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막염·중성화·슬개골·외이염` 다빈도 10종 표준 진료 프로토콜 나온다

동물진료 표준화 ‘진료 프로토콜’ 공청회 열려

등록 : 2022.06.20 13:17:13   수정 : 2022.06.20 13:42:26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동물 진료 표준화 공청회가 17일 건국대 수의대에서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진행 중인 동물 진료 표준화 연구용역 중 ‘진료 프로토콜 표준화’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를 담당한 건국대 동물병원 측은 가안으로 도출한 진료 프로토콜 사례를 소개했다. 외이염, 아토피성피부염, 결막염, 유루증, 중성화수술, 슬개골 내측탈구, 위장관 출혈, 심인성 폐수종, 빈혈, 예방접종 10종이다.

이어서 대한수의사회와 진료과목별 전문단체, 동물병원협회가 패널 토론에 나섰다.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진료 프로토콜 표준화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작성됐는지, 반드시 따라야 하는지 등을 전한다.

건국대 동물병원장 윤헌영 교수.
진료 프로토콜 표준화 연구는 건국대 동물병원 교수진이 진료과목별로 참여했다.

진료 프로토콜 표준화란 무엇인가

2020년 ‘동물병원 진료 표준화 방안 마련’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 서강문 교수팀은 동물진료 표준화를 크게 2가지 요소로 구분했다. ‘진료 정보 표준화’와 ‘진료 프로토콜 표준화’다.

진료 정보 표준화는 질병명이나 세부진료행위 각각의 명칭을 통일하고 코드체계와 연결하는 것이다. 개별 동물병원에서 진료 과정에서 생산하는 의료기록을 하나로 모아 빅데이터로 만들기 위해서는 진료 정보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진료 프로토콜 표준화는 특정 질환의 진단·치료 절차를 정리한 지침을 만드는 일이다. 수의학계에서 널리 인정된 텍스트나 연구논문을 근거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수의사 사회 안에서 합의해 인정하는 것이다. 일종의 매뉴얼이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표준진료지침(CP, Clinical Pathway), 임상진료지침(CPG, Clinical Practice Guideline)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만성콩팥병, 천식, 위염 등 질환부터 임종 돌봄(호스피스)까지 약 70여종에 달한다.

의학회가 직접 개발하거나, 전문학회들이 다학제적으로 개발한 임상진료지침을 평가·인정하고 있다.

지난해말 농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가 발주한 동물 진료 표준화 연구용역도 이들 2가지를 구분해 진행하고 있다. 전자는 서울대 서강문 교수팀이, 후자는 건국대 동물병원 윤헌영 교수팀이 맡았다.

위장관 출혈 진료 프로토콜을 소개하는 한현정 교수

▶ 표준 진료 프로토콜 10종 어떻게 만들었나

윤헌영 교수팀은 올해 2월부터 3월까지 수의사 1,045명이 참여한 설문을 통해 내과·외과·안과·응급중환자의학과에서의 다빈도 질병을 조사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우선적으로 진료 프로토콜을 만들 항목 10개를 선정했다. 외이염, 아토피성피부염, 결막염, 유루증, 중성화수술, 슬개골 내측탈구, 위장관 출혈, 심인성 폐수종, 빈혈, 예방접종이다.

진료 프로토콜의 형태는 대한의학회가 인정한 임상진료지침을 차용했다. 질병의 정의·기전부터 원인, 임상증상, 표준진단 프로토콜, 치료, 합병증·예후·보호자교육까지 총망라했다.

한현정 건국대 교수는 “주요 내용을 요약본과 표준 진료 알고리즘으로 제시했다”며 “임상수의사들이 실제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핵심내용을 빠르게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위장관 출혈] 프로토콜은 내원 환자의 응급처치부터 시작해 환자가 안정화된 후 기저 원인을 찾기 위한 진단적 접근법을 차례로 제시하고 있다. 수혈량·수액량 계산법은 물론 각종 치료약물의 용법을 요약 제시해 임상가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진단검사는 ‘필수검사’와 ‘선택 정밀검사’로 구분했다.

가령 외이염 환자에서 병력청취나 신체검사, 검이경 검사 등은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필수검사). 반면 양성 대조 이공 조영술이나 CT, MRI 등은 병원 환경이나 환자 상황에 따라 주치의가 판단할 부분으로 남겼다(선택 정밀검사).

