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내장형 칩 삽입,정말 터무니없는 정책인가 ― 유경근

과학적으로 안전... 실효성 높이기 위해 모두의 책임 있는 자세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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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형 칩, 일부 언론이 부정확한 사실로 부정적 논란 환산시켜

오는 2016년부터 내장형 칩으로 등물등록을 일원화한다는 정책에 대해 벌써부터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결국 해당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일, 이를 일시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떤 정책에 대해 찬반논쟁이 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최근 일부 언론보도가 정확하지 않은 주장의 인용을 통해 이 정책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현직 임상수의사다. 따라서 이 사업의 실질적인 현장 집행자이며 동물의학 관련 전문가다. 전문가로서 이 사업에 대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가능한 과학적 사실과 타당한 근거를 통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내장형 칩과 관련된 논란에는 크게 세 가지 부문이 있다. 첫째는 내장형 칩의 안전성 문제이고 또 하나는 의무화 문제 그리고 마지막은 실효성 문제이다.

안정성, 이미 의학적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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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소에서 안락사 대기중인 유기견 경기도내 보호소에서 안락사 대기중인 유기견 – 다행히 이 유기견은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되어 안락사는 면했다 ⓒ 김주아

첫 번째 논란은 안전성 문제이다.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 주로 거론하는 두 가지 인용이 있다. 하나는 해외의 ‘안티칩 운동’이고 또 하나는 실험동물에서의 종양 발생 보고이다. 우선, 안티칩 운동을 살펴보자.

‘안티칩 운동’은 무선전자파 송수신장치(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방식의 칩을 생체 내에 삽입하는 것에 대한 반대운동이다. 2010년 통과된 의료보험 개혁법, 오바마 케어법 내에 처음에 들어있다 최종적으로는 빠진 안이다. 그 주장에 옳고 그름을 떠나 중요한 것은 안티칩 운동이 동물이 아닌 인체 내장형 칩에 대한 반대 운동이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티칩 운동이 마치 반려동물 내장형 칩에 대한 반대운동인 것처럼 이를 끌어다 연결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종양 발생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실제 칩을 삽입한 쥐에게서 종양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이 결과만 가지고 내장형 칩이 종양을 유발한다고 결론짓기 힘들다. 왜냐하면 이 종양들은 발암성 연구를 위해 개발된 특수한 쥐 품종 혹은 발암에 관련된 실험을 함께 수행한 쥐에게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동일한 칩을 발암연구용 특수 쥐가 아닌 다른 쥐에 주입한 실험, 발암 연구를 같이 수행하지 않은 쥐에게 삽입한 실험에서는 종양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점 역시 칩과 종양의 인과관계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또한, 이물에 의한 종양은 성상이나 이물 크기 등에 영향을 받는다. 반려 동물에 사용 중인 내장형 칩은 쥐에서 사용한 칩과 다른 종류이며, 크기 또한 2mm × 12mm에 불과하다. 반려동물인 개나 고양이게는 매우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더욱이나 종양을 거의 유발하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내장형 칩이 일시적으로 피부를 부풀어 오르게 하거나 딱딱해지게 한 적은 있다. 하지만 종양 같은 다른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실제 미국 내에서 칩을 삽입한 개와 고양이 중 극소수 종양 발생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그 사례 대부분이 종양이 칩을 직접 싸고 있지 않았다. 칩에 의한 것이라 단정 짓기 어렵다.

왜냐하면 칩이 삽입되는 부위는 일반적으로 예방접종을 포함한 다양한 약물을 주사하는 부위이기에 약물이나 다른 요인에 의한 종양 발생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 발생한 종양은 제거 한 후 모두 재발이 없을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장형 칩과 관련된 가장 큰 조사는 영국에서 있었다. 영국소동물수의사회(BSAVA)에서 내장형 칩이 삽입된 동물을 13년간 370만 두 이상을 조사하였는데 그 중 종양 발생은 단 2건에 그쳤다. 이 정도면 사람에게 시행하는 마취나 예방접종 등에서의 부작용 사례에 비해도 상당히 낮은 확률이다. 의학적으로 상당히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여러 조사 및 실험의 결과, 내장형 칩을 반려동물에 삽입했을 때 종양 발생 가능성은 매우 미미하다. 충분히 의학적으로 안전한 수준이며, 만에 하나라도 발생하더라도 제거된 후 재발이 된 경우는 없었다. 여기까지가 현재 가장 정확한 과학적 사실이다.

