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우위성·서열 이야기는 이제 그만”

서수 반려동물행동학연구회, `적절한 시기의 사회화는 마음의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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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수의사회 반려동물행동학연구회가 일선 동물병원 수의사들에게 동물행동학의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것을 당부했다. 수의사들부터 우위성, 서열이론을 폐기하고 보호자-반려견 사이의 신뢰관계에 기반한 행동학적 교육과 적절한 사회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6일 건국대 산학협동관에서 서울시수의사회 6차 연수교육 시작에 앞서 열린 반려동물행동학 특강에서는 연구회 팀장 유경근 방배한강동물병원장이 연자로 나섰다.

유 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반려견의 우위성과 서열에 기반한 행동학적 접근을 ‘천동설’에 비유했다. 이미 폐기된 이론이자 낡은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야생동물들의 서열관계는 먹이나 번식 등을 두고 경쟁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반려견과 사람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문제행동들은 서열보다는 생각 없는 보상에 의해 의도치 않게 특정 행동을 강화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우위성에 기반한 행동교육에는 ‘벌칙’이 필수적이지만 이는 보호자와 반려견 간의 긍정적 관계를 파괴하고 공포나 공격성으로 인한 이차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때문에 유 원장은 “적절한 행동은 보상하고 부적절한 행동은 무시하는 과학적 조건부여를 통해 올바른 리더쉽을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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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 방배한강동물병원장

전염병 두려워 사회화 포기하면 안 돼..사회화는 마음의 백신

유경근 원장은 동물행동학이 수의사의 주요 역할임을 강조했다.

행동학적 문제는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행동학적 문제로 인한 갈등은 유기동물 발생의 주요 원인이다. 유 원장은 “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전문가로서 행동학적 문제와 유기동물 사안에 수의사의 책임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의과대학에서 동물행동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독학하거나 선배수의사, 훈련사 등에게 배우는 환경이다 보니 아직 많은 수의사들이 우위성, 서열에 기반한 낡은 이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경근 원장은 “이제부터라도 일선 동물병원 수의사로부터 우위성과 서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며 “보호자 교육으로 적절한 사회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대로 사회화되지 못한 반려동물은 다양한 상황에서 문제 행동을 발현한다. 때문에 적절한 사회화를 통해 행동학적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반려동물이 여러 자극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어린 일령에 다양한 환경을 노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개에서 3~12주, 고양이에서 2~7주령 사이가 특히 민감한 사회화 시기다. 자극은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제껏 반려견의 기초 예방접종이 완료되기 전까지 산책을 지양하는 관리법이 대세였다. 각종 전염병 문제가 심각했던 한국의 반려동물 상황에서는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예방접종 스케쥴이 끝나기를 기다리다 사회화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연구회의 조언이다.

유경근 원장은 “어린 개체가 전염병에 걸릴 위험 때문에 예방접종 스케쥴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외출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대한 위험을 관리하면서라도 사회화는 필요하다”며 “사회화는 마음의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반려견 우위성·서열 이야기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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