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열 서울대 신임 학장 “공감·소통·공동체 실현으로 품격 높은 수의대 만들고파”
AVMA 재인증, 동물병원 확장, 통합 6년 교과과정 마련 추진

데일리벳에서 2년 동안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이끌어갈 조제열 30대 학장님을 만나 소감과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Q. 학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두 감정이 교차하는 것 같네요(웃음).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끼는 모교의 학장이 되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학교의 발전을 위해 힘쓸 수 있게 되어 기쁘네요. 학장이라는 위치에서 모두의 공익을 위한 과제들을 해결해 보고 싶어요. 큰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임하는 만큼, 학교의 발전과 공동체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학장님께서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고자 하시나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의과대학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공감·소통·공동체 실현’, 즉 ‘공·소·공’의 가치를 중심으로 품격 높은 수의과대학을 만들고자 합니다.
먼저, ‘공감(Compassion)’입니다. 수의사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과 인간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아는 전문가여야 하죠. 그래서 우리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단순한 지식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윤리적 책임감을 함께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는 ‘소통(communication)’입니다. 좋은 수의사는 뛰어난 진료 능력만 갖춰야 하는 게 아니라, 타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줄 알아야 해요. 저는 우리 대학이 진료와 연구뿐만 아니라, 학문적·사회적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세 번째는 ‘공동체 실현(Community Engagement)’입니다. ‘One Earth, One Health’라는 개념처럼, 우리 모두는 하나의 건강 공동체 안에 살고 있어요. 개인을 넘어 사회, 나아가 지구 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수의학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해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헌신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나 중점 과제가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학교의 발전과 공동체 실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여러 중요한 과제들이 있어요.
첫 번째로, 동물병원 확장과 재정 안정화입니다. 현재 동물병원의 재건축 설계도 초안이 완성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병원 활성화를 위한 자금 지원 예산 확보와 수익 구조 개선이 핵심 과제예요. 또한, 병원의 장기 발전 로드맵을 수립하고, 임상 교원을 확충하여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여 나갈 예정입니다.
두 번째로, 통합 6년 교과과정 개편을 준비하여, 2027년부터 보다 전문적이고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려고 해요. 기본적인 틀은 첫 1년 동안 교양과 예술 등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이후 5년 동안 본과 공부에 집중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수의학적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지면서도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전인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또한, AI 및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래지향적 커리큘럼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세 번째로, 질병진단센터(D-Lab)와 임상시험센터가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운영시스템을 구축해 연구인프라를 강화하고, 공동기기실을 설치해 연구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에요. 이를 위해 전담 인력과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 규정 및 제도 개편을 추진하여 교원 채용 및 평가 기준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선하고, 제반 규정을 미래지향적으로 수정·보완하려고 합니다. 또한 홈페이지 개편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려고 해요.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의 교육·연구·임상 역량이 크게 향상되리라 생각합니다.

Q. 서울대학교 구동물병원 증개축을 통해 동물병원이 제공할 의료 서비스나 연구 환경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서울대학교 구동물병원의 증개축 사업은 병원의 진료·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에요. 증개축되는 동물병원은 진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연구 인프라 확충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암센터, 첨단 시술센터, 유전병센터, 임상샘플뱅크 등을 설치하여 전문 진료 분야를 세분화하고, 최첨단 의료기술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병원의 수익을 연구와 교육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확립하고, 기초·예방 수의학과 임상 연구 간의 연계를 강화하며 연구비 확보를 위한 지원제도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 한 가지 더 기대되는 점은, 임상 케이스가 증가하면서 학생들이 더욱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동물병원이 teaching hospital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임상 교원을 확충하고, 최고의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Q. 수의과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우선, AVMA 재인증이 중요하겠죠. NAVLE(미국수의사국가시험) 모의고사를 통해 학생들의 시험 준비를 돕고, 검역본부 수의법의학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부검 병리 교육을 강화하는 등 교육의 질적 향상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TF팀을 구성하여 2025년 11월 재인증 현장 실사를 차질 없이 준비할 예정입니다.
또 다른 방안 중 하나로 글로벌 수의학과 신설을 고려 중이에요. 이를 통한 영어 강의 확대, 국제 교류 프로그램 활성화 등은 학생들의 국제 역량을 높이고, 우리 대학의 국제 위상을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수한 학생들의 유치뿐만 아니라, 뛰어난 교수진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Q.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봉사단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들었는데요, 봉사단의 주요 목적과 기대하시는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지금까지 임상 봉사활동은 주로 동아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어요. 이제 학교 차원의 공식 봉사단을 통해 더 많은 학생에게 봉사 기회를 제공하려고 해요. 기존 임상 봉사 동아리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봉사단만의 차별화된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 수의대 학생들이 더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해당 기사를 읽게 될 본교 학부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술자에만 머물지 말고, 보호자와 동물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전인적인 수의사”가 되길 바랍니다. 수의대생·수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서로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배우고 나누는 친구로 여겨, 더 따뜻하고 함께하는 수의사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전가원 기자 wjsrkdnj52@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