. 곧 영장류에게 심장 이식이 진행될 개체였다.
모니터의 돼지들을 자세히 보니 농장의 돼지들과는 다르게 꼬리가 잘리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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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돼지 꼬리를 자르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돼지는 민감한 동물입니다. 암모니아 수치가 10ppm이상만 되어도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성이 증가하다 보니 꼬리를 보면 깨물어서 출혈이 생기고 상처를 통해 감염이 생깁니다. 그래서 농장에서는 꼬리를 자르죠.
하지만 우리는 스트레스가 없어요. 꼬리가 있어도 깨물려고 하지 않죠. 농가의 돼지들과는 다르게 작업하는 사람들과도 유대가 있어서 사람 곁을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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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형질 전환 돼지가 연구원을 졸졸 따라다니고 연구원에게 장난치는 것을 보며 연구원과 정서적 교감이 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매일 하루 2번 검역실 청소를 하며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형질전환 돼지의 배아를 현미경으로 보았다. 동그랗게 여러 개의 배아가 붙어 있는 상태였다. 곧 2세포기, 4세포기를 거쳐 난할의 과정을 거칠 아이들이다.
난자의 핵을 제거한 후 공여세포를 난자 안에 넣고 세포를 융합시켜 공여세포의 핵이 들어간 원셀상태(수정란처럼 보이는 상태)로 만든다. 이렇게 만든 배아를 체외에서 배양하면 세포가 분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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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종장기 연구 개발의 현 위치가 궁금합니다
옵티팜은 매출 이익의 대부분을 R&D 예산에 투자하고 있어요. 국가 연구비 지원을 통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죠.
형질전환돼지의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할 때는 수의사가 아닌 의사가 직접 돼지의 심장을 적출하여 영장류에 이식하는 수술을 합니다. 수의사가 하면 좋겠지만 아직 수의학계에서 심장 이식이나 간 이식 수술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인력이 확보되지 않았고, 훗날 최종적으로는 돼지 장기를 사람한테 이식해야 하기 때문인 점도 있죠.
이종이식수술이 진행될 때에는 수의사도 참관합니다. 나중에는 수의사가 적출하고 의사가 이식하는 것으로 진행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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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대 학생으로서, 언젠가는 이종장기이식 시장이 성장해 외과 수의사와 외과 의사가 협업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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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팜의 동물임상평가센터와 생명자원연구센터를 탐방하며 다양한 수의사들을 만났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일부 수의사들은 컨설팅 수의사에서 진단수의사로, 진단수의사에서 경영자로 과감히 진로를 바꿨다. 아직 학생의 시각에서는 이직에 대한 생각이 유연하지 않았기에, 이들의 도전에 놀라웠다.
하지만 옵티팜의 수의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무리 안정적인 직업이라 해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의사에게 진로란 정해진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향과 가치관에 맞는 분야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여정이다. 학생기자단은 오늘도 진로 고민에 도움이 되고자, 수의사라는 모험에 선배들과 동행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삶은 크고 작은 모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의사라는 길을 선택한 우리는 때론 멈추기도, 달리기도, 누군가와 함께 걷기도 하며, 바른 방향을 찾아갑니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은 하루동안 선배님들(동료 수의대생)의 모험에 동행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수의사들(개척해 나갈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 [어드벳(vet)쳐]에서 우리들의 특별했던 하루를 전합니다.
국내에는 다양한 병성감정 기관이 있다. 국립기관과 지자체 진단기관을 비롯해 전국 10개 수의과대학, 민간 연구소 및 기업에서도 병성감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병성감정은 농가에서 의뢰받은 가검물을 분석하여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확산을 방지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일련의 진단검사 행위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국내 가축방역 및 검역 체계를 강화하고, 축산업의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
㈜옵티팜은 2024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시행한 질병진단 정도관리에서 민간병성감정기관 부문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선정한 민간 진단기관 부문 우수기관이면서, 이종장기 R&D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인체 장기이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종장기이식 연구용으로 특별히 생산된 형질전환 돼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로서 이곳 수의사분들의 역할이 더욱 궁금해졌다.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옵티팜을 직접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Part 1. 유전자 검사실에서 만난 수의사
㈜옵티팜 동물임상평가센터에 들어서자 전실, 중앙실험실, 혈청검사실, 유전자검사실, 세균검사실, 부검실로 공간이 나뉘어져 있었다. 연구원들의 일도 분업화되어 있었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의뢰된 검체를 분석하며 병성감정을 진행하고 있어, 체계적인 분업이 잘 이루어진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수의사 선배님을 찾아간 유전자 검사실에는 가검물로부터 추출한 유전자를 증폭하는 real-time PCR 4대, conventional PCR 5대 및 전기영동 장치 등 분석에 필요한 일련의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이 곳에서 real-time PCR 검사 결과에 대해 논의 중이던 ㈜옵티팜의 동물임상평가센터 팀장 신성호 수의사를 만났다.
그는 돼지 임상수의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으나 ㈜옵티팜에 입사하면서 동물진단업무로 진로를 변경했다. 팀 내에서 실험실 운영에 대한 총괄관리, 검사 시스템 감독 및 의뢰 건 결과물에 대한 검증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양돈 실무 경력을 쌓은 경험이 있기에 현장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있다. 각 질병 검사가 왜 필요한 지, 검사 결과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잘 알고 결과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농장동물의 질병 진단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는데, 정기진단검사를 통한 병성감정과 직접 생체 또는 부검을 통한 병리학적 진단으로 나뉜다.
㈜옵티팜에는 1년에 약 10,300여건의 검사가 의뢰되고 있다. 하루에만 40~60개 농장에서 검사를 의뢰한다. 혈청검사 시료 개수만 월 9,000개가 넘는 이곳은 가검물에 대한 진단검사를 가능한 24시간 내에 완료해 결과서를 발송한다.
그렇다 보니 내가 팀장님을 만났을 때도 실험실은 무척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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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팀장 수의사로서 하루 일과가 어떤 가요?
아침에 출근해서는 실험실 장비들이 잘 유지·관리되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전화업무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현장 수의사분들과 진단 결과값에 대한 부분을 상의하거나 각종 고객 응대를 합니다. 가령 고객이 어떤 질병이 의심된다고 의뢰할 때 어떤 가검물을 채취하여 우리에게 보내줘야 하는지 알려드려야 하죠.
그리고는 회사에 진단 검사 프로세스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들을 관리, 감독하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질병 진단 항목들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오전 9시반부터 업무를 시작하는데 약 1시간 정도면 접수가 다 들어옵니다. 의뢰 건을 점검하고, 가검물에 대한 적정성과 검사항목에 대한 적정성을 판단하죠. 검사 결과가 나오면 내용을 검증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Q. (공통질문) 돼지 임상수의사에서 옵티팜의 질병진단 수의사로 일을 바꾼 후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나요?
임상 수의사로서는 현장에서 진단하고 컨설팅하면서 개선되는 것들을 눈으로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진단 수의사는 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됩니다.
임상수의사처럼 육안으로 현장을 보진 못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어떤 질병이 어떤 지역에 유행 중이고 어떤 방향으로 전파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는 거죠. 진단분야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도 배우는 것들이 많습니다.
양돈수의사의 꿈을 갖고 현장에 갔었지만 지금 자리가 훨씬 더 만족스럽습니다.
