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 앞두고‥차트업체들 `나 떨고 있니`

마약류통합관리 연동과정서 서비스 문의 폭주 경험..지원 없는 정부 규제에 업체 부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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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가 시행을 앞두고 개원가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전자차트(EMR) 업체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규제 당사자인 동물병원 못지않게 전자차트 업체에 가중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물병원 전산보고 민원은 결국 차트업체에 쏠린다

연동기능뿐만 아니라 제도 관련 문의까지..NIMS 선례에 우려 커져

2월 28일부터 발효되는 개정 수의사법에 따라,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처방전은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EVET)을 통한 전자처방전 형태로만 발행해야 한다. 아울러 수의사가 진료과정에서 처방대상약을 직접 투약하거나 판매할 경우에도 해당 내역을 EVET에 전산보고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이 24일 농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를 통해 공지되면서 개원가에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수의사처방제는 대동물 영역의 제도’라고 여겨왔던 반려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직접 사용한 내역까지 보고토록 한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이 불똥이 차트업체로 옮겨붙는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동물병원이 우리엔PMS·이프렌즈·인투벳(이상 가나다순) 등 3대 전자차트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 업체로 서비스 문의가 폭주한다는 것이다.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을 담당하는 농식품부 방역정책과나 대한수의사회보다 일단 차트회사로 전화를 돌리기 때문이다.

차트업계의 관계자 A씨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도입 때도 절실히 느꼈지만, 동물병원 전산보고 관련 규제는 결국 차트업체의 일이 된다”고 토로했다.

동물병원장이 평소 사용하던 전자차트 프로그램으로도 NIMS와 EVET에 보고할 수 있도록 연동기능을 개발하는데, 개발비용은 물론 서비스 문의대응에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A씨는 “마약류 전산보고도 기술지원부담이 무척 컸다. 대응인력이 몇 명 안되는 영세업체 입장에서는 너무 큰 부담”이라며 “프로그램 연동기능에 대한 민원뿐만 아니라 제도 자체에 대한 문의까지 이쪽(차트업체)으로 들어오니 참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차트업계 종사자 B씨도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B씨는 “이미 전자처방전 의무화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연동에 대한 문의도 있지만, 제도 자체에 대한 질문을 주시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사용량이 적은 마약류와 달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은 백신과 항생제, 호르몬제 등 종류가 많아 전산보고량도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차트업체의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규제당국이 져야 할 행정부담이 차트업체와 병원에 쏠려 있지만..지원책도 없어

코드체계 부재 속 진료기록 관행과 직결된 문제..정착에 시간 소요 불가피

업계에 따르면 전자차트의 EVET 연동기능은 NIMS와 비슷한 형태로 개발될 전망이다. 수의사가 처방을 내리면 해당 내역을 EVET으로 전송하고, EVET 보고내역을 차트 내에서도 관리하는 형태다.

A씨는 “규제당국이 져야 할 행정부담이 차트업체와 동물병원에 몰려 있지만 지원책 하나 없지 않나”면서 “당국에서 연동기능 개발비용이나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전산보고 관련 민원에 대응할 예산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원장님들께 서비스 유지 비용을 올려 받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B씨는 “차트업체가 일일이 대응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원장님들도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당국과 수의사회가 회원들의 문의 대응을 전담하는 인력을 두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의 정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A씨는 “당장 법이 시행되고 전자차트에 연동기능이 생긴다고 해서 전자처방전 의무화가 잘 정착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인의처럼 표준화된 코드체계가 없는 동물병원에서 진료기록관리나 차트작성의 관행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씨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도 유예기간을 충분히 부여했던 것이 그나마 초반의 혼돈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며 “현장에서 제도가 정착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 앞두고‥차트업체들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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