동물 보호자들에게 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어

두 번째 논란은 의무화의 필요성 여부이다. 칩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만 해야 한다는 의견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동물보호단체들이 그 필요성을 동감하고 있고, 관계 당국이 오랜 검토 끝에 이를 의무화하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만 대략 10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이 유기동물을 관리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쓰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나 개인봉사자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그 결과 수많은 반려동물들이 고통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 부분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 당연히 동물을 버린 사람들이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을 찾아 책임을 묻기란 불가능하다. 궁극적으로는 동물복지라는 원칙을 갖고 있는 국가와 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

동물 등록은 바로 보호자에게 자신의 동물을 책임지고자 하는 시민의식을 부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동물을 처음 입양할 때 어떤 보호자도 키우다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입양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내장형 칩 동물 등록은 보호자가 그런 스스로와의 약속에 대한 선서와 같은 행위가 된다.

또한 고의가 아닌 실수나 부주의로 인해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가장 확실하게 보호자를 찾을 수 있는 방법 또한 내장형 칩이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우리 반려동물은 절대 집을 나가지 않는다”는 착각을 종종 한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뿐만 아니라 다수의 동물보호단체 활동의 실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잃어버린 대부분의 동물들은 우연한 기회에 집을 나간 경우이다. 내장형 칩은 그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유기견의 귀환에 가장 효과적이다.

이처럼 내장형 칩은 유기동물 예방과 조속한 귀환을 돕는 확실한 방법이다. 여러 동물보호단체들이 이 정책에 동의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를 보호자 스스로 하라고 하면 과연 어느 정도나 그렇게 할까?

예를 들어 건강보험이 매우 효과적이지만 필요한 사람만 가입하라고 하면 건강보험이 과연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실제 건강보험에 대해 의무 가입을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도 여러 반발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건강보험을 없애자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이는 드물다.

내장형 칩 또한 의무화 과정에서 동물보호자들의 반발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반발심을 잘못된 정보로 조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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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칩 리더기로 내장형 마이크로칩 확인 이렇게 확인된 칩번호를 이용하여 관련 홈페이지에서 유기견의 보호자를 즉시 찾을 수 있다.

 마지막 논란거리인 이 제도의 실효성을 살펴보자. 내장형 칩이 안전하고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유기동물 방지 효과를 가질지에 대한 의문이다. 우선, 실제 보호자들이 동물등록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만약 보호자들이 동물등록을 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

그럴수록 칩의 안전성과 의미에 대해 올바르게 알리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을 추진 중인 정부 당국이 바로 그 책임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설득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동물 보호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전성 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철저한 책임과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관계당국은 유기견이 임시 보호될 수 있는 모든 곳에 리더기를 적극 비치해야 한다. 또한 매년 칩의 이상 유무를 무상으로 체크 받도록 해야 한다. 이번 계획에 있는 것처럼 입양 당시부터 보호자를 가등록시켜 3개월 이상이 되었을 때 실제 동물등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야할 것이다.

또한 보다 근본적인 유기동물 해결을 위한 조치들, 예컨대 반려동물 판매업에 규제 관리·번식업에 대한 규제 관리·개 식용 문제 해소·인도적인 동물보호소 운용 등을 적극 검토 수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유기견이 감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 내장형 칩 삽입 정책의 신뢰도와 진정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대의를 위해 추진되는 사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옳다하더라도 누구에게나 무언가를 의무적으로 강제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따라서 국가는 반대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수렴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과학적 근거와 감정적 논쟁으로 인해 원칙 자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국가는 때로 미래지향적 비전과 신뢰의 리더십을 가지고 꾸준히 국민을 설득하여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도 있다. 동물등록 내장형 칩 일원화 정책은 ‘동물보호’라는 미래지향적 비전과 ‘책임감 있는 반려동물 키우기’라는 시민 의식을 원칙으로 하는 중장기 동물복지 정책 중 하나이다.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동물 내장형 칩 삽입,정말 터무니없는 정책인가 ― 유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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