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물 응급의료,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 – 이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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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는 가구가 급증함에 따라, 동물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심야나 공휴일에 발생하는 응급상황에서 보호자들이 마땅히 의지할 곳이 없어 고통받고 있다는 현실을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현재 국내 동물 응급의료 시스템은 매우 열악하며,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조차 부족하다. 최근 서왕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수의사법」 개정안(공공심야동물병원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심야 운영 동물병원을 설치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형태로, 전국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명확하다.

해당 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할 재정적 부담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 방식은 일부 자치단체에서만 실현 가능하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동물응급의료 혜택을 받을 기회조차 차단될 수 있으며, 이는 지역 간 동물의료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응급의료체계가 더 원활해 질 수 있겠지만, 지방에서는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의 응급의료체계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응급의료기금을 통해 전국의 응급의료기관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지역적 차이를 최소화하고 있다. 119 응급이송체계는 어느 지역에서든 빠르고 정확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동물의 경우, 비슷한 수준의 응급의료체계가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응급진료를 담당하는 동물병원들이 24시간 운영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물리적,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심야 시간대에 운영되는 동물병원들은 대부분 민간이 주도하지만, 이들의 운영은 언제나 위태롭다. 고비용의 인건비와 인력 부족, 그리고 악화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민간 동물병원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동물 응급의료체계의 개선은 요원할 것이다. 정부는 반려동물 응급의료도 공공재로 보고, ‘반려동물 응급의료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심야와 공휴일 응급진료를 담당하는 동물병원들의 운영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응급진료 수가 차액을 보전하는 등의 기금운영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반려동물 응급이송체계를 구축하여, 전국적으로 원활한 응급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동물 보호자들이 응급상황에서 불안해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 지원을 통한 공공 동물응급의료 시스템의 활성화도 필수적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응급의료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응급의료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동물병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민간 동물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의료의 책임을 다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공공심야동물병원’이라는 표현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는 마치 정부가 직접 병원을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민간 동물병원과 협력하여 응급진료를 수행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공’이라는 단어보다 ‘국가 지정 심야응급동물병원’이나 ‘응급진료 협력 동물병원’이라는 명칭이 더 적합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운영하는 공공의료체계의 좋은 사례로 ‘달빛어린이병원’을 들 수 있다.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는 밤 시간대에 응급상황에 처한 어린이들을 위한 공공 지원 병원제도로, 심야와 공휴일 시간 진료를 제공하며 전국적으로 응급의료서비스의 공백을 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응급상황에 처한 어린이들에게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의료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모델을 동물 응급의료체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어린이 응급의료와 마찬가지로 동물 응급의료 역시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나서서 ‘반려동물 응급의료기금’을 조성하고, 전국의 동물병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동물 보호자들이 언제든지 안정적으로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동물 응급의료체계는 많은 반려동물 가구에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반려동물은 더 이상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많은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금의 동물 응급의료체계는 이러한 변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심야에 반려동물이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보호자들이 의지할 곳이 없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부는 이제 더 이상 동물 응급의료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국적인 동물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반려동물 응급의료체계는 단지 한 지역의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국가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의 사례는 정부가 공공의료체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국민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동물 응급의료도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동물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하고, 반려동물들이 가족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보장할 때이다.

충북수의사회 회장 이승근

[기고] 동물 응급의료,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 – 이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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