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여년 운영한 동물병원 떠나,FC가 된 박대곤 수의사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 위해 수의사들 적극적으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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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 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수의사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이 같은 오해를 풀고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선 사람이 있습니다. 10여년간 동물병원을 운영하다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보험 FC(Financial Consultant)가 된 박대곤 수의사님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동물병원을 떠나 FC가 된 지 7년 반이 된 박대곤 수의사는 수의사로서의 경험과 FC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반려동물 보험을 수의사들이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지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습니다.

데일리벳에서 박대곤 수의사님을 만나 FC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계기와 반려동물 보험활성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parkdaegon

Q. 동물병원을 하다가 FC가 된 경력이 특이하다.

동물병원을 96년에 오픈해서 40세까지 13~14년을 운영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열심히 운영했고, 동물병원관리 프로그램(ForVET, MultiVet)도 만들었다. 또, 인터넷 쇼핑몰과 애견카페도 초창기에 했었고, 수의간호아카데미도 했었다.

40세가 되어서 인생을 돌아보니까, 정신없이 10여년을 달려왔는데 좁은 병원에만 갇혀서 세상을 잘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아빠·좋은 남편도 아니더라. 뭐가 문제였을까 고민하다가 병원을 나가서 다른 분야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보고싶어졌다.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다양한 분야(다양한 소득계층)의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서도, 갑이 아니라 반대 입장에 서보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2007년 5월에 보험회사에서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했다. 벌써 7년 반이 됐다.

 

Q. 임상을 할 때도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어떤 수의사가 되고 싶으냐? 는 질문에 많은 답이 있다. 실력이 뛰어난 수의사, 돈 많이 버는 수의사가 답 일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96년도에 개원할 때 일반인과 수의사의 중간 역할을 하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수의사와 동물병원의 이야기를 알리는 한편 초창기 인터넷 쇼핑몰에 연령별 사료 구분등을 보호자에게 알리는 등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

 

Q. 임상수의사로만 살다가 다른 도전을 했기 때문에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뭔가 변화를 원하면 기존의 것을 버려야 한다. 전혀 낯선 분야였으니 힘이 안 들었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군대에 다시 들어가 이등병이 된 거라고 생각하면서 일했다. 변화를 위해 도전했기 때문에 예전 생각을 하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박대곤책
박대곤 수의사는 임상하던 시절
`유쾌한 수의사의 동물병원24시`책을 썼으며,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의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Q. 수의사들을 잘 이해하는 FC로서 수의사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FC를 시작하고 3~4년은 동물병원에 거의 방문하지 않았다. 당시는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가 시행되기 전이고, 대형병원들도 거의 없을 때기 때문에 수의사들이 세무, 노무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또 수의사들을 만나면 정체성의 혼란도 있고 해서 일부러 수의사를 만나지 않았다. 수의계 외에 다른 분야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다가 대형동물병원이 생기고, 영리법인도 생기고, 부가세도 시행되고, 수의사의 사회적 이미지도 올라가면서 동물병원에서 세무, 노무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동물병원의 특별한 상황을 이해하는 세무, 노무 전문가들이 거의 없었다. 양쪽 분야에 모두 경험이 많은 사람이 없었기 떄문이다.

그래서 그 때부터 다시 수의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 동안 금융업계에서 배운 지식과 다른 분야 사람을 만나며 배운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Q. 반려동물 보험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 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요즘 동물병원의 상황을 보면 원장님들은 원장님들 나름대로 진료비 책정과 병원 성장에 대한 고민이 많다. 반려동물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동물병원비가 비싸서 동물을 못 키우겠다는 생각이 팽배하고, 일반인들은 수의사가 돈을 엄청 많이 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진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되어 자가진료가 늘어나고 동물약국이 생겨난다고 생각했다.

나는 수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반려동물 시장에도 보험이 있으면 굉장히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 되면 진료비의 보호자 부담이 최대 30% 수준으로 줄어들어 병원 문턱이 낮아 진다. 자연히 진료에 필요한 검사나 비싸서 미뤘던 수술들도 부담없이 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확진율도 오르고 병원 매출도 늘어나게 된다.

또한 병원비가 비싸다는 오해도 줄어들 것이다. 지금보다 소득이 낮은 보호자들도 좀 더 부담없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대형병원의 저가진료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방어책 역할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기존 반려동물 보험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 해결책이 있다면?

