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사의 눈으로 수의계를 살피는 정치인,문정림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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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jungrim

2013년 1월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제한 문제를 두고 열린 ‘수의사법 개정 공청회’에는 국회 헌정기념관 개관 이래 최대인 1,200여명의 수의사와 수의대생들이 참석했습니다.

공청회를 찾은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간단한 인사말 이후 자리를 떴지만, 수의사 출신도, 수의사법 소관인 국회 농해수위 소속도 아니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킨 국회의원이 있었습니다.

바로 새누리당 문정림 국회의원인데요, 의사 출신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면서, 수의계에도 폭 넒은 관심과 깊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대한수의사회 임원 워크샵에서 열린 특강에서 수의계 전반의 이슈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문정림 의원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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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22일 수의사법 개정 공청회에 참석한 문정림 의원 (사진 : 박종무 원장)

Q.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오래 재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의료인에서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되신 이유나 계기, 목표가 있다면?

저는 가톨릭의대 및 동 대학원을 거쳐 의학박사 학위와 재활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이후 가톨릭의대 재활의학과 교수로서 약 20년간 재직하며, 장애인 재활, 교육,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의사협회 등 의료계에서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겸 대변인과 의무이사, 대한의학회 정책이사, 한국여자의사회 공보이사 등의 직책을 맡아 10년 이상 활동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 내∙외부의 갈등, 의료 현실과 제도의 괴리 등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실에 부합하는 법과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 국민∙정부∙의료계 사이의 신뢰 속에서만 건강한 보건의료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기에 그간의 보건의료분야 전문성과 현장경험을 살려 직접 정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의사이시며 보건복지위 소속이지만 동물 쪽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는 야당 의원들과 함께 ‘동물복지법’을 최초로 발의하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는지요? 해당 개정안이 현재 소위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통과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요?

저는 20년간 의사로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았기에 개인, 사회, 국가 차원 모두에서 생명의 가치가 무엇보다 소중함을 알고, 또 이를 실천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생명과 다른 동물에 대한 존중을 담은 정책 마련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년 9월, 야당의원님들과 함께 ‘동물복지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제가 발의한 동물복지법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임을 감안해 “실험동물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동물실험의 원칙, 동물실험의 금지, 윤리위원회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위해 불가피하게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이라도 실험의 도구로만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로 바라볼 때 진정한 생명존중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착수한 것입니다.

동물복지법 개정안은 현재 소관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상정되어 있습니다. 올 2월 소관위 전체회의에서 제안설명과 토론 등을 거친 후 법안소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으며, 법안소위원회 심의는 아직 거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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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법 개정안 발의에 앞서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문정림 의원(사진 : 문정림 의원실)

저는 동물복지법의 통과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우선 인간과 공존하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바탕으로 동물 복지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개정안의 입법취지는,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관상임위원회의 수석전문위원은 실험동물에 관한 개정 내용이 타당한 입법조치라고 판단했습니다. 실험동물 역시 실험도구가 아닌 생명을 가진 존엄한 존재로서, 윤리적•인도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개정안은 현행 동물실험원칙(3R)을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실험시행기관으로 하여금 동물복지를 고려한 실험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며,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기능 강화 등을 통해 실험동물에 대한 생명존중의식을 제고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 본회의 통과는 물론, 바람직한 동물 복지 정책 수립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Q. 최근 공중방역수의사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한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셨습니다. 개정안 발의 취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신다면?

국가와 사회가 길러낸 전문인력을 사회 각 분야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은 국가적 낭비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수의사를 비롯해, 의사, 법조인 등 전문인력을 군을 비롯한 공익 영역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왔습니다. 현행 병역법 및 병역법 시행령에 규정된 나이제한 규정이 큰 원인 중의 하나였습니다.