Q. 수의대생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농장동물 수의사는 먹거리 산업의 일원이지만, 경제성을 떠나 국민의 건강과 보건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학생들이 이러한 관점으로 수의사의 영역을 확대하여 이해하고 이 업무에 접근을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분명히 어떤 수의사는 반드시 해야 할 역할들입니다. 질병 진단에 전문성을 갖춘 수의사가 담당해야 할 일들이죠. 그럼에도 졸업생들이 그런 분야로 많이 진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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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록 현장에서 일하는 수의사는 아니었지만, 항상 현장과 가까이 있으며 현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질병을 진단하는 수의사였다. 그는 비임상과 임상의 경계에서 매일 국내 농가의 질병을 막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질병 진단 수의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사 결과를 해석하고, 일정한 프로세스를 따르면서 다양한 검사와 연구를 수행해야 하므로 꼼꼼한 성격과 논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에게 적합하다. 농장을 방문하여 직접 치료하고 컨설팅하는 것보다 실내에서 질병의 발생 원인을 연구하고 예방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신성호 수의사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옵티팜에 가검물을 의뢰하러 온 황재웅 수의사를 만났다.
Part 2. 매일 여행을 떠나는 수의사
황재웅 수의사는 서울사료 솔루션팀장으로서 거래처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가금수의사다. 정기적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사양가들에게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한다. 닭의 생애주기별 사양관리를 기본으로 질병 및 영양도 함께 관리한다.
현장에서 경험적으로 진단할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병성감정이 필수적이다. 오늘도 농장에서 컨설팅을 하고 가검물을 의뢰하기 위해 옵티팜에 방문했다고 한다. 특히 옵티팜은 다른 병성기관에 비해 결과가 매우 빠르게 나오기 때문에 옵티팜을 이용한다고도 덧붙였다.
황재웅 수의사에게 농장동물 수의사의 삶에 대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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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하루일과가 어떤 가요?
가금수의사는 농장에 직접 방문해야 하기에 병원에 있기보다 농장으로 바로 출근하게 됩니다. 농장마다 미리 약속을 잡고 방문하게 되니 보통 정해진 일정으로 일을 하죠.
농장동물의 경우 진료나 컨설팅을 기다리기보다 본인의 의지에 맞추어 일정을 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평소에는 정기적인 일정으로 컨설팅하는 것을 주업무로 하고, 진료나 컨설팅 요청 연락을 받게 되면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경하는 식이죠.
소동물 임상처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일 수도 있겠네요.
Q. (공통질문)가금수의사로서의 진로를 택하기 전과 후 예상과는 다른 점이 있었나요?
소동물임상을 위해 동물병원에서 인턴으로서 일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병원이라는 공간이 답답했고, 넓은 필드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향했죠. 소, 돼지, 닭 중에서 고민을 하다 가금수의사로 진로를 정하게 되었고 지금처럼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배울만한 기회나 자료가 없다는 점이 애로사항이었어요. 소동물은 인턴십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세미나, 컨퍼런스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데 농장동물은 아직 학습이나 교육에 대한 체계가 미흡하여 기초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3~5년 정도의 수련을 잘 이겨낸다면 희소성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옵티팜이라는 병성기관에 많은 검사를 의뢰하여 결과를 확인하고 분석하면서 가금수의사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10여년 전에 비해 축종을 정해서 전문수의사로서 활동하려는 경향이 증가했습니다. 병성감정을 통해 진단을 하는 것은 매우 발전적인 모습이죠. 제가 가금수의사를 시작했던 시기보다 현재는 역량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 되었고 무엇보다 가금수의사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어요. 하지만 아직도 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아쉽기만 합니다.
현재는 매일 농장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여정이 여행 같기도 합니다. 전국을 다니며 농가에 들르는 김에 각 지역에 유명한 맛집들을 찾아가기도 하죠. 유동성 있는 스케줄 조정이 가능하고 가정에 보다 충실할 수 있는 것은 가금수의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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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실내에서 일하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지거나, 전국을 활보하며 활동적인 삶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농장동물 수의사는 적성에 맞는 직업일 수 있다. 실제로 농장동물 수의사는 다양한 지역을 이동하며 현장에서 직접 동물을 진료하고 농가와 협력하는 등 활동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현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니 농장동물 수의사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농장동물 수의사의 수가 현저히 부족하여, 효율적으로 경력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수 없는 상태로 보인다. 농장동물 수의사 유입을 늘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산업동물 컨설팅 수의사는 실내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것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일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특히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 또한, 고정된 일정보다는 스스로 스케줄을 조정하며 유동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황재웅 수의사는 학생들에게 “MBTI도 다양하듯이 수의사도 각자의 성향에 맞는 분야가 있을 테니 진로의 폭을 넓혀달라”고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점심 이후에는 오후 3시에 있을 자돈 부검에 참관하기 위해 스크럽복으로 갈아입었다. 부검실에 들어가기 전 방역복, 장화, 마스크를 모두 단단히 착용하였다.
이는 의뢰된 사체에 확인되지 않은 감염성 병원체가 있을 가능성을 감안하여 부검을 참관한 내가 다른 장소로 병원체를 운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역 조치이기도 하다.
Part3. 부검실에 들어가다
농장에서 신경증상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개체들이 발생하여 그중 한 마리가 의뢰되었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누워있는 상태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처럼 보이는 패들링을 하던 개체였다.
이 신경증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진행됐다(부검 사진은 서술로 대신하겠다).
부검 담당 수의사는 내부 장기의 병변을 보고 어떤 검사를 해야 할지 항목 선정을 해야 한다. 각 내부 장기의 병변 정도를 확인하면서 검사에 필요한 장기를 채취한다. 관절과 근육을 보며 이상여부를 확인한다. 여기까지도 문제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목덜미에 주사한 약제가 간혹 뇌실 쪽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후두골과 환추(atlas) 사이도 확인했지만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다음 톱으로 두개골을 6각형으로 잘라서 대뇌를 노출시켰다. 3겹의 뇌막 중 경질막까지 제거하면 그제서야 뇌막하 공간의 염증삼출물 증가로 뇌 주름에서 이랑과 고랑의 경계가 흐려지게 되는데, 부검 당시에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더 정확한 감염 여부 파악을 위해 채취한 장기는 항원검사 및 세균배양검사로 넘어가게 됐다.
부검 담당 수의사는 세밀한 증거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예리한 관찰력과 분석력이 필요하다. 동물 사체를 다루는 데 거부감이 없어야 하며,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질병의 원인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부검실을 나온 후, 부검실에 가지고 들어갔던 휴대폰을 소독하고 환복을 했다. 그렇게 옵티팜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김현일 대표님을 만나러 갈 준비를 마쳤다.
아랫줄 왼쪽부터 Kaywalee Chatdarong 출라롱콘대 산과학 교수, Navapon Techakriengkrai 국제협력본부장, 이봉주 전남대동물병원장, 정만복 수의안과학 교수, 김하정 수의내과학 교수, 윗줄 왼쪽부터 김유빈, 신성범, 이혜원, 최지후, 조경연 대학원생
전남대학교동물병원(병원장 이봉주 교수) 의료진이 6일(금) 태국 방콕에 위치한 출라롱콘대학교 소동물병원(The Small Animal Teaching Hospital of Veterinary Medicine of Chulalongkorn University)을 방문해 양 기관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문은 정만복 수의안과학 교수와 김하정 수의내과학 교수, 그리고 수의안과학교실 소속 대학원생들이 6월 4~6일(수~금) 3일간 태국 방콕 IMPACT에서 열린 제17차 태국임상수의사회(VPAT) 콩그레스/제7회 아시아수의전문의협회(AMAMS) 학술대회에 참석한 뒤, 학회 마지막 날 이봉주 동물병원장의 합류를 계기로 이뤄졌다.
참고로, 출라롱콘대학교 Kaywalee Chatdarong, Padet Tummaruk 교수는 지난달 전남대 수의대를 방문해 기초 및 응용 생식 과학 분야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전남대동물병원 관계자들은 출라롱콘대 동물병원의 운영 시스템과 진료 환경을 견학했다.