기존의 애견 보험은 모두 실패 했다. 수의사 출신 FC로서 이전 보험상품들을 분석해 보니,  실패 이유는 ‘수의사들은 보험을 잘 모르고, 보험 쪽에서는 수의사를 잘 모르는 것’이었다.

기존 보험회사들은 동물병원에 가서 수의사와 스텝들에게 “이런 상품 나왔으니,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팔아달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 보험을 의사가 판매하나? 아니다. 사람 보험은 FC가 판다. 그런데 반려동물 보험상품은 왜 수의사가 팔아야 하나?

또, 보험을 동물병원에서 팔게 되면, 문제가 생겼을 때도 동물병원에 컴플레인을 건다. 그 부담감 때문에 수의사들은 더욱 보험을 기피하게 된다.

그 부분을 해결하면 된다.

수의사는 아직 반려동물 보험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보호자에게 보험이 있다는 것만 알려주고, 실제 보험 판매는 전문가인 FC에게 맡기면 된다.

수의사는 진료비 부담을 느끼는 보호자에게 ‘사람의 실손 보험처럼 반려동물도 실손 보험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FC를 연결해주면 끝이다. 지금까지는 그런 역할을 해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후배 FC들에게 펫보험에 대해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 중간에서 그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다.

현재, 20여개 동물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

 

Q. 보험회사의 손해율이 큰 상황이다. 반려동물 보험상품이 없어질 경우 어떻게 하나.

그렇기 때문에 수의사들이 많이 노력해야 한다.

지금 좋은 반려동물 보험상품이 있다. 이런 좋은 상품도 수익이 안 나면 없어진다. 보험 회사가 이익을 보려면 가입자가 많아야 한다. 보험이 활성화되면 수의사, 보호자, 보험회사 모두 좋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상품이 없어지지 않도록 수의사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박대곤_ING
박대곤 수의사는 FC로도 많은 성공을 거뒀다.
수천명에 달하는 ING FC 중 10위권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Q. 현재 나와 있는 반려동물 보험상품이 가진 단점도 있을텐데.

몇 가지 단점이 있긴 하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이런 단점들도 다 해결할 수 있다.

보험회사 측에서 가입자 수가 적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상품을 만든 측면도 있다. 동물 환자가 많이 가입하면 상품이 커버하는 범위도 넓어질 것이고 그럼 상품도 더 좋아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출시되어 있는 보험상품부터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Q. 전국민 의료보험처럼 반려동물쪽에도 사보험이 아닌 공보험이 만들어질 수는 없을까?

사람 공보험 운영도 어려운 상황에 동물 공보험이 생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공보험이 생기면 오히려 수의사들에게 안 좋을 수도 있다. 수가를 나라에서 컨트롤하니까 의사도 늘 정부와 수가를 가지고 다툼을 한다. 따라서 반려동물 공보험 도입 자체도 쉽지 않겠지만, 동물 공보험이 정말 수의사들에게 유리한가 하는 부분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Q. 동물병원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다.

현재는 원장님들을 찾아뵙고 펫보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연락만 주면 강의하러 간다. ‘반려동물 보험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보험을 원하는 보호자가 있을 때 어떻게 하면 되는 지 알려준다.

박대곤_강의
수의사를 대상으로 반려동물 보험 강의중인 박대곤 수의사

 

Q. 마지막으로 보험과 관련하여 수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들은 병원에 갈 때 병원비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유는 의료보험에서 어느정도 보장해주고, 개인이 가입한 실손보험에서 나머지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이 없다면 동물병원비보다 인의병원 진료비가 더 비싸다.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 되면, 보호자가 동물병원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동물병원 방문횟수가 증가한다. 고객의 가격저항이 줄어든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수의사들이 병원매출을 올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툴이 바로 보험이다.

8년차 FC로서 보험을 정의하자면 ‘보험은 칼!’이다.

칼에는 손잡이 부분과 칼날 부분이 있다. 손잡이를 잡으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칼날 쪽은 피하고 싶고 잡으면 상처를 입는다.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지금까지 보험을 잘 모르고 칼날 쪽을 잡다보니 보험을 피하게 되는 것 같다.

수의사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반려동물 보험을 공부하면 칼의 손잡이를 잡을 수 있다. 수의사들도 보험의 장점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게 된다면 병원 발전에 상당히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인터뷰] 10여년 운영한 동물병원 떠나,FC가 된 박대곤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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