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동물병원 5,259개소로 증가..폐업건수 10년간 최저치
전년 대비 개업은 조금 줄고 폐업은 많이 줄었다..5년 생존율도 상승세
국내 동물병원 수는 2024년말 기준 5,259개였다. 전년대비 150개가 순증했다.
개원가에서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동물병원 개·폐업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2024년 신규대비폐업비율은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4년 신규대비폐업비율은 최근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순증세를 반영했다.
(자료 : 행정안전부 동물병원 데이터 분석 ⓒ이규영)
2024년 동물병원 개업 285, 폐업 135
폐업건수·신규대비폐업비율 10년간 최저치
동물병원 가장 많은 경기도도 상승세 커
행정안전부가 공개하는 전국 동물병원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말 기준 국내 동물병원은 5,259개소로 집계됐다. 현행 수의사법이 동물병원을 축종으로 구분하지는 않고 있어 반려동물, 농장동물 등 축종별 진료기관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2024년 개업한 동물병원은 285개소다. 2022년(275)을 제외하면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다. 2022년부터 연간 개업건수가 300건을 넘지 못하는 경향도 유지됐다.
2024년 폐업은 135개소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폐업이 적었던 2020~2021년보다도 낮은 10년간 최저치다.
한 해의 폐업건수를 개업건수로 나눈 ‘신규대비폐업비율’은 전체 숫자의 증감 정도를 나타낸다. 2024년 전국 동물병원의 신규대비폐업비율은 47.4%다. 코로나 특수가 있었던 2020년, 2021년보다도 낮다. 그만큼 순증한 경향이 있는 셈이다.
다만 개업건수도 평년에 비해 높지 않았던 만큼 2024년의 낮은 신규대비폐업비율은 크게 낮아진 폐업건수에 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순증폭 자체는 2020년(+166)보다 작았다.
동물병원의 폐업강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누적폐업비율’은 기존 동물병원수와 개업건수를 합친 전체 병원수 대비 폐업건수로 측정한다. 2024년 누적폐업비율은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2.6%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 5%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에 그치는 셈이다.

(자료 : 행정안전부 동물병원 데이터 분석 ⓒ이규영)
시도별로는 제주도의 신규대비폐업비율이 100%로 가장 높았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100% 미만의 신규대비폐업비율로 동물병원 총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부산과 경남, 전남·북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규대비폐업비율을 보였다. 2023년 폐업이 0건에 그쳤던 인천·울산에서도 2024년에는 일부 폐업건이 포착됐지만 개업에 비해서는 낮은 편에 속했다.
전국에서 동물병원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다. 2024년말 기준 1,335개소가 운영 중이다. 그런데도 2024년 신규대비폐업비율은 30%에 그쳐 상대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점이 눈길을 끈다. 다만 경기도에서 연간 개업(76)·폐업(23)을 합친 수치가 100건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19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개원한 동물병원의 5년 생존율이 70% 박스권을 돌파했다.
생존의 고비로 분석된 2년차까지가 코로나19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료 : 행정안전부 동물병원 데이터 분석 ⓒ이규영)
동물병원 5년 생존율 70%대 박스권 돌파
사람 의원과 비슷한 폐업률 경향 유지
5년 생존율은 반등했다. 개업연도를 기준으로 2013년 이후 70%대 박스권을 유지해 오던 5년 생존율은 2020년 개업 동물병원에서 81.5%로 상승했다. 최근 10년간 최고치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개업한 동물병원 3,402곳 중 5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한 곳은 872개소(25.6%)다. 고비는 2년차까지다. 5년을 생존하지 못한 동물병원의 60%가 2년차를 넘기지 못했다.
2020년 개업 병원의 5년 생존율이 개선된 것도 여기에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2020년 개업 병원의 2년차(2022년)까지는 동물병원 폐업이 크게 감소했던 코로나 기간이다.
사람 의료기관의 종별 폐업률과 동물병원을 비교한 경향은 비슷하게 유지됐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료기관의 종별 폐업률을 위 그림의 산식으로 산출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폐업강도를 반영한 지표다.
의료정책연구원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자료를 취합하고, 같은 산식을 동물병원 데이터에 적용해 산출한 결과 2023년 동물병원의 폐업률은 사람 의원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고, 병원보다는 낮은 경향을 보였다.
2019년까지는 의원보다 병원에 가까울 정도로 폐업률이 높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하락해 의원과 비슷한 양상을 유지하고 있다.

(자료 : 의료정책연구원, 메디게이트, 행정안전부 동물병원 데이터,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경기 안 좋다는데 개업세는 여전..경기보다 다른 요인이 더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개원가에서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아졌다. 서울에서 대형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를 제안하면 잘 응하던 보호자분들마저 ‘다음에 하겠다’거나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분석결과에서 보듯 개업·폐업 양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지난해 3사분기까지만 해도 개업 움직임이 전년대비 줄지 않았다면서 “봉직수의사로서의 임금 한계를 만난 수의사들이 (경기에 관계없이) 개원으로 이어지는 양상은 여전할 것”이라고 봤다.
수도권에서 동물병원 개업을 준비 중인 C수의사는 당장의 경기보다 개원 후보지의 여건이 더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고 지목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고객들에게는 동물병원이 다른 재화보다는 필수재에 가깝고, 매력적인 입지라면 경기가 안 좋아도 우선 선점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C수의사는 “아직 개원을 결심하지 않은 봉직수의사분들은 경기를 고려해 관망하려는 마음이 있겠지만, 개원하려는 입장에서는 경기 회복을 기다리기 보다 더 늦기 전에 개원을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전했다.
<지역별 경향을 다룬 후속기사가 이어집니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