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 과연 수용해야 할까?/허주형 KAHA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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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hyung Hur PhD

근래 지방정부(경남도청)의 관변 연구원(경남연구원)에서 동물병원 진료비가 일 년에 평균적으로 59만 원이라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연구발표를 했다. 동물병원을 실제로 경영하고 있는 나는 이 발표를 보면서, 소위 국민 세금으로 연구하는 연구원의 존재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현재 우리나라 동물진료비는 정부 및 수의사회와 동물병원협회 발표 자료에서 OECD 가입국 중 최저이며,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태국과 스리랑카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조사 없이 막연히 비싸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그간 발표된 글들을 짜깁기하여 궁극적으로 특정 지역만이라 조례를 제정하자는 반헌법적인 결론을 맺는 것을 볼 때 과연 우리나라 법률체계는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상위법인 수의사법에 동물진료비 공시제에 대한 언급이 되지 않는데 관련 하위법령을 만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경남연구원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조차도 동물병원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 없이 일부 시민의 민원을 이유로 동물병원에 대한 반시장주의적인 강제조항을 만들려는 모습을 볼 때 과연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국가인지 전체주의 국가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경남연구원은 이번 연구보고서 끝에 “동물병원진료비 공시제를 도입하면 정부는 수의사를 상대로 강제조사와 지도 명령을 할 수 있다”라고 직시했다. 개인 사업체인 동물병원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촉구하는 반시장주의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축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가진료”라는 조항을 수의사법에 추가했다. 동물병원 경영악화는 차치하고, 이 조항 때문에 전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항생제와 호르몬제의 오남용, 동물마취약에 의한 살인, 강간 납치 등을 무수히 경험했다.

또한, 항생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수의사처방제를 도입하면서 어처구니없게 “약사예외조항”을 첨가하여 동물약국이라는 큰 구멍을 만들어버린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2011년부터는 동물진료비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함으로써 전체 진료비의 10%를 인상하게 한 잘못이 국가에 있는데, 이에 대한 시정 없이 동물병원이 막연히 진료비 부담의 주범으로 몰리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

여기에, 반려동물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을 의약품도매상이 아니라 소매상인 일반 약국에서만 구입하게 규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약값이 높아지고 동물병원 진료비의 인상으로 이어지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러한 동물병원 진료비 인상 요인들을 제거하지 않고 사람의료비 중 본인부담금과 비교해 무작정 비싸다는 이유로 동물병원진료비 공시제를 시행하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일원화되지 않아 한국에서 동물보험 가입률이 적다는 주장도 모순이 있다.

사람 의료보험은 공보험으로써 전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지만, 동물보험은 사보험으로 필요한 사람만 가입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다른 나라보다 동물진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나라에서는 오히려 보험에 가입할수록 손해를 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우리보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상상할 수 없이 비싸기 때문에 동물보험 가입률이 높게 나타난다.

악화된 국가 경제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등으로 많은 동물병원이 폐업하는 와중에 동물병원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 없이 정부가 동물진료비 공시제를 시행하면, 더 많은 동물병원 폐업을 초래할 것이다. 동물병원 폐업에 따른 병원종사자의 대량해고 및 관련 업체의 연쇄적인 도산은 실업률 증가라는 불행한 사태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의 현명한 조치와 동물병원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를 기대한다.

*아래는 동물병원협회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입니다. 2019년 8월 우리나라와 아시아 국가의 주요 동물병원 진료비를 조사한 내용입니다. 마취비 및 검사비는 제외한 비용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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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 과연 수용해야 할까?/허주형 KAHA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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