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정책으로 계속 늘어나는 공공동물병원, 기준은 어디에

파주시의회 반려동물 보건소 설치·운영 조례에 시 '사회적 합의 필요'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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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공공동물병원이 늘어나는 가운데, 공공동물병원 설립이 선심성 정책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동물병원 추진 전 지역 수의사회와 협의를 먼저 수행하고, 진료 대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2022년 4월 설립된 담양군 반려유기동물 공공진료소…이후 지자체 공공동물병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2년 4월 전남 담양군이 전국 최초로 반려·유기동물 공공진료소를 개소했다. 담양읍 지침리에 위치한 반려·유기동물 공공진료소는 시설면적 101㎡ 규모에 진료실, 수술실, x-ray실, 미용실, 입원실로 구성됐다. 또한, 혈액검사장비, 초음파수술기, 전동수술대 등 의료 장비를 갖췄다.

진료 대상은 유기동물과 장애인·기초생활수급자·65세 이상 독거노인 소유의 반려동물이다. 당시 지자체가 사회적 약자의 반려동물 진료비를 지원하는 사례는 있어도, 직접 동물병원을 개설해 진료·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것은 처음이라 관심을 받았다. 특히, 65세 이상의 독거노인이 ‘세금을 투입해서 반려동물 진료를 지원해야 할 사회적 약자’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전남 순천은 지난해 8월 순천시 반려동물문화센터를 개소했는데, 여기에 ‘순천시 반려유기동물공공진료소’를 개원했다. 순천시 역전길 50에 위치한 반려동물 문화센터는 부지면적 3천104㎡, 건축 총면적 2천689㎡의 지상 4층 건물 규모로 조성됐다.

9월에는 성남 시립동물병원이 문을 열었다.

수정커뮤니티센터(수정구 탄리로 59) 지하 1층에 있는 성남 시립동물병원은 총 145.3㎡(약 44평) 규모이며, 진료실, 조제실, 임상병리실, 처치실, 수술실, 입원실(개, 고양이), X-RAY실, 상담·접수실, 대기실 등을 갖췄다.

성남시립동물병원은 인근 동물병원의 평균가를 조사해 50~70%까지 비용을 감면해 주는 원칙을 세웠다. 5개 이상의 인근 동물병원 진료비가 기준이 된다.

성남 시립동물병원의 이용 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소유의 반려동물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 소유의 반려동물 ▲65세 이상 어르신 소유의 반려동물 ▲동물보호센터의 유기동물 중 장기입소가 필요한 동물이다.

그중 65세 이상 보호자가 키우는 반려동물의 경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성남시립동물병원을 이용할 수 있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의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덜어 잘 양육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과 달리 재산이 많은 사람도 65세 이상이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병원 원장들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은 이해하나, 65세 이상이라고 일반 반려동물까지 세금을 투입해가며 혜택을 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김포시도 곧 반려동물보건소를 개소한다. 김포시는 지난해 8월 “내년 초 반려동물의 건강 상담과 질병 예방 및 진단 등을 받을 수 있는 반려동물 보건소를 개소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지난해 말 임기제공무원으로 수의사 채용을 마쳤다.

김포시 보건소의 경우 유기동물 진료는 하지 않고, 일반 시민의 반려동물만 진료할 방침이다. 김포시는 “김포시민이 반려 중인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동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유기·유실된 동물의 구조나 진료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단, “취약계층인 장애인과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족, 국가유공자, 홀몸 어르신이 반려하는 동물 등의 검진과 예방접종에 각별히 신경 쓸 계획”이라고 전제조건을 밝혔다.

화성시도 시립 반려동물병원 개원을 추진한다. 올해 시립동물병원 세부계획 수립과 병원 후보지를 결정하고, 2025년 행정절차를 거쳐 2026년 개원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파주시의회 이혜정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지난달 6일 파주시 동물보호 및 복지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조례안에는 반려동물 보건소 설치 및 운영에 대한 근거 조항*이 담겼다.

*제22조(반려동물 보건소 설치 및 운영)

① 시장은 반려동물 대상으로 기초검진 및 입양·상담 등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반려동물 보건소를 설치 및 운영할 수 있다.

② 반려동물 보건소 시설기준은 「수의사법 시행령」 제13조의 규정을 따른다.

이혜정 의원은 그동안 파주시 장애인 및 저소득계층 반려동물 진료비 등 부담 완화지원 조례안, 파주시 동물보호 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등 동물과 관련된 조례안을 여러 건 발의한 바 있다. 해당 조례안은 모두 원안의결됐다.

하지만, 이번 조례안의 경우 반려동물 보건소 운영·관리 조항에 대해 시청 담당부서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가 반려동물 보건소(공공동물병원)를 설치할 때는 동물보호센터 동물병원을 먼저 시범운영 하고, 인근 동물병원, 수의사회와 충분한 의견 청취 및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해당 ‘동물 보호 및 복지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현재 이견 조율 중이며, 빠르면 이달 안으로 본회의에서 논의된다.

한편, 반려유기동물공공진료소, 시립동물병원, 반려동물보건소 등 다양한 이름의 지자체 공공동물병원이 늘어나자 ‘설립·운영 전에 수의사회와 먼저 논의하고, 진료 대상을 논란의 여지 없는 사회적 약자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의사법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도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있기에 공공동물병원 개설 자체는 합법이다. 다만,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인근 동물병원보다 진료비를 저렴하게 책정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일반 시민의 반려동물까지 진료하는 것은 주변 동물병원에 피해를 줄 수 있고, 과도한 세금 투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재고해야 한다는 게 수의계의 분위기다.

경기도에서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한 원장은 “경기도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이 있는데 일반 반려동물을 진료하지 않아서 논란도 없다”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동물병원이 선심성 공약으로 추진되는 것은 세금 낭비일 뿐만 아니라 주변 동물병원에 피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는 현재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도우미견나눔센터, 반려마루여주에 지자체 동물병원을 운영 중이지만, 진료 대상은 ‘구조된 야생동물과 유기동물’이다.

선심성 정책으로 계속 늘어나는 공공동물병원, 기준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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