현행 병역법은 의무․법무․수의 분야 등 특수병과의 현역장교 편입 연령을 만 35세까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법 시행령은 현역장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사관후보생 병적편입 제한연령을 수의 및 군종 분야의 경우 만 28세로 하향 축소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해당 연령을 초과한 인적자원이 특수병과 분야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가령 올 겨울 전국적으로 발생했던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는 물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구제역 등 국가적 방역관리가 필요한 분야의 공중방역수의사가 모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병무청 자료를 보니 작년에는 150명 정원에 119명만 충원되어, 79.3%의 충원율 보였고요. 최근 3년간은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수의계뿐만 아니라 의료계, 법조계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편입제한 연령을 병역법에 규정된 35세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수의, 의무, 법무 분야 전문인력이 상향된 연령까지 특수사관후보생으로 편입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경력 단절 등 개인적 손실을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며, 각 군 및 공익필수영역에서 자신들의 전문 역량을 활용하여 사회국가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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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건국대 수의대를 방문, ‘수의대생이 알면 유익한 국회 활동’을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Q. 의사 출신이면서 보건복지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보건복지위 위원으로 활동하는데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의료계에서 활동하며 보고 겪었던 경험과 전문 지식은 ▲진료환경과 의료서비스 개선 ▲장애인 건강증진 및 자립기반 강화 ▲국민건강증진 등 국민건강과 의료환경을 위한 국가 보건의료정책 수립 및 개선에, ‘전문성’면에서 큰 힘이 됩니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상임위 소관 기관의 업무 문제점과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이라면 ‘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의료계의 입장만 옹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하실 수도 있다는 점일 텐데요. 지난 2년 간 보건복지위원으로서의 의정활동을 심도 있게 지켜보신 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보건의료 현안에 있어서 저는 언제나 올바른 의료환경과 제도 정착을 통한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최우선에 두었습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유관단체, 시민단체 등 각자의 주장과 근거를 충분히 검토하고, 협의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당사자 간의 첨예한 대립에 대해서도 서로 양보하고 소통해 조율이 이루어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활동해 왔습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저는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 장애인의 건강증진과 복지향상을 위한 장애보건법안,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및 생명존중을 위한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안 등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생명존중 의식을 제도화할 수 있는 여러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지닌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안의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전문직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19대 국회에는 수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없는데요..전문직 출신의 국회의원의 필요성과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사회가 고도화, 복잡화, 세분화되며, 전문가의 역할과 책임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직업 분화과정을 봐도 수의사, 의사, 법조인의 영역은 그 안에서도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변화를 반영한 법률 제∙개정은 물론 정부 정책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직 출신 국회의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문직 출신 국회의원은 해당 직역의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관련 현안의 논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바람직한 입법∙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수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의사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대한수의사회 회장을 지내셨고, 15대, 16대 국회에서 활동하신 이우재 전의원님을 알고 있습니다. 이후 국회에는 수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없었습니다.

수의사 출신 국회의원님이 계셨다면, 동물병원 개설자의 인체용 전문의약품 공급 개선, 약사의 동물용 마취제 처방대상약품 임의 판매 제한, 동물약품관리법 제정 등에 수의계의 전문적인 식견과 현장의 의견이 더욱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수의사 출신 국회의원과 함께 의정활동을 펼쳤더라면, 수의계에 대한 식견을 넓힐 좋은 기회가 되었음은 물론, 보건의료 및 동물복지 분야에서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앞으로 수의계가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을 이끌어내어 수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을 국회에서 꾸준히 뵐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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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한수의사회 임원워크샵을 방문, 수의계 이슈에 대한 의견과 대국회 활동전략을 조언했다

Q. 끝으로 본지 독자인 수의사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커지며 동물과 인간의 조화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또한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악성가축전염병이 되풀이 되며 국가방역관리의 중요성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연구, 신약개발 등을 통해 동물을 넘어,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공헌하는 수의계 연구분야의 비중도 커지고 있습니다.

동물과 사람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국 1만 6천여 수의사 여러분의 역할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노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책적∙제도적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 동안 저는 동물의 생명을 인간과 다름없이 소중히 여기는 시각과 인식을 제도화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또한 의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보건의료적 관점에서 보았던 현안과 유사점이 있는 수의계의 현안에 관심을 갖고 대비하며 지켜보았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지난 5월 23일 대한수의사회 워크샵에서, 의료분쟁조정위원회와 비교하며 ‘수의료분쟁조정위원회’ 도입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최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된 문제제기의 60%가 의료기관의 거부로 조정과정 개시조차 못했습니다. 이는 문제제기가 불합리하다는 불신이 많기 때문입니다.

수의료분쟁조정위원회 역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조정위의 조정절차가 소송보다 간편하다는 생각에 문제제기의 남발을 가져와 분쟁이 증가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동물병원의 진료기록 증빙이나 사유서 제출 등에 따른 불측의 행정적 비용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의계와 긴밀한 논의를 거쳐 위원회의 도입을 결정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동물진료 및 가축방역 업무, 수의업무의 개선을 위해 수의사 여러분의 경험과 식견을 경청하며, 의정활동에 이를 반영하고자 합니다.

수의사 여러분의 진심 어린 조언과 따뜻한 응원을 부탁 드립니다.

[인터뷰] 의사의 눈으로 수의계를 살피는 정치인,문정림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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