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국가시험 문항 공개하라` 법적 절차 밟는다

수대협·수미연, 변호사 선임..내년 국가시험 직후 문제·정답 공개 청구, 거부 시 행정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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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와 수의미래연구소(수미연)가 수의사 국가시험 문항 공개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본격화한다.

수대협과 수미연은 국가시험 문항 공개를 위한 법적 자문 및 소송대리인에 이형찬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17일 밝혔다. 이형찬 변호사도 국가시험에 합격한 수의사다.

양측은 내년 1월에 열릴 제67회 국가시험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시작으로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공인회계사 자격시험 기출 공개 두고 행정소송

法 ‘기출문제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정보 아냐’

앞서 수미연은 행정심판과 정보공개청구, 국민신문고 등 다각도로 국가시험 문항 공개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가시험을 주관하는 검역본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의 단서 조항을 내세우며, 국가시험의 공정한 관리를 명분으로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미연은 “다른 의료전문직의 면허시험이나 회계사·변호사 자격 시험도 이미 문항을 공개하고 있다. 수의사 국가시험만 비공개되어야만 할 법적인 근거는 부족하다”면서 “문항 검토체계 마련 등 국가시험 공개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인회계사 기출문제를 둘러싼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2005년 제40회 공인회계사 제2차 시험의 한 응시생이 주관부처(금융감독원)에 문제지 공개를 청구했다. 금융감독원이 이를 검역본부와 마찬가지로 정보공개법 상 단서조항을 내세우며 거부했고, 결국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은 응시생의 손을 들어줬다. 기출문제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문제은행식 출제가 아니라 매년 새로운 출제위원들이 출제를 하는 방식의 시험이어서 시험문제 공개가 출제에 현저한 지장을 가져온다고 보이지 아니한다는 점 ▲시험문제를 공개하여 다양한 의견수렴과 논의를 통하여 출제오류 등이 시정됨으로써 시험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지속적으로 확보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시험이 이미 40회나 계속되어 시험문제가 공개된다 하더라도 그 공개될 시험문제의 수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러 유사한 문제가 다시 출제된다 하더라도 그 전체 문제를 충분히 학습하지 아니하고서는 시험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될 수 없어 그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수의사 국가시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자료 : 수의미래연구소)

내년 국가시험 응시생이 공개 청구..기각 시 행정소송 한다

수대협과 수미연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수의사 국가시험 공개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 국가시험에 응시한 학생을 통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계획이다. 해당 시험의 당사자인 응시생에 원고적격이 있어서다.

앞서 수미연 조영광 공동대표가 자신이 치른 국가시험(2020년)의 문제·정답을 공개해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당시 이의제기 기간에 정보공개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됐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대협·수미연은 해당 정보공개청구를 행정기관이 기각할 경우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행정소송에 승리하여 한 번 문항이 공개된다면, 해당 근거와 판례가 남는 만큼 이후의 국가시험 문항도 자연스럽게 공개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대협 안태준 교육정책국장은 “수의사 국가시험 공개에 대한 여론과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다. 시점과 방법의 문제”라며 “변화에 따른 응시생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면서도 수의학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험의 형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으로서 가용한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수의사 선배님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의사 국가시험 문항 공개하라` 법적 절차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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