출라롱콘대학교는 태국을 대표하는 명문 국립대학이다. 방콕에 있는 소동물병원은 11층 규모로, 아시아 최대 규모 대학동물병원 중 하나다. 동물병원 진료 수의사만 80명이 넘으며, 하루에 400~500마리의 동물을 진료한다.
또한, 개와 고양이의 혈액은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응급 중환자 치료와 재활 치료도 진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신경과, 종양과, 비뇨기과, 침술과 등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왼쪽부터 Kaywalee Chatdarong 교수, Navapon Techakriengkrai 국제협력본부장, 이봉주 원장, 정만복 교수, 김하정 교수
이날 양 동물병원은 ▲진료 협력 ▲연구 협력 ▲인력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 기관의 상호 MOU 체결을 위한 사전 논의로서 큰 의미가 있었다. 전남대 동물병원은 빠른 시일 내 출라롱콘대동물병원 측의 한국 방문과 정식 MOU 체결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봉주 전남대동물병원장은 “출라롱콘대학교 소동물병원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학 동물병원으로, 진료 시스템과 인프라, 전문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인상 깊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양 기관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을 확인했고, 진료 및 연구 협력뿐 아니라 인력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린벳(GreenVet)은 반려동물 토탈 헬스케어 실현을 목표로 지난 2020년 12월 설립된 회사입니다. 동물진단검사 서비스를 기본으로, 말 태반 추출물을 이용한 반려동물 영양제 JBP 플라센타 EQ, 프랑스 반려동물 스킨케어 브랜드 더모센트(Dermoscent) 등 수의사의 진료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제공하죠.
그린벳의 동물진단검사의 경우, 국내 최초로 콜드체인 물류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 야간 수거를 시작해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린벳이 이러한 ‘콜드체인 바이오 물류 운송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GC의 자회사로서 가족사인 GC cell과 연계된 전국 60여개 영업소, 400대 이상의 수거 운송차량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야간 수거를 통해 신선한 검체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검사할 수 있게 되면서 수의사와 반려동물,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편의성이 대폭 높아졌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일요일에도 검체 수거가 이뤄집니다.
그린벳은 또한, 전체 직원 68명 중 수의사가 12명에 달할 정도로 수의사 중심의 회사입니다.
마치 GC녹십자의료재단이 800여 명의 임상검사 전문 인력 중 50여 명의 전문의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GC녹십자의료재단은 1982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임상검사 전문의료기관으로 5,000여개의 일반검사 및 특수검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간 1억 건의 검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린벳은 국내 반려동물 업계 최고 수준의 LAB 시설을 보유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린벳 랩투어를 다녀온 수의사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장비와 시설, 높은 관리 수준에 놀라움을 표합니다. 과연 그린벳 LAB 시설은 어땠을까요? 데일리벳이 직접 다녀왔습니다.
GC녹십자 구성캠퍼스
그린벳 LAB은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GC녹십자 구성 사옥에 있습니다. 검사실 면적만 215평이 넘는데, 최적의 검사를 제공하기 위해 확장 이전한 지 3년째를 맞았습니다. GC녹십자의료재단의 검사실 구성과 동선, 시설을 많이 참고했다고 합니다. “사람 검사기관으로 인증받는다는 생각으로 검사실을 구성했다”는 게 그린벳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참고로, 그린벳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인증을 받은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유하고 있고,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동물용의약품등 시험실시기관으로 지정받았습니다(동물용의약품, 동물용의료기기).
낮, 밤 할 것 없이 접수되는 수많은 검체는 검체 접수 공간에서 바코드 처리됩니다. 검체의 종류와 의뢰된 내역을 확인한 뒤 바로 바코드가 붙기 때문에 검체가 바뀌거나 분실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모든 장소는 온도와 습도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시약의 안정성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여름에 난방을 틀기도 하고, 한겨울에 냉방장치를 가동하기도 합니다.
LAB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공간은 문서고였습니다. 다양한 검사보고서와 함께 ‘정도관리’ 문서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검사장비의 정도관리 중요성은 백 번, 천 번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정도관리는 검사의 정밀도(precision)와 정확도(accuracy)를 점검하는 절차다. 검사장비의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으면 진료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정도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검사를 했는데, 정상범위를 넘어선 검사 수치가 나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결과가 ‘정말 환자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인지, 환자는 괜찮은데 검사기계나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헷갈린다면 진료의 근간이 흔들립니다. 후자의 가능성을 제외하기 위해 정도관리는 필수입니다.
그린벳은 정도관리는 매우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장비를 언제, 누가 시행했고, 그 데이터는 어땠다는 결과를 회별로, 일별로, 월별로 모두 기록하고, 서류로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장비 입고 평가서도 있었는데, 어떤 장비나 시약을 도입할 때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시행하고, 해당 평가를 통과해야지만 실제 검사에 이용한다고 합니다.
특히, 동일한 회사에서 만든 같은 모델의 장비도 장비별로 입고 평가를 하고, 정도관리를 따로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린벳 분자 검사실에는 동일한 PCR 장비가 8대 있었는데, 8대 장비 평가서가 다 별도로 존재했고, 정도관리도 8대를 각각 따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1번 PCR 장비는 똑바로 검사되는데, 6번 PCR 장비가 제대로 검사가 안 되면 안 되잖아요”. 그릿벳 관계자의 말입니다.
그린벳은 동일한 PCR 장비 8대를 갖추고 있다.
그린벳 LAB은 크게 5개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일반검사실, 면역검사실, 분자검사실, 미생물검사실, 조직검사실).
각 검사실 앞에는 해당 검사실에서 근무하는 한국수의병리전문의(KCVP), 한국수의진단전문가(KVD)의 인증서가 붙어있었습니다. 한국수의병리학회와 시험·인증위원회 심의를 통해 인증하는 전문자격입니다. 그린벳에는 현재 2명의 수의병리전문의와 3명의 수의진단전문가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조직검사실 앞에 있는 한국수의병리전문의(KCVP) 자격증
일반검사실(Clinical Diagnostic Lab)에서는 다양한 혈액검사가 수행되고 있었습니다. 혈청화학검사는 로슈(Roche)의 COBAS C702 장비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ISE(Ion Selective Electrode)법과 Photometric analysis법을 이용한 전자동 생화학분석기로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검사를 정확하게 수행하는 장비입니다.
현재 그린벳의 혈액화학검사 23종은 전부 이 장비로 검사가 이뤄지는데 100개 샘플을 검사하는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검체를 넣은 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검사자의 부주의로 검사 결과가 잘못될 가능성도 없었습니다.
내분비 검사는 지멘스(SIEMENS)의 IMMULITE 2000XPi 장비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자동면역(내분비) 분석기로 부신호르몬, 갑상선호르몬 등 다양한 내분비 검사를 합니다. CBC 검사는 시스멕스(sysmex)의 XN-1000V 장비를 사용 중이었습니다.
혈액도말을 자동으로 해주는 장비도 눈에 띄었습니다. 환자 및 검사 항목에 따라 맞춤형으로 슬라이드를 만들어 줍니다. 예를 들어, 빈혈이 심한 환자, 탈수가 심한 환자의 슬라이드를 시스템에 따라 다르게 만듭니다. 도말을 완벽하게 하기 때문에 검사자의 도말 능력에 따른 변동성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린벳 관계자는 “고가의 장비지만, 검사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세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COBAS C702
IMMULITE 2000XPi
그린벳 검사실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100% 수의사 및 임상병리사입니다. 그만큼 전문성이 보장된 검사가 수행됩니다. 또한, 검체의 바코드화부터 검사, 결과 입력까지 자동화되어 있다 보니 결과 보고서에 잘못된 수치가 입력될 가능성 자체가 없었습니다.