1차로 윤헌영 교수팀이 작성한 진료 프로토콜 가안은 내과·외과교수협의회, 수의안과연구회, 수의응급중환자연구회, 한국동물병원협회 등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았다.

윤헌영 교수는 “수의사들이 실제 진료할 때 손이 가는 참고자료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완성된 프로토콜은 책자로 제작하는 한편,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한 배포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료 프로토콜은 표준 알고리즘을 요약 제시해 활용도를 높였다.

▶ 진료 프로토콜 표준화가 왜 필요한가

동물병원별로 진료비에 편차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같은 환축을 두고서 병원마다 실시하는 진료내용이 다르다는데 있다. 이는 보호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윤헌영 교수는 “진료절차가 병원마다 다르다 보니 보호자의 예측 가능성이 낮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국가적 차원의 진료 표준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대한의학회는 임상진료지침이 ‘의사의 진료와 과학적 근거의 간격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근거기반의학을 구현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임상진료지침은 주치의에게 진단·치료 옵션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장단점을 제시하여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돕는다.

환자(보호자)에게도 어떤 검사·치료가 필요한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윤헌영 교수는 “국내외로 근거기반의료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진료 표준화가 일관성 있는 동물진료서비스의 상향 평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의사회는 진료 프로토콜 표준화를 동물 진료비 정보 공개 의무화 법 개정의 전제 조건으로 꼽았다.

가령 ‘개 암컷 중성화 수술 OO만원’이라고만 표기하기엔 병원별로 실시하는 검사나 수술법, 후처치 등이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피상적인 가격정보 공개가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무차별적인 가격경쟁으로 인한 진료의 하향 평준화 위험성도 지목된다.

▶ 표준 프로토콜 제시된 진료항목은 비용 공개 의무화되나

이처럼 지난해까지 동물 진료비 관련 수의사법 개정이 논의될 당시에는 ‘진료 표준화를 마쳐 오해의 소지를 줄인 진료항목에 한해 단계적으로 비용 공개를 의무화하자’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됐다.

물론 위장관 출혈이나 빈혈 등의 진료비를 특정 금액으로 명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환자마다 다르고, 원인에 따라 다르고, 수의사도 실제로 진료에 임하기 전에는 예측할 수 없다.

반면 중성화수술이나 슬개골 내측탈구 수술 등 단발성으로 분리된 진료항목은 비용을 사전에 책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1월 개정된 수의사법에는 진료 표준화와 비용 의무공개 여부는 연동되지 않았다. 공개 대상은 진찰, 입원, 예방접종, 검사 등 주요 진료비용으로 규정됐다. 법 조문 상으로는 진료 프로토콜 표준화와 관련이 없는 셈이다.

진료 표준화 관련 법조항도 별개로 신설됐다. 농식품부장관이 동물의 질병명, 진료항목 등 표준화된 분류체계를 고시하도록 하는 형태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진료 프로토콜) 표준화가 됐다고 해서 비용을 게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은) 엑스레이, 예방접종 등 단순화된 진료만 게시 대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농식품부 이승환 사무관도 “표준화됐다고 무조건 비용을 공개하는 식은 아니다. 각계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논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 표준 진료 프로토콜은 반드시 따라야 하나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은 “진료 프로토콜을 따를 지 여부는 임상수의사의 선택이다. 강요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도 “따를 수 있게끔 유도하는 보상이나 권한 부여 등 정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는 아니지만 ‘표준 프로토콜’이라는 이름이 가진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따르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서상혁 VIP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소형병원과 대형병원의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대형병원은 환영하는 반면, 소형병원은 불안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공개된 표준 프로토콜 가안에서 중성화수술은 호흡마취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결막염에서는 안압 측정이 필수검사에 포함됐다.

서 원장은 중성화수술에 주사마취를 활용하거나, 결막염 진료 시 안압검사를 하지 않는 동물병원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표준이라는 단어에 (소형병원) 원장은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다양한 검사·치료옵션을 실시하는 대형병원의 경우 과잉진료가 아님을 주장하는 근거로서 표준 프로토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허주형 회장은 “책에서 필요하다고 명시한 검사를 (표준 프로토콜에서) 뺄 수는 없다. 다만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는 현장 수의사의 판단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 진료의 표준화된 분류체계를 고시하도록 한 개정 수의사법은 2024년 시행된다. 진료 프로토콜 표준화를 위한 후속 연구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승환 사무관은 “법 시행시점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이제 관련 연구의 첫 발을 띈 것”이라며 “소형 동물병원 문제 등에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하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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