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국립대 중 부산대만 수의대 없다? 수의대까지 만들면 엄청난 특혜”

대한수의사회, 기자 간담회 열고 부산대 수의대 신설 명분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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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형)가 15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산대 수의대 신설 추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거점국립대 중에 부산대에만 수의대가 없다’는 부산대 측 핵심 명분에 대해 ‘오히려 수의대가 생기면 과도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부산대가 치대나 한의대 등 다른 거점국립대에 없는 인기학과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이나 농장동물, 수생동물 등 일부 분야의 수의사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부산대 수의대 신설이 해법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다른 수의대와 크게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도입하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의 진출 분야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효과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부산대에 수의대가 만들어지면 ‘의치한약수’를 모두 보유한 최초의 대학이 된다.
(부산대는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자료 : 대한수의사회)

부산대에 수의대 생기면 의치한약수 모두 보유한 최초 대학

엄청난 특혜 주는 것’

허주형 회장은 “부산대는 의대∙치대∙한의대∙약대에 로스쿨까지 모두 보유한 재벌대학”이라며 “수의대까지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엄청난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에 소위 ‘의치한약수’로 불리는 보건의료계열 인기학과를 모두 보유한 대학은 없다. 부산대에 수의대가 생기면 의치한약수를 모두 보유한 최초의 대학이 된다.

부산대에만 수의대가 없다는 형평성을 따지려 한다면, 다른 거점국립대에 치대나 한의대를 다 만들어주어야 앞뒤가 맞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양육가구와 동물병원수 비교하면..

부산도 이미 동물병원이 적지 않다

부산에 수의대가 없어서 타 지역보다 수의사가 부족하다는 부산대 측 주장도 ‘거짓’이라며 반박했다.

앞서 부산대는 인구 10만명당 수의사 숫자가 전국 평균 22.3명인데 비해 부산은 13.1명으로 광역지자체 중 최하위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수는 반려동물 양육가구 수와 동물병원 수를 비교해보면 부산이 서울∙대구∙인천∙광주∙울산 등 기타 대도시와 큰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통계청 2020인구주택총조사에서 반려동물 양육가구수는 전국 312만여가구로 조사됐다. 전국 5천여 개 동물병원이 약 600여가구씩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때 부산은 동물병원당 680가구로 과포화된 서울(560가구)보단 적지만 대전(691)∙울산(812)∙인천(856)보다는 오히려 동물병원이 이미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방역관 부족도 부산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목했다. 격무 대비 열악한 처우로 가축방역관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지역 지자체와 달리, 부산을 포함한 광역시의 수의직 공무원 채용은 미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산의 동물병원 당 반려동물 가구수는 680호로 전국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보다는 많고, 대전·울산·인천보다는 적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자료 : 대한수의사회)

부산대가 만들면 공직농장동물로 많이 간다? ‘No’

공직, 농장동물, 실험동물 등 일부 직역의 수의사 부족 문제가 부산대 수의대 신설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지목했다.

수의사 정원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도 아니고, 졸업생이 어디에 갈 지는 어차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국대 수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남상섭 한국수의교육학회장은 “전국 대학병원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미달된 것이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소청과에 대한 사회적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이 졸업 후 어디서 수의사로 일할 지는 대학이 강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이미 젊은 수의사들은 업무에 대한 만족과 경제적 만족도를 중심으로 진로를 선택한다고 지목했다. 반려동물 임상 대비 부족한 처우나 업무상 만족도를 개선하지 못하면,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역이나 농장동물 등에 특화된 교육으로 진로를 유도하겠다는 부산대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남 교수는 “국가시험을 치르고 수의사가 되려면 교육을 고르게 받아야 한다. 10개 수의대의 교육과정은 이미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면서 “어느 대학만 특정 분야를 강조하는 것은 편중된 교육이 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반려동물 수의사 과잉배출만 심각해질 것

수의사 많아지면 의료비도 높아진다

수의사회 주장을 종합하면, 부산대 수의대가 만들어지면 반려동물 임상으로 쏠리는 수의사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공직∙농장동물 등의 수의사 부족 문제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허주형 회장은 “수의사 배출이 늘어 동물병원이 많아지면 의료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일반 소비재와 달리 의료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만큼, 과도한 수급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수의사가 과잉공급된 상황이라는 점도 지목했다. 미국(1억마리), 영국(2,500만마리) 등에 비해 국내 반려동물 수는 농식품부 추산 860만마리로 턱없이 부족하다.

수의사 1인당 반려동물 수도 한국은 396마리에 불과해 미국(1,113), 영국(984)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수의사회는 이 같은 상황에서 수의사 정원을 늘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대신 공직, 농장동물 등의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허주형 회장은 “(증원이 아닌) 농장동물, 공직의 수의사 인력 재배치가 중요하다”면서 자가진료가 만연한 농장동물의 진료권 확립, 가축방역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비대해진 국가 방역 기능을 줄이고, 질병 예찰 등 현장 방역업무의 상당 부분을 일선 개업수의사(농장동물 수의사)에게 이관하는 방식으로 파트너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이런 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의대를 얼마나 많이 만들든 도돌이표가 될 뿐”이라며 “부산대가 수의대 신설 입장을 하루빨리 철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오는 22일 오후 1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출구에서 부산대 수의대 신설 저지 및 동물진료권 확보를 위한 전국 수의사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거점국립대 중 부산대만 수의대 없다? 수의대까지 만들면 엄청난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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