“일부러 숫자를 바꾸지 않는 이상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그린벳 측 설명입니다.
면역검사실에서는 알러지 검사와 ELISA 검사 등이 수행되고 있었습니다. 알러지 검사는 동물 전용 장비를 사용합니다.
ELISA 검사는 개, 고양이 항체가 검사가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항체가 검사를 하는 키트는 자체 개발됐습니다. 개는 8종(Adenovirus, Parvovirus, Coronavirus, Parainfluenza virus, Influenza virus, Distemper virus, Bordetella bronchiseptica, Rabies virus), 고양이는 7종(Calicivirus, Coronavirus, Herpesvirus, Panleukopenia virus, Bordetella bronchiseptica, Chlamydia felis, Rabies virus)에 대한 항체가 검사가 가능하고, 톡소플라즈마나 심장사상충 검사 등도 면역검사실에서 수행 중이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에 많이 활용되는 ANA(Antinuclear antibodies) 검사는 그린벳에서 자체 진행하는 검사인데, 형광현미경을 통해 항핵항체를 확인합니다.
그린벳의 또 하나의 강점은 GC녹십자의료재단과의 협력입니다. 현실적으로 국내 동물검사기관에 내재화하기 어려운 검사는 GC녹십자의료재단을 통해서 검사합니다. 약물농도검사, 결석검사 등이 대표적입니다.
분자검사실에서는 PCR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개, 고양이 전염병 검사가 주로 이뤄집니다.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검사를 다 하는데, 100개 이상의 원인체를 각 항목별로 직접 패널을 개발해서 PCR 검사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자동핵산추출 장비를 이용해 검사의 속도를 대폭 높였기 때문에, 동물병원에서 전날 의뢰한 PCR 검사 결과를 다음날에 받아볼 수 있습니다.
미생물 검사실에서는 혐기성 세균, 호기성 세균, 곰팡이를 모두 검사하고 있었습니다.
배양된 미생물은 Biomerieux사의 VITEX MS 장비로 균동정을 하고 특히, 항생제 감수성 검사의 경우 써모 피셔의 Sensititre™ARIS HiQ™ 장비를 올해 새롭게 세팅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그린벳이 써모 피셔 본사에 의뢰해서 그린벳만을 위한 항생제 검사 패널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수의사들의 수요와 국내 동물병원 임상 현장을 고려해서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항생제 리스트를 만든 것이죠.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했는데, 원하는 항생제가 빠져있거나, 우리나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항생제가 포함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혐기성 세균에 대한 감수성 검사도 시작했습니다.
Sensititre ARIS HiQ
마지막으로 조직검사실을 둘러봤습니다. 그린벳 측은 “판독 의뢰 수, 판독량, 판독 수준이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직검사실 인력은 총 9명인데, 그중 5명이 수의사였습니다(4명은 임상병리사). 하루에 조직 80개, 세포 20~30개 정도를 검사하는데, 슬라이드의 경우 스캐너를 통해 스캔을 하고 내부 서버에 파일을 업로드한 뒤 판독자들이 현미경이 아닌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판독합니다. 조직의 경우, 예비판독-본판독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판독 결과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결과 보고서에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어서 의뢰한 동물병원에서 전화로 궁금한 점을 전공자에게 쉽게 물어볼 수도 있었죠.
또한, 슬라이드 스캔, 판독, 결과 LIS(동물진단검사 의뢰/결과 확인 시스템) 입력이 모두 시스템화되어 있기 때문에 빠르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슬라이드를 옮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린벳 랩투어를 하면서 느낀 점은 그린벳이 수의사와의 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동반자로서 시너지를 내고 반려동물 진단 및 검진 검사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간혹, 외부 랩으로 검사를 의뢰하면서 검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린벳에 의뢰할 때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사업(TNR 사업) 숫자와 투입 세금이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TNR 사업에 사용된 세금은 전년 대비 14.75% 증가했다.
2024년 1년간 총 133,235마리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인천, 광주, 세종, 경기에서 TNR 실적 감소…나머지 지자체는 모두 증가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연간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지원 사업(TNR 사업)을 통해 전국적으로 총 133,235마리의 고양이가 중성화됐다.
연간 TNR 실적은 2022년 10만 마리를 처음 넘어선 뒤, 2023년 12만 마리를 돌파했고, 지난해 13만 마리를 초과했다. 국내 길고양이 TNR 실적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7년 연속 증가 중이다.
최근 3년만 살펴보면, TNR 사업을 통해 중성화수술을 받은 길고양이는 104,434마리(2022년)→121,537마리(2023년)→133,235마리(2024년)였다. 연간 증감률은 각각 16.4%, 9.6%에 달한다.
인천(-1.0%), 광주(-20.0%), 세종(-35.3%), 경기(-2.8%)에서 TNR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했고, 나머지 광역지자체는 모두 TNR 마릿수가 전년보다 증가했다. 전남의 경우 55.8% 늘었다.
TNR 사업에 투입된 예산 역대 최초로 260억원 돌파
길고양이 TNR 사업 실적이 늘어나면서 투입되는 세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전국 지자체 길고양이 TNR 사업 비용은 총 260억 2,986만원으로 전년(226억 8,330만원) 대비 약 14.8% 증가했다.
TNR 사업에 투입된 세금은 2017년 48억, 2018년 67.9억, 2019년 90.8억 등 매년 늘어나 2020년 100억 돌파, 2023년 200억원 돌파에 이어 지난해 260억을 넘어섰다. 최근 3년간 증감률은 61.2%, 17.0%, 14.8%다.
지난해 TNR 사업을 가장 많이 시행한 지자체는 경기도였다. 경기도는 2024년 1년 동안 약 55억 4천 만원을 투입해 총 28,858마리의 길고양이를 중성화수술했다. 전체의 21.7%에 해당하는 수치다. 단, 2022년(25.2%), 2023년(24.4%)에 이어 3년 연속 비율이 감소했다.
경기도의 뒤를 경남(15,759마리, 11.8%), 서울(14,841마리, 11.1%), 부산(10,097마리, 7.6%)이 이었다. 서울과 경남의 순위가 바뀌었다. 단, 투입 세금은 경기도→서울→경남→부산 순이었다.
2025년 반려동물 의료분야 최신 산업·연구 교류 심포지엄이 6월 4일(목)과 5일(금) 양일간 진주 경상국립대 수의대에서 열렸다.
경상국립대와 국립축산과학원이 함께 마련한 이번 행사는 ‘국내 반려동물 의료 정책 및 산업 동향’과 ‘반려동물 질병 예방 관리 최신기술 동향’을 주제로 최신 현황을 조명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동물복지, 동물질병예방 등 연구분야 협력을 위한 수의과대학(경상국립대, 전남대, 전북대)과의 MOU 체결 후속 조치로 매년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2022년 8월 경상국립대 수의대, 2023년 6월 전북대 수의대, 2024년 6월 전남대 수의대에 이어 네 번째로 다시 경상국립대 수의대와 공동주관 행사를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구복경 과장(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과 송호철 대표(더존비즈온), 서민수 교수(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복은영 연구사(국립축산과학원 가축질병방역과), 조우재 소장(제일사료 수의영양연구소), 최용호 교수(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석준 교수(경상국립대학교 컴퓨터과학부) 등이 연자로 나섰다.
