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법무부 민법 개정 입법예고

별도 규정 없으면 물건 규정 준용..당장 변화 적어도 입법 탄력, 수의사회 ‘만시지탄’ 환영

등록 : 2021.07.19 13:17:16   수정 : 2021.07.19 13:17:18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민법 개정에 나섰다.

당장 동물 관련 범죄의 처벌수위나 손해배상액이 크게 달라지진 않더라도,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한수의사회는 ‘만시지탄’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法, 동물 그 자체로서 법적지위 인정해야 ‘사회적 공존 범위 확장 계기될 것’

동물을 물건에서 분리하는 법 개정 필요성은 그동안 동물보호단체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동물의 생명에 피해를 입힌 범죄가 발생해도 단순한 재물의 손괴로만 취급되면서, 처벌 수위가 기대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그동안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피해배상이 충분치 않은 근본적인 이유로 동물이 법체계상 물건으로 취급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동물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의 개선 등 생명존중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반려동물 유기행위나 잔인한 학대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개정 취지를 전했다.

이를 위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주요 해외입법례를 참고하고 관련 연구용역과 여론조사, 동물전문가 자문 등으로 의견을 수렴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19일 입법예고한 민법 개정안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제98조의2 신설).

현행 민법은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은 이중 ‘유체물’로서 물건으로 취급됐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동물은 물건이 아닌 동물 그 자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물에 대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법무부는 “장기적으로 동물학대 처벌이나 동물피해에 대한 배상 정도가 국민 인식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동물보호나 생명존중을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제도가 제안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사법의 기본법인 ‘민법’의 지위를 고려할 때, 우리 사회가 동물과 사람을 막론하고 생명을 보다 존중하게 될 것”이라며 “사회적 공존의 범위가 더욱 확장되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관련 법 개정 탄력 전망, 처벌·배상 수위 높아질 가능성

수의사회 ‘만시지탄’ 환영

이날 입법예고된 개정안에 대해 수의사 출신인 이상민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민법이 개정되면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면서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한 만큼, 당장 별도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추가 입법 없이도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양형이 강화되거나, 동물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위자료 액수가 상향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상민 변호사는 “기존에도 법원이 동물의 교환가치를 넘는 수준의 치료비를 배상하도록 하는 등 일반 물건과는 달리 판단을 내리고 있지만,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는 턱없이 낮다. 100만원을 넘기도 힘든 실정”이라며 “위자료는 법관이 판단하는 재량의 영역이지만, 동물을 물건과 분리하는 민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그 취지가 반영되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상징적으로 동물의 법적지위가 올라가는 만큼, 물건보다 더 존귀한 동물을 다루는 수의사의 사회적 지위도 올라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수의사회도 민법 개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만시지탄’이라며 “동물의 건강권이 법적으로 보다 확실히 명시되어야 한다.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