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만족도 높지만, 현재 인력·시설로는 지속 불가능

축우·말 심화과정, 30명 모집에 23명 수의대생 참가...만족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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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수의과대학 농장동물교육 심화과정 축우과정이 7월 3일(월)부터 14일(금)까지 11박 12일 동안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서 진행됐다. 참가한 수의대생의 만족도는 매우 컸지만, 인력·시설 지원이 없다면 연수원 교육이 지속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 과정과 프로그램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는데, 정작 강사진 인원은 오히려 줄다 보니 연수원 운영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축우·말 심화과정, 30명 모집에 수의대생 23명 참가

참가한 학생들 만족도 높아

올해 축우·말 심화과정에는 전국 수의과대학 본과 3~4학년 학생 23명이 참여했다. 총 30명을 모집했으나 참가자가 적었다.

1주차에는 축우·말의 보정부터 신체검사, 채혈·주사, 직장검사, 번식관리 등 임상의 핵심 기술 전반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으며, 2주차에는 탐색적 개복술, 영상진단, 거세 수술, 인공수정, 임상부검 등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평소 농장동물 임상실습 기회를 갖기 어려운 수의대생들은 이번 교육에 크게 만족했다. 과정 종료 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 체계적인 교육 과정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학생들은 “대동물을 생각하는 학생으로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기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서 배울 수 있어 감사했다. 프로그램 내용은 추가하거나 덜어낼 내용이 없이 만족스러웠고, 유일한 (농장동물임상교육) 기관인 만큼 어려움이 있으시겠지만,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침습적인 실습을 할 수 없었는데 이번 기회 통해서 해볼 수 있었고 너무 만족했다”, “이전보다 적은 수의 인원으로 심화과정이 진행됐는데 인원이 적다 보니 수술이나 다른 여타 실습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서 좋았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번 실습에 참여한 손민재 학생(서울대학교)은 “전국에서 대동물 수의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던 실습이었다고 생각한다. ‘안되면 될 때까지’라는 마음으로 보정 및 채혈부터 탐색적 개복술, 거세, 부검까지 교수님들의 열성적인 가르침을 통해 어느새 크게 성장한 우리를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야간 수업에서는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선배 수의사로부터 1인 병원의 현실 등 축우 수의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며 “이번 심화과정에 참여한 많은 학생이 대동물 분야로 많이 진출해 고령화되고 있는 대동물 수의사 문제 개선 및 향후 양질의 수의진료를 통한 산업발전 및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의 조교인 최우재 박사 역시 “이번 2023년 축우·말 심화실습은 이전보다 적은 23명의 학생과 함께 진행되어서 학생들에게 조금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고, 학생 개개인에 대한 운영진의 집중도도 높았다”고 밝혔다.

비상근 교수 포함 단 5명이 모든 교육 담당..대동물병원 업무는 덤

학생들은 체계적인 교육에 만족했지만, 강사진에게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7년간 심화과정에 조교 및 강사진으로 참여한 노영혜 연구교수는 “학생들의 열정과 프로그램의 체계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교육 진행 인력은 증원되지 못하고 오히려 줄었다”며 “이로 인해 연수원의 교육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대동물병원의 진료가 실습과정 중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특히 응급 상황 등에 대한 대처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실제 올해 3월부터 7월 현재까지 평창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서는 6개 수의과대학의 기본교육(2박 3일, 학교당 2주, 총 12주), 축우·말 심화과정(2주), 서울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의 대동물병원 로테이션실습(4박 5일, 15주), 수의방역대학원 실습교육(주말, 3회) 등이 진행됐다. 전임교수 1명, 비상근 전임교수 2명, 연구교수 1명, 강의조교 1명이 모든 교육을 담당하고 있고, 2명의 대학원생이 실습조교로 참여한다.

강사진은 교육뿐만 아니라 대동물병원 진료도 봐야 한다. 수의대생 실습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동물병원(서울대학교 대동물병원)을 운영해야 하는데, 진행해야 할 교육이 늘어나면서 교육 기간 동안 대동물병원 진료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연수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학교 김단일 교수는 “현재의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의 인력 및 시설로는 연수원 교육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제공되는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지만, 학교 교육과 대동물 임상 현장의 괴리감을 생각할 때 국제 공인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기에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수원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 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실습시설을 강화하고 교육 운영인력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게 강사진의 판단이다.

이번 축우·말 심화실습의 경우 모집인원보다 적은 23명의 학생만 참여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실습 기회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사의 한계로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품종(한우, 소형반추류 등)에 대한 실습은 제공되지 못했다.

노영혜 연구교수는 “다양한 축종과 환축을 요구하는 의견은 매 회차마다 제시되고 있다. 앞으로의 실습은 이러한 실습 여건을 꾸준히 개선하면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동시에 “실습생을 선발할 때 지원자의 실습 의지나 열의에 대한 평가도 반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실습시설 부족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발전기금 12억원을 활용해 연수원 실습시설 증축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말까지 실습 축사 증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 인력은 부족하다. 이미 한계상황이며, 충원도 쉽지 않다.

각 수의과대학 대동물임상 교육 정상화도 필요

김단일 교수는 “오랜 기간 모든 수의과대학에서 대동물 임상 교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최근 여러 대학에서 대동물 관련 교원을 뽑으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마저도 원활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 대동물교육 담당 교원이 없고 대학동물병원에서 대동물진료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연수원의 기본교육(2박3일~4박5일)이 수의대생이 졸업 전에 대동물을 접하는 유일한 기회인 경우도 많다. 각 수의과대학의 이런 현실은 연수원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김 교수는 “현 상황을 타개하고 정상적인 수의학 교육을 위해 대학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교원을 각 대학에서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원도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은 부족한 농장동물 전문수의사의 양성과 국제공인 수준의 교육 실시를 목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 및 대한수의사회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기관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매년 수의과대학생 농장동물교육 지원사업을 위해 3억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만족도 높지만, 현재 인력·시설로는 지속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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