첫째 날 1부 강연은 정책 및 산업 동향을 주제로 ▲반려동물 법의학 검사 체계 및 최근 사례 ▲산업계 관점의 반려동물 헬스케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방향과 산·학·관 협력의 중요성 ▲반려동물 의료샘플 뱅킹시스템의 국내외 현황 및 향후 제언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2부에서는 ▲유전자 분석 기반 반려동물 신체 나이 판정 기술, ▲반려동물 처방식의 국내외 현황과 국산 제품의 경쟁력 향상 방안, ▲이종이식용 동물 생산의 국제 동향과 수의학적 응용 전망, ▲인공지능을 활용한 반려동물 BCS(체형지수) 예측 사례 등 반려동물 관련 첨단 기술을 소개했다.
둘째 날에는 경상국립대 수의대와 부속 동물병원 견학이 이어졌다.
이번 심포지엄을 주관한 경상국립대학교 수의산과학 이성림 교수는 “반려동물 의료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관련 산업의 확장성 또한 매우 크다. 국내 반려동물 의료기술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최신 산업기술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인 접목이 필수적”이라면서 “이번 심포지엄은 이러한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수의학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라고 전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VIP동물의료센터 케이스컨퍼런스는 VIP동물의료센터 전 지점(성북·청담·동대문·노원·서초점) 수의사가 한자리에 모여 주요 증례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단순한 발표 자리를 넘어, 진료의 질을 함께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제3회 케이스 컨퍼런스는 ‘위기의 순간, 최선의 선택 : 합병증 치료의 결정적 순간들’을 주제로 진행됐다. 예를 들어, 관절 수술에 대해 발표한 노원점 조서현 원장은 pin migration, implant failure, avulsion fracture, 감염 등이 발생한 케이스와 이를 통해 배운 점을 공유했다.
새로운 치료 방법도 관심을 받았다.
청담점 진희정 과장은 리센스메디컬의 벳이즈(VetEase®)를 이용해 엑소좀을 아이스니들링(IceNeedling™)한 피부 증례 케이스를 소개했다. 벳이즈는 엑소좀이 포함된 액체를 미세 동결 입자로 만들어서 초음속으로 표피층에 주입해 준다. 약물의 화학적 변화를 유발하지 않고, 통증 없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교통사고에 의한 창상, 수술 후 장력에 의한 괴사, 혈관염, 탈모(Alopecia X) 환자는 물론 최근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화상 환자까지 다양한 피부 손상 케이스에 벳이즈 엑소좀 아이스니들링을 적용한 결과, 1~2회 적용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보였다. 다만 Alopecia X나 피부 전층이 파괴된 화상 케이스 등에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진희정 과장이 Exosome ice needling(Vetease)을 통한 피부 손상 극복 사례를 발표 중이다.
성북점 안승엽 원장은 음압창상치료(NPWT)를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유선 전적출술 이후 발생한 피부 괴사 케이스에서 음압창상치료가 회복에 큰 도움을 줬다.
해당 케이스에서는 시지바이오(CGBIO) 욕창치료 장비 ‘큐라시스’가 사용됐는데, 현재 큐라시스를 임상에 적용하는 동물병원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은 물론, 거북이 등 수생동물에도 적용한 사례가 있었다.
성북점 임가현 팀장은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엑소좀(Exosome) 치료에 대해 발표했다. 언제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에 주목했다.
전 지점 수련의가 참가한 ‘도전! 수련의 골든벨’에는 전 지점 수련의 14명이 참여해 임상수의학 퀴즈 대결을 펼쳤다. 제2기 임상수의사 프라임코스의 강의 내용과 임상수의학 관련 질문이 출제됐으며, 입상자에게는 한우세트, 백화점상품권 등이 증정됐다.
VIP동물의료센터 측은 “임상에서 마주했던 위기의 순간들과 그 긴급한 상황에서 수의사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선택을 내리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해 이번 케이스 컨퍼런스 주제를 ‘위기의 순간, 최선의 선택 : 합병증 치료의 결정적 순간들’로 잡았다”고 밝혔다.
최이돈 VIP동물의료센터 대표원장은 “임상수의사로서 환자가 기대했던 결과를 보이지 않을 때, 최선을 다했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가장 힘들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하면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발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민의 순간마다 수의사로서 지식과 경험, 팀워크를 총동원하여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며 “VIP동물의료센터 의료진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고민하고, 때론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임상적 통찰이 이번 발표를 통해 많은 분께 울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5년 제3회 VIP동물의료센터 케이스 컨퍼런스 녹화 영상은 6월 20~22일(금~일) 3일간 인벳츠(inVETs)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2년령 수컷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전신성 피부병변, 만성 설사 등의 지속으로 국군의학연구소 동물병원을 찾은 것은 2023년이다.
이 개는 12개월령에 스페인으로부터 한국으로 수입됐다. 경찰견 후보로 훈련을 받기 위해서다. 수입 당시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6개월 후 전신성 피부 병변이 발생했다. 이후 설사, 단백뇨, 간헐적 파행 등의 증상이 추가됐다.
대전에 위치한 국군의학연구소 동물병원은 군견뿐만 아니라 경찰견을 포함한 타 부처 특수목적견의 진료도 병행하고 있다. 인근의 경찰인재개발원 경찰견종합훈련센터에서도 종종 내원한다.
국군의학연구소와 충남대 수의대 동물병원은 이 리트리버 치료에 애를 먹었다. 면역매개성 피부질환이나 진균성 피부병, 단백소실성신병증 등을 의심해 대응치료에 나섰지만 호전이 지속되지 않았다.
결국 3주가량 지나면서 심한 저혈압 쇼크로 악화됐다. 40도에 이르는 고열과 혈소판 감소, 저혈당, 높은 CRP 수치 등 중증 염증 소견이 확인됐다.
혈액 도말에서 리슈만편모충의 무편모충체(amastigote)들이 대식세포와 호중구 내에서 보였고, 아이덱스에 의뢰한 PCR 검사에서 리슈만편모충속의 고농도 감염이 확인됐다.
임상 양상과 병력을 고려해 소아리슈만편모충(Leishmania infantum)의 감염으로 추정해 알로퓨리놀로 치료를 시도했다.
하지만 심한 빈혈과 간부전, 심한 단백뇨를 동반한 신증후군 등으로 이어졌고, 저혈압 쇼크 재발로 결국 폐사했다.
리슈만편모충증 감염 환자가 보인 피부 증상 (자료 : Son KY, Park GG, Song JH. Imported case of canine viscerocutaneous leishmaniasis in South Korea: clinical presentation and diagnostic approach in a Labrador Retriever. J Vet Sci. 2025 Apr;26(3):e33.)
환자의 혈액도말에서 관찰된 리슈만편모충의 무편모충체(화살표) (자료 : Son KY, Park GG, Song JH. Imported case of canine viscerocutaneous leishmaniasis in South Korea: clinical presentation and diagnostic approach in a Labrador Retriever. J Vet Sci. 2025 Apr;26(3):e33.)
리슈만편모충증은 개와 사람에서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모래파리의 흡혈에 의해 전염되는데, 한국도 기후변화로 인한 모래파리 정착 가능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아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리슈만편모충증은 아직 한국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상재화된 지역으로부터의 감염 가능성은 여전하다. 반려동물의 해외 이동이 증가하면서 그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리슈만편모충 감염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점도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이번 증례의 리트리버는 초기 궤양성 피부병변을 보이다 점차 신장, 간, 비장 등 내장 관련 증상으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피부형에서 내장형으로의 진행은 소아리슈만편모충 감염에서 흔히 보고된다”며 “최근에는 개에서의 피부 병변도 자주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워낙 국내에서 리슈만편모충증 사례가 희귀하다 보니 진료 초기에는 리슈만편모충 감염 가능성을 의심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적절한 치료가 지연됐다.
