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용마취제 납치사건,약국서 합법적 구입 가능해 사법 처리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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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레틸_납치

지난달 말, 30대 남성이 2:2 소개팅에 나갔다가 납치·감금을 당한 뒤 극적으로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 A씨는 인터넷 조건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B씨(38세, 남)로부터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술자리에 나갔다가 정신을 잃고 납치됐다. 경찰조사 결과 B씨는 술잔에 동물용마취제를 타 A씨의 정신을 잃게했다.

B씨가 사용한 동물용마취제는 ‘졸레틸’.

문제는 이처럼 범죄에 쉽게 악용될 수 있는 동물용마취제를 누구나 쉽게 동물약국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사건을 맡은 서초경찰서 강력계 담당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동물용마취제는 인터넷을 통해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한 구입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계속 조사중”이라며 “현재 해당 마취제를 일반인이 구입하는 것이 합법이라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동물용마취제가 범죄에 사용되어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마취제를 구입한 것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는 것.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동물용의약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수의사 처방제’가 지난해 8월 시행됐지만, 동물약국은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중 주사용 항생제와 주사용 생물학적제제(백신)만 수의사 처방전에 따라 판매하고, 나머지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은 일반인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팔 수 있다.

약사법85조_약국예외조항
수의사처방제 약국예외조항

동물약국 예외 조항 때문에, 졸레틸을 포함한 동물용 마취제, 호르몬제 등이 모두 동물약국에서 일반인에게 합법적으로 팔리고 있다.

처방전도 필요없으며, 동물을 사육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자신이 키우는 동물에게 사용할 거라고 하면 누구나 구매 가능하다. 해당 약품이 실제로 어디에 쓰일지는 당연히 알 수 없다.

수의사처방제 시행 전에도, 동물용마취제가 범죄에 악용된 적이 많다.

지난 2009년, 광주광역시에서 여성에서 동물용마취제를 먹여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사건이 발생했다. 범죄에 사용된 약품은 졸레틸과 럼푼. 당시 해당 사건을 취재한 언론사의 기자는 동물약국에서 두 제품을 쉽게 구입한 바 있다.

동물약국_졸레틸판매기사
한 언론사의 동물용의약품 관련 기사. 서울시내 한 동물약국에서 수의사 처방전 없이 졸레틸, 럼푼을 쉽게 구입했다.

수의사 처방제는 ‘호르몬제 및 항생제 등 동물용 의약품의 오·남용에 따른 내성균 출현과 동물·축산물에 약품의 잔류 등을 예방하여 축산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2017년까지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 품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기 때문에, 지난해 선정된 97개 성분은 기본 중 기본이다. 97개 성분에는 당연히 동물용마취제와 동물용호르몬제 성분 전체가 포함됐다.

그러나 이 모두를 동물약국에서는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수의사 처방제의 가장 큰 구멍이 동물약국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보건 향상을 위한다는  ‘수의사 처방제’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동물약국 예외조항’이 하루 빨리 삭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물용마취제 납치사건,약국서 합법적 구입 가능해 사법 처리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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