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기계 시약 공급이 안 되는데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

동물임상화학분석기 PT10V, 카트리지 공급 문제 발생

등록 : 2021.06.11 16:39:10   수정 : 2021.06.14 09:15:45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혈액검사 기계 시약 공급이 안 돼서 검사를 제대로 못 하고 있어요. 그런데 누구도 책임지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요”

지어낸 말이 아니다. 2021년 6월 현재 일선 동물병원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해당 기계는 2015년 삼성전자가 선보여 수의계의 큰 관심을 받았던 PT10V다.

2015년 KAHA EXPO에 전시된 PT10V

PT10V는 개발 단계부터 수의사들의 큰 관심을 받아 온 제품으로 2015년 4월 ‘영남수의컨퍼런스’에서 수의사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PT10V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작은 크기,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선 동물병원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도 전국 300~400개 동물병원이 PT10V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일부 카트리지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카트리지를 주문해도 원하는 수량을 다 공급받지 못하는 동물병원이 생겨난 것이다.

PT10V를 사용하는 동물병원에서 ‘사용자 위원회’를 구성해 카트리지 공급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프리시젼바이오 홈페이지에 소개된 PT10V. 프리시젼바이오 로고가 새겨졌으며, 제품명도 Exdia PT10V로 변경됐다.

PT10V는 더이상 삼성전자의 제품이 아니다. 아이센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프리시젼바이오’가 PT10V를 생산한다.

프리시젼바이오는 지난달 아이센스 및 바이오벳과 동물용 혈액검사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총 186억 6천만원이었다.

즉, PT10V 검사기와 카트리지는 프리시젼바이오가 생산하고, 제품·카트리지 유통은 아이센스와 바이오벳이 맡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직 프리시젼바이오에서는 카트리지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내년 2월부터 생산을 시작하고 그전까지 삼성에서 생산·공급을 하는 게 원래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일선 동물병원에 공급되는 카트리지는 삼성에서 생산하고 바이오노트와 그 대리점들이 유통한 카트리지다.

삼성에서 기존처럼 카트리지를 생산하는데,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한 건 시장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선 동물병원에서의 검사량이 증가하며 카트리지 공급이 부족해진 것이다.

현재 삼성에서 생산 중인 카트리지 양은 필요량의 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가 증가한 만큼 카트리지 생산량도 늘려야 했는데, 라이센스를 판매한 삼성 입장에서 생산시설을 더 늘리는 투자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게다가 전해질 카트리지의 경우 시약 문제까지 발생해 생산 자체가 중단되기도 했다.

프리시젼바이오와 아이센스·바이오벳의 공급 계약 체결 기사(@연합뉴스)

시장의 카트리지 공급 부족 사태가 알려지자 프리시젼바이오는 카트리지 생산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기존 대비 3배가량 큰 규모의 생산시설을 준공해 시험가동 중이며, 다음 달부터 카트리지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고 있다는 게 프리시젼바이오 측의 설명이다. 내년 2월에서 올해 7월로 계획보다 약 7개월을 줄이는 일정이다.

프리시젼바이오 측 관계자는 “상당한 규모의 생산시설을 마련했기 때문에 향후 시장에 카트리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고 설명했다. 카트리지 공급 부족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다.

전해질 카트리지도 시약 단종 이슈가 해결되어 다시 생산·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센스와 바이오벳은 PT10V 판매를 시작했다. 다음 달부터는 프리시젼바이오가 생산한 카트리지도 판매할 예정이다.

PT10V를 사용하는 일선 동물병원은 황당할 따름이다. 라이센스 이관 과정에 발생한 일임을 고려해도, 당장 사용자가 불편함을 겪고 있는데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은 없고 새 제품을 판매하는 게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제품 생산·유통사가 달라져도 PT10V가 입은 이미지 타격과 신뢰도 하락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년 전 PT10V를 구매해 사용 중인 한 원장은 “전해질 카트리지 공급이 안 되어 전해질만 검사할 수 있는 기계를 마련했다”며 타제품 신형이 나오면 제품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한, (카트리지 공급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외부 랩으로 검사를 보내는 동안 비용 지원이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PT10V 사용자 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피해보상 계획이나 대책을 제안한 곳은 없다고 한다.

업체들의 무책임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PT10V 사용 동물병원과 그 병원을 이용하는 반려동물이 입고 있다.

사용자 위원회는 “생산 업체의 미숙한 일 처리와 유통사의 안일한 대처가 이번 품절 사태의 원인”이라며, 해결방법 제시와 피해를 보고 있는 사용자들에 대한 보상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