통풍치료제로 쓰이는 알로퓨리놀 외에 리슈만편모충증에 쓸 수 있는 치료제가 국내에 없다는 점도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 알로퓨리놀 단독 치료가 초기 병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3기에 이르러서야 리슈만편모충증이 진단됐고, 신장질환이 발생한 환자에서 단독 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보니 결국 폐사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한국과 같은) 비상재화 지역이라 하더라도 상재화된 해외에서 입양됐거나 여행한 이력이 있는 경우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6년 만에 재개된 아시아수의전문의협회(AMAMS) 학술대회에서 한국 수의사들이 큰 활약을 펼쳤다.
아시아수의전문의협회(Asian Meeting of Animal Medicine Specialties, AMAMS)는 지난 2009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첫 대회를 개최한 뒤 2019년 상하이(제6회)까지 2년에 한 번씩 대회를 개최했다. 2017년 제5회 AMAMS 대회는 우리나라 대구에서 열렸다. 2021년 제7회 대회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발생으로 대회가 연기된 뒤, 2023년 대회까지 무산됐다.
제7회 AMAMS 대회는 6월 4~6일(수~금) 3일간 태국 방콕 IMPACT에서 개최됐다. 상하이 대회 이후 6년 만에 열린 AMAMS 대회였다.
이번 대회는 제17차 태국임상수의사회(VPAT) 콩그레스(The 17th VPAT Regional Veterinary Congress, VRVC)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태국임상수의사회가 매년 여는 VRVC 콩그레스는 태국 최대 임상수의학 학술대회로 많은 수의사가 참여한다. 콩그레스는 태국어 세션과 영어 세션으로 구분되어 운영됐다.
3일간 10개 강의실에서 내과, 외과, 안과, 영상, 치과, 영양, 고양이, 신경, 응급, 특수동물, 말, 경영, 최소침습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이어졌다.
또한, 내과, 외과, 피부, 영상, 안과, 보전의학 분야에서 40여 개의 구두발표와 110여 개의 포스터발표가 이어졌다.
이외에도, 아시아수의내과전문의학회(AiCVIM), 아시아수의피부과협회(AiSVD)/아시아수의피부과학회(AiCVD), 아시아수의외과전문의학회(AiSVS)/아시아수의외과학회(AiCVS) 등 아시아수의전문의 단체들이 별도의 미팅을 했으며,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포럼도 진행됐다.
정선준 경북대 수의대 수의안과학 교수(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가 강의 중이다.
한국 수의사들의 참여와 활약도 많았다. 100여 명의 한국 수의사가 AMAMS 2025 대회 참석을 위해 방콕을 찾았다.
아시아수의안과설립전문의(DAiCVO, Founder diplomate)인 서강문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인 김준영 건국대 교수(한국수의안과연구회 회장)와 정만복 전남대 수의대 교수, 아시아수의피부과전문의인정전문의(DAiCVD, de facto diplomate)인 오태호 경북대 수의대 교수와 황철용 서울대 수의대 교수, 아시아보전의학전문의(DACCM)인 전북대 수의대 한재익 교수와 강원대 수의대 안상진 교수 등 아시아수의전문의 제도를 이끄는 국내 수의대 교수진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해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정선준 경북대 수의대 교수(사진)는 AMAMS-안과 세션에서 강의도 했다. 김준영 교수, 김주리 원장(분당밝은아이동물병원), 강선미 임상교수(서울대)는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 재인증을 받았다.
구두발표와 포스터발표에도 우리나라 임상수의사와 임상대학원생이 대거 참여했다. 내과, 외과, 피부, 안과 분야에서 전공 대학원생들이 발표를 진행한 가운데, 외과 세션에서는 특히, 손원균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비롯한 마취 전공 수의사들도 발표에 나섰고, 한국수의최소침습의학연구회(KVMIS) 소속 수의사들도 내시경 및 로봇수술에 대해 발표했다. 내과 세션에서는 서경원 서울대 교수, 정진영 강원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한재익 교수와 안상진 교수도 보존의학 세션에서 각각 발표했다.
퍼듀대학교 수의과대학 김순영 교수(미국수의외과전문의, DACVS)도 활약했다. 김순영 교수는 정형외과 세션에서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케이 하야시(Kei Hayashi, DACVS) 교수와 함께 다양한 강의와 토론을 펼쳤다. 김순영 교수는 올가을 대구에서 열릴 FASAVA2025 대회에서도 강의한다.
한국 수의사 7명, 아시아수의외과인정전문의(디팩토 전문의) 추가 선정
아시아수의외과전문의(DAiCVS) 디팩토 전문의(인정 전문의, de facto)로 추가 선정된 수의사들에 대한 인증서 수여식도 진행됐다.
이번 AMAMS 대회에서 열린 제13차 아시아수의외과전문의학회(AiSVS)/아시아수의외과학회(AiCVS) 콩그레스에서 2차 아시아수의외과인정전문의로 선정된 김용선, 이성인, 허수영, 정성목(이하 외과), 손원균, 장민, 김현석(이하 마취) 총 7명의 한국 수의사가 이번 대회에서 전문의 인증서를 받은 것이다.
아시아수의외과학회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제12회 콩그레스에서 1차 인정전문의를 선정했다. 당시에는 강병재, 김완희, 윤헌영, 이해범 교수(외과 4명), 이인형 교수(마취 1명) 총 5명의 한국 수의사가 디팩토 전문의로 선정됐었다.
FASAVA 2025 대회 홍보 중인 오태호 조직위원장(사진 왼쪽)과 최이돈 대회장(사진 오른쪽). 가운데는 FASAVA 이사인 말레이시아 고 라이 할(Dr. Goh Lai Har) 수의사.
태국임상수의사회(VPAT) 신임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FASAVA2025 조직위원회
2025년 제13차 아시아·태평양 소동물수의사대회(FASAVA Congress 2025) 홍보도 진행됐다.
오태호 FASAVA2025 조직위원장(경북대 수의대 교수)과 최이돈 대회장(KAHA 회장)이 직접 태국을 찾아 FASAVA2025 대회를 홍보한 것이다. AMAMS2017 대회 조직위원장이었던 오태호 교수는 FASAVA2025 조직위원장으로 자격으로 AMAMS2025 대회를 찾았다.
이들은 FASAVA2025 대회 부스 홍보뿐만 아니라 태국임상수의사회(VPAT) 신임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태국 홍보를 성공적으로 마친 FASAVA2025 조직위원회는 7월 오사카, 8월 홍콩, 9월 필리핀 등에서 해외 홍보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2025년 제13차 아시아·태평양 소동물수의사대회(FASAVA Congress 2025)는 One Vision, One Voice: Advancing Asia Pacific Veterinary Medicine을 주제로 10월 31일(금)부터 11월 2일(일)까지 3일간 대구 EXCO에서 열린다. 제21회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컨퍼런스, 2025년 한국임상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제15회 영남수의컨퍼런스가 동시에 개최되는 만큼 참가자 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번 편(바로가기)에서는, 인과추론의 재료가 되는 관찰 대상의 대표성이 왜곡될 때 어떻게 선택 바이어스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판단이 어긋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정보 바이어스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우리가 ‘실제’를 보고 있다고 믿는 그 정보 안에서 무엇이 빠져 있고, 무엇이 과장되어 있는지를 짚어봅시다.
* * * *
갑상선암이 늘었다는 말,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까지, 한국의 갑상선암 진단 건수는 1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같은 기간 동안 사망률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현상은 의료 기술의 발전, 특히 초음파 검사가 건강검진에 포함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예전 같으면 지나쳤을 작은 결절들까지 암으로 진단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암이 실제로 ‘더 많이 생긴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정보 바이어스의 한 형태인 감시 바이어스(surveillance bias)로 설명합니다. 건강의 본질이 아니라, 건강을 바라보는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생긴 변화였던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실제를 말해주고 있는가?”
