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당했는데 無보상’ 없어질까? 전국 최초 공수의사 단체상해보험 등장
경기도, 광역자치단체 최초 공수의사 단체상해보험 가입 지원

공수의(公獸醫)가 안전사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도가 광역지자체 최초로 공수의사 단체상해보험 운영에 나서 모범이 되고 있다.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는 3일 “경기도가 2월부터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공수의사 대상 단체상해보험 가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공수의사 단체상해보험은 도내 23개 시·군(수원, 용인, 고양, 화성, 남양주, 평택, 의정부, 광주, 광명, 군포, 양주, 오산, 이천, 안성, 구리, 의왕, 포천, 양평, 여주, 동두천, 과천, 가평, 연천)이 참여하며, 2025년 2월부터 1년간 효력이 발생하는 보장성 보험이다.
공수의(公獸醫)는 동물의 진료, 동물 질병의 조사·연구, 동물전염병의 예찰 및 예방, 동물의 건강진단, 동물의 건강증진과 환경위생 관리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수의사를 말한다. 시장·군수·구청장(기초지자체)이 위촉하며, 구제역, 럼피스킨, 결핵, 브루셀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주요 가축전염병·인수공통감염병 방역의 첨병 역할을 한다.
이처럼 방역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공수의는 부상 위험이 크지만, 상해보험 등 대비책은 미흡했다.
골절, 인대파열에 인수공통감염병 감염까지 당하는 공수의
보험으로 처리된 경우는 단 9%
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형)가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공수의 안전사고 발생 통계를 자체 조사한 결과 타박상, 골절 등을 당한 사례가 45건이었다.
한 사람이 여러 부상을 겪는 경우까지 포함해 총 57건의 증상이 있었는데, 머리·복부·허리·하체 등 각종 부위의 타박상이 19건으로 가장 많았다. 갈비뼈나 다리, 손, 코뼈 등의 골절 사례도 17건이나 됐다.
이외에도 인대파열이나 관절 염좌, 안면부의 열상·창상 등 외상이 있었으며, 링웜 전염과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문제도 있었다.
보정 협조를 두고 농장주와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농장주가 망치를 들고 럼피스킨 백신접종을 하던 수의사를 협박한 사건도 있었다.
일부 시군이 공수의를 위해 자체적으로 상해보험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다. 실제, 대한수의사회 조사에서도 사고 발생 후 지자체가 준비한 보험으로 처리된 경우는 4건(9%)에 불과했다.
시군 단위의 상해보험은 가입자 수가 적다 보니 보상비가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수의사 A씨는 지부수의사회 총회에서 최근에 있었던 실제 사례를 언급하며 ‘단체 상해보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 수의사에 따르면, 한 시군 공수의가 채혈을 하던 중 골절 부상을 당했다. 해당 시군은 공수의 상해보험을 운영하는 곳이었지만, 공수의 숫자가 적다 보니 보험 상품의 보장성이 충분하지 않았고, 뼈가 부러졌음에도 30만원을 보상받는 데 그쳤다고 한다.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 수가 많거나 아니면 한 사람이 내는 보험료가 비싸야 충분한 보상이 가능한 보험 상품을 설계할 수 있는데, 시군 단위에서는 이런 보험상품을 설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군(기초지자체)이 10명 이하의 공수의를 위촉하기 때문이다.
A 수의사는 “공수의가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광역지자체 단위(시·도)에서 보험 설계·운영이 가능한지 타진해야 한다”고 지부수의사회에 건의한 바 있다.
경기도의 공수의 단체상해보험 소식을 들은 A 수의사는 “역시 경기도가 역동적으로 앞서간다”고 평가했다. 경기도의 사례를 참고해, 타 광역지자체도 단체상해보험 운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김포시만 운영했던 공수의 상해보험
사망, 골절, 개물림사고 내원비에 정신건강위로금까지
도 차원의 단체상해보험 운영으로 시군 공수의 대부분 혜택
경기도는 “공수의사는 업무 특성상 동물 보정이나 백신접종 과정에서 차이거나 물리는 등의 안전사고 위험에 자주 노출되고 있으나 공적인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치료 부담을 개인이 감당하고 있는 현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수의사회의 공수의 안전사고 발생 통계 조사 결과를 본 뒤, 공수의사의 공적업무 수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부상에 대한 안전망 강화 및 보상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2024년 8월부터 지침마련, 예산확보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광역자치단체 최초 공수의사 단체상해보험 지원’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공수의 단체상해보험은 상해·사망 후유장애, 골절진단비, 깁스치료비, 외상성절단진단비, 개물림사고응급실 내원비 등 공수의사 업무 관련 위험에 대한 보장은 물론 방역업무를 담당하면서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 등에 대한 정신건강위로금 항목을 추가하여 심적인 부분까지 보장한다.
현재 경기도에는 총 145명의 공수의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그동안 경기도 31개 시군 중 김포시만 상해보험을 운영하고 있었다.
자체적으로 상해보험을 운영하는 김포시와 공수의가 없는 성남·부천, 그리고 올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5개 시군을 제외하고 총 23개 시군이 이번 경기도 공수의 단체상해보험 사업에 동참했다. 도비 30%, 시군비 70%로 운영된다. 김포시를 포함해 올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시군도 2026년 사업에는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강영 경기도 축산동물복지국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사회재난형 가축전염병 발생이 지속되고 있으나 가축방역공무원 충원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공수의사의 역할 강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현장에서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방역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수의사에 대한 보장 강화가 필요하다. 올해 사업추진 결과를 바탕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욱 보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작년 11월부터 공수의 운용 및 선발지침을 개정하여 청년 수의사의 공수의 진입 촉진, 공수의 가축방역관 위촉, 필요 시 백신접종 등 업무를 수행하는 비상근 공수의 위촉제도 등을 시행함으로써 공공동물보건 업무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