이러한 사고 과정을 반려동물, 가축, 야생동물의 현장의 예시를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말해진 정보가 어떻게 판단의 방향을 바꾸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구조적으로 어긋날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려 합니다.
여기에서, 많은 임상수의사분들께 익숙할 수 있는 한 장면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진료실에서 보호자분들은 종종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제까지 밥 잘 먹었어요.”
이 말은 간단하지만, 진료의 흐름을 바꾸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그 한 문장만 듣는다면, 현재의 증상이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료를 이어가다 보면 며칠 전 사료를 바꾼 일, 간식을 많이 주셨던 날, 예방접종을 미루셨던 기억 등이 말씀에서는 빠져 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건 일부러 숨기려는 게 아닙니다. 단지,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정보가 있을 뿐입니다.
또 어떤 경우엔 보호자분 스스로 이미 의심하고 있는 질병이 있다면, 그 병과 관련된 증상만 더 선명하게 기억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특정 정보만 더 또렷하게 떠오르고, 관련이 없다고 느껴지는 정보는 흐려지거나 잊혀지는 현상을 우리는 회상 바이어스(recall bias)라고 부릅니다. 진단에 혼선을 주는 구조 중 하나입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제때 먹여야 하는 약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며칠 빠뜨렸음에도 ‘잘 챙겨줬다’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보호자상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을 약간 수정해 전달하는 사회적 바람직성 바이어스(social desirability bias)의 한 모습입니다.
물론 고의는 아니지만, 그 작은 어긋남 하나로 인해 수의사 입장에서는 약효가 없거나 기대보다 떨어진다고 판단하게 되고, 다른 치료 경로를 고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말씀해주신 증상과 상황 하나하나는 모두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들이 어떤 순서로, 어떤 강조로, 어떤 맥락에서 말해졌는지를 보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실제를 상상하게 됩니다.
임상수의사 분들께서는 이미 직관적으로, 이런 상황을 정보 바이어스의 흐름으로 인식하고 진료에 반영하시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반려동물을 넘어, 가축 감염병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소 결핵은 임상 증상만으로는 진단하기 어렵고, 결핵 피부 반응 검사나 도축 후 병변 검사를 통해서만 확인됩니다. 그렇게 우리가 마주하는 정보는 늘 단 하나입니다.
“이 개체는 결핵 양성입니다.”
하지만 이 한 문장에는 그 개체가 언제 감염되었는지는 담겨 있지 않습니다. 몇 달 전 감염일 수도 있습니다. 감염의 시간 정보가 빠진 채, 우리는 ‘지금’이라는 진단 시점을 기준으로 조사와 판단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면 접촉 추적은 애매해지고, 감염의 경로를 따라가려는 노력의 결과도 흐릿해집니다. 역학 조사에서도 감염 시점과 감염 위치를 구분하지 못한 채 진단된 장소만 기록되고, 대응의 타이밍도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정보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양성이라는 결과도, 진단 시점도 모두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정보는 시간이 잘려 나간 상태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진단된 날, 진단된 곳’에서 감염이 일어난 것처럼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판단은, 감염의 실제 흐름이 아니라 진단 정보의 구조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결국 감염병 동역학을 이해하는 데 구조적 오류를 만들게 됩니다.
야생동물로 시선을 옮겨보겠습니다.
야생동물 분야에서 수집되는 정보는 대부분 폐사체, 분변, 간헐적인 관찰을 통해 들어옵니다. 그 중에서도 폐사체는 가장 자주 수거되는 정보의 형태이지만, 사실상 가장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폐사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발견된 위치가 그늘이었는지, 햇볕이었는지, 습도는 어땠는지, 주변 곤충의 활동은 어땠는지에 따라 부패 속도는 전혀 다르게 진행됩니다. 같은 날 폐사한 개체라도 놓인 환경에 따라 며칠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폐사한 날과 우리가 기록한 ‘발견일’ 사이에는 늘 시간의 간극이 존재합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폐사한 개체는 사람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빨리 수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폐사체는 전체 야생동물 정보 중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대부분의 폐사체는 며칠 혹은 몇 주가 지나서야 발견되며, 그 사이 정확한 시간 정보는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ASF(아프리카돼지열병)이나 HP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야생동물 질병 조사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그대로 반복됩니다.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양성이 검출되었을 때, 우리는 종종 “지금 이 지역에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식의 판단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폐사체가 언제 폐사했는지, 언제 감염되었는지, 그 전에는 어떤 경로를 거쳐 이동했는지, 이 모든 정보는 비어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지금 발견된’ 그 시점을 기준으로 ‘지금 여기서 위험이 진행 중’이라는 해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정보는 이미 지나간 흔적일 수도 있고, 경로에서 벗어난 지 오래된 감염 잔존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라는 느낌은 우리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HPAI의 경우엔, 공간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집니다. 철새의 분변에서 HPAI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이 지역에 유입됐다”, “여기가 위험하다”는 반응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그 분변이 언제 배설된 것인지, 어떤 개체에게서 나온 것인지, 지금도 이 지역에 그 개체가 머물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철새는 수백 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하고, 한 지역에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그 분변은 이미 떠난 새의 흔적일 수도 있고, 이전에 머물렀던 감염 지역의 흔적이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것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검출됐다’는 그 한 문장으로 ‘위험이 지금 여기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정보 자체를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정보가 어떤 구조에서 만들어졌는가를 질문해야 합니다.
정보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떤 정보든 누가, 언제, 어떻게 관찰했는지를 함께 보지 않으면 사실은 쉽게 실제처럼 보이게 되고, 우리는 그것을 근거로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 * * *
지금까지 저희는 보호자의 기억, 농장 진단, 폐사체, 야생조류의 흔적 등 다양한 정보의 장면들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 바이어스는, 단순히 표본 수를 늘린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건 1편에서 살펴봤듯, 애초에 관찰의 구조가 왜곡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어떤 구조에서 수집되고, 구성되고, 전달되는지를 보지 않으면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정보를 실제라고 믿게 됩니다. 그 믿음 위에서 진단도, 대응도, 판단도 세워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조사한 정보를, 실제 사실로 믿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정보를 의심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그 정보가 어떤 구조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보자는 요청입니다. 사실을 더 정확하게 쓰기 위한 회의, 더 나은 결정을 위한 질문입니다.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가 만들어지는 구조에 대한 감각을 갖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방점을 찍어야 할 곳입니다.
이런 질문은 지적 유희로 흐를 수 있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구조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오류를 짚어내는 경험은 작은 희열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이어스의 이름을 알고, 그 개념을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순간, 목적을 잃게 됩니다.
바이어스를 인지하는 것의 목적은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조금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바이어스 이름만 나열하며 한계를 집어내는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회의주의가 아니라, 이를 통해 좀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회의론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선택 바이어스와 정보 바이어스, 두 가지 구조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각각은 다른 방식으로 판단을 흔들지만, 실제 우리 삶에서는 자주 함께 작동합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함께 떠올리며 한 번쯤 일상 속 장면을 다시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느 학과는 술을 정말 잘 마셔.”
이런 말들이 반복되다 보면 대한민국 모든 학과가 술을 잘 마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대학 진학률을 생각하면 ‘한국인은 술을 잘 마신다’는 말도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수의학과가 술을 잘 마신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경영학과도, 체육학과도, 연극영화과도, 공대도, 사회복지학과도 돌아보면 어느 학과나 그런 이야기를 누군가는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게 그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말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학과는 계속 바뀌는데, 결론은 항상 같을까?”
그냥 웃자고 하는 농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그 안에는 우리가 어떻게 판단하고 기억을 구성하는지가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그 자리에 나오는 사람들은 애초에 술을 어느 정도 마시는 분들이고, 마시지 않거나 아예 그런 자리에 오지 않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관찰되지 않습니다. 즉, 선택 바이어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도 유독 잘 마신 사람만 기억에 남습니다. 즉, 정보 바이어스가 있습니다, 특히 리콜 바이어스죠. 이렇게 반복된 기억은 확인해본 적도 없는 결론을 낳습니다.
“그 학과는 원래 다 술 잘 마셔.”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다시 우리 앞에 놓아두고 싶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조금 더 오래 멈춰 서보도록 이끄는 질문.
일상 속에서, 진료실에서, 그리고 현장에서 조금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회의론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6월 10일(화) ‘2025 반려동물 양육 현황 및 양육자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어웨어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이 조사는 반려동물 종별 양육 비율부터 취득 경로, 양육포기·유실 경험, 중성화 여부 등 양육 현황 전반을 다룬다. 동물등록제와 반려동물 보유세(등록비·세금), 반려동물 입양 사전교육제, 동물학대자 동물사육제한 등 이미 도입됐거나 도입이 거론되고 있는 반려동물 관련 제도에 대한 의견도 묻는다.
어웨어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진행된 이번 조사는 2024년 12월 23일부터 2025년 1월 5일까지 현재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20~69세 성인 남녀 중 반려동물 양육자 1,122명에 대한 온라인 패널조사로 진행됐다(95% 신뢰수준/표본오차 ±2.93).
반려동물 종류 및 사육두수 (자료 : 어웨어)
반려동물 분양, 개인 간 거래 비중 높아
유료 분양 평균가는 52.1만원
조사 결과 개·고양이가 반려동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향이 재확인됐다. 응답자가 기르는 반려동물 중 반려견이 73.4%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반려묘가 32.7%로 뒤를 이었다.
그 다음으로 어류(7.0%), 햄스터(4.3%), 조류(2.9%), 파충류(2.1%), 토끼(2.0%), 고슴도치(1.8%), 기니피그(1.4%), 기타 포유류(1.1%), 양서류(1.0%), 페럿(0.9%), 절지류(0.6%) 순으로 나타났다(중복응답).
반려동물을 데려온 경로에서는 지인 분양이 46.6%로 가장 높았다. 직접 알지 못하는 개인에게 분양 받은 경우도 10%에 달했다. 일반가정에서의 분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펫숍 등 동물판매업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17.8%에 그쳤다.
응답자 5명 중 1명은 최근 5년 이내에 기르던 반려동물이 집에서 출산·번식해 새끼를 낳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정에서 태어난 동물의 대부분은 지인에게 무료로 분양됐다(개 67.2%, 고양이 55.4%).
어웨어는 “가정 내 동물 번식과 개인 간의 동물 양도가 반려동물 개체수 증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판매업소, 개인, 동물병원 등으로부터 유료로 분양한 경우 지불한 비용은 평균 52.1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 조사(39.3만원)보다 12만원 이상 높아진 수치다. 개(55.7만원)가 고양이(38만원)보다 평균 지불 금액이 더 높았다.
유료로 데려온 경로에 따라 비용의 편차도 확인됐다. 지인으로부터 유료로 분양한 경우 평균가는 36만원이었던 반면 오프라인 동물판매업소의 분양가는 평균 61.7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반려동물을 기르게 된 경로. 개인 간 분양의 비중이 높다. (자료 : 어웨어)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반려견, 내장형 등록이 더 많았다
동물등록방식 내장형 일원화해야
반려동물 보유세 부과 찬성 71%
검역본부에 따르면, 2024년까지 동물등록된 개 349만마리의 내장형·외장형 비율은 거의 비슷하다. 내장형이 50.8%, 외장형이 49.2%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장형을 택하는 비율이 더 크다. 2021년부터 4년간 연도별 신규 등록견의 외장형 비율은 모두 50%를 상회했다. 반려견 유기방지나 유실 후 반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외장형은 동물등록제 실효성 문제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번 어웨어 조사에서 지난 5년간 반려동물을 유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1.3%로 나타났다. 이중 개를 잃어버렸던 응답자 76명 가운데 58명(76%)이 반려견을 다시 찾을 수 있었는데, 내장형 등록견의 비율이 46.5%로 외장형 등록견(27.5%)에 비해 더 많았다.
어웨어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를 삽입한 경우 반환율이 높다는 사실을 고려해 내장형으로 동물등록 방식을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에 대해 매년 일정한 등록비를 지불하도록 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찬성하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71%가 긍정적으로 답했다(그렇다+매우 그렇다). 이는 전년 조사에서 반려동물 양육자의 동의 비율(65%)보다도 높아진 수치다.
적정 액수에 대한 응답은 평균 16.2만원으로 집계됐다. 구간별로는 ‘5만원 미만’이 29.7%로 가장 높았다.
이렇게 걷힌 세수의 용처에 대한 질문에는 ‘유기동물 관리, 보호소 개선’이 49.8%로 가장 높았다. 동물학대 방지·구조(47.2%), 반려동물 의료제 개선(42.8%)이 뒤를 이었다(1·2순위 합산).
해외 동물등록 갱신제 및 중성화 수술 혜택 부여 사례 중 일부 발췌 (자료 : 어웨어)
“국내 반려동물 개체수는 과잉”
등록비 차등 등 중성화 지원책 마련해야
어웨어는 국내 반려동물 개체수를 과잉(overpopulation) 상태로 진단했다. 그 근거로 유실·유기동물의 처리 결과를 들었다.
2023년 구조된 유실·유기동물 11만 3천마리 중 새 가정에 입양된 비율은 24.2%에 그친다. 반면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이한 ‘자연사’와 ‘인도적 처리’를 합치면 45.6%에 달한다.
반면 미국의 주요 동물보호단체들이 함께 취합하는 ‘Shelter Animals Count’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에서 발생한 유실·유기동물 590만 마리 중 죽음에 이른 비율(non-live outcome)은 13%에 그쳤다.
어웨어는 “지역 사회가 인도적으로 보호·관리할 수 있는 역량보다 훨씬 많은 개체수의 반려동물이 존재하는 과잉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태어나는 모든 동물을 책임지고 양육할 수 있는 양육자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정에서 반려동물이 출산과 번식을 반복하는 현상이 반려동물 개체수 과잉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성화 수술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성화된 반려견에 동물등록비를 감면하거나, 실외사육견·저소득층·유기동물 입양 시 중성화 수술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캐나다·호주의 여러 주와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이미 중성화 여부에 따른 동물등록비 감면 사례가 여럿 있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이들 대부분 2~3배에서 많게는 6배에 이르기까지 등록비에 큰 차등을 두고 있다.
동물학대자의 동물 사육 제한에 압도적 찬성
이재명 대통령도 공약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94.7%가 동물학대자의 피학대동물 소유권 박탈을, 96%가 일정 기간 동물 사육을 제한하는데 찬성했다.
어웨어는 “연령, 성별, 지역, 정치적 성향 등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지 않고 고르게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면서 “동물학대 방지를 위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질문에도 처벌 강화와 동물소유권 제한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피학대동물을 학대행위자로부터 격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학대행위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경우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피학대동물이 학대 행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빌미를 주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동물학대로 처벌받은 사람의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제도(동물사육금지명령제도)를 도입하려는 동물보호법 개정도 여러 차례 추진됐다. 2022년 전부개정된 동물보호법안에도 포함됐다가 제외되는 등 결국 성사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추진 동력은 여전하다. 올해 농식품부가 발표한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에 동물학대 예방을 위한 사육금지제도 도입이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시절 동물학대자 동물사육금지제 도입을 공약했다.
어웨어는 “반려동물 양육자들도 자신이 소유한 동물을 학대한 경우 소유권 및 사육권을 제한하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는 사실을 입법부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