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A to Z] Untact l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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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의 다양한 분야 및 이슈에 대한 수의대생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8기가 “수의학 A to Z”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의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미리 학생들로부터 공모받은 알파벳에 따른 키워드를 정해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A부터 Z 키워드 기사가 계속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스물한 번째 키워드 알파벳 U는 ‘Untact lecture’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학기부터 온라인 강의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총 세 번 학기가 지나갔습니다. 교수와 학생 양측 모두 익숙하지 않은 강의 방식으로 혼란스러웠던 가운데 이제는 온라인 강의가 조금씩 자리 잡아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첫 온라인 개강 후 약 한 달이 지난 작년 4월에 진행된 만족도 조사 결과, 대부분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벗어난 강의 효율성에 만족했지만, 실습 중단으로 인한 문제가 지적되었습니다. 온라인 강의를 계기로 강의의 질에 불만이 나오면서 대학 간 공유 강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본지 ‘코로나19가 바꾼 수의과대학, 온라인 강의에 학생들은 만족?’ 참고)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19에 대부분의 학교가 실습 강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1학기를 마치자 2학기 비대면 개강과 동시에 진행된 설문 조사에서는 실습교육의 부족이 재차 강조되었습니다. (본지 ‘비대면 수의학교육 실습 부족 ‘코로나 학번 낙인 찍힐까’ 걱정 참고)

지난 1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2021학년도 1학기에 진행된 강의 만족도가 개선되었을지, 비대면 상황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수의학교육은 방향은 과연 무엇일지 설문 조사를 다시 진행해보았습니다.

질문 섹션은 이론 강의, 실습 강의, 그리고 시험에 관한 의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7월 16일부터 7월 29일까지 진행된 이번 설문 조사에는 전국 10개 수의과대학 재학생 135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론 강의

대면 강의보다는 비대면 강의 선호

2021학년도 1학기 이론 강의 방식 조사 결과 10개 수의과대학 중 전북대와 제주대에서 대면강의를 진행했습니다. 두 학교를 제외한 다른 학교에서는 이론 강의가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루어졌으며, 일부 학년에서는 과목마다 다른 방식이나 격주 대면 강의 등의 혼합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론 강의 방식 선호도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대면보다는 비대면 강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혼합 강의를 포함하여 대면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이 31.9%인 것에 비해, 대면 환경에서의 수업을 선호하고 있는 학생은 이보다 높은 43.7%의 비율을 나타냈습니다.

비대면 강의와 비교했을 때 대면 강의를 선호하는 학생들은 가장 큰 이유로 ‘동기들과의 만남’을 꼽았습니다. 대학생들에게 캠퍼스 생활이 주는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응답이었습니다.

이어 ‘대면 강의에서 강의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다’는 응답이 많았고, ‘교수님과의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스케줄이 정해진 규칙적인 생활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차례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학교 시설 이용 가능’, ‘서버 또는 인터넷 연결 문제’ 등의 답변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면 강의와 비교했을 때 비대면 강의를 선호한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그 이유로 ‘시간 및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아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일과가 가능하다’, ‘강의 반복 재생이 가능하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기사 서론에 제시한 설문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실시간 강의보다는 녹화 강의 선호

비대면 강의를 선호하는 학생들은 실시간 강의보다 녹화 강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시간 강의를 선호하는 학생들은 ‘대면 수업과 같은 정해진 스케줄로 규칙적인 생활을 선호’, ‘녹화 강의의 경우 수강을 미루는 등 해이해질 수 있음’과 같은 생활습관과 관련된 이유를 들었습니다.

녹화 강의를 선호하는 학생들의 이유는 ‘영상을 중단하고 필기, 반복 재생이 가능’, ‘자율성 및 효율성’이 가장 컸고, ‘게시판을 통해 질의응답이 자유로운 환경’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실제로 대면이었을 때는 질문하기 어려워했던 학생들도 질문 게시판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해에 비해 강의의 질 개선

처음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2020학년도 1학기와 비교했을 때 63.7%가 강의의 질이 개선되었다고 응답했습니다.

2021학년도 1학기의 전체적인 이론 강의 만족도는 평균 3.5점으로 불만족보다 만족에 조금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의에 불만족한 학생들은 ‘작년 녹화 강의를 그대로 재업로드함’, ‘강의 업로드 시간을 지키지 않음’ 등의 답변을 했습니다.

실시간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댓글창이나 마이크를 이용하여 질문하지 못하는 등 실시간 의사소통 및 피드백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오는 불편함, 대면 강의에 비해 저하된 집중력, 불규칙한 생활 등 전반적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면서 오는 불만들도 제기되었습니다.

대학 간 온라인 공유 강의에 긍정적인 반응

기사 서론에 제시한 2020학년도 1학기에 진행된 설문 조사에서 수준 이하의 강의는 대학 간 강의 공유를 통해 타 대학 수업으로 대체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온라인 교육을 기반으로 10개 수의과대학 교수진들이 파트를 나누어 강의를 함께 제작 후 학생들이 타 대학의 강의를 공유하여 들을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제안되었습니다. (본지 “`10개 수의과대학이 함께 온라인 강의하자` 실현 접근법은 [인터뷰]” 참고)

이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 ‘타 대학의 강의를 공유하여 듣고 싶다’는 응답이 ‘자교 수업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는 응답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온라인 강의 개선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의 온라인 강의를 위해 자유로운 응답을 받아보았습니다.

가장 많은 학생이 지적한 것은 ‘교수들의 녹화 강의 제작 및 실시간 스트리밍 프로그램 활용 역량 강화’였습니다.

녹화 강의의 경우에는 새로 촬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작년 강의를 재활용하더라도 진도가 다른 부분이나 오류가 있는 부분만큼은 수정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실시간 강의의 경우 kahoot과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강의 이해도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강의 자료 제공에 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저작권으로 인해 강의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수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학교의 경우 강의 자료를 학습관리시스템에 업로드하는 대신 일괄 프린트하여 학생들이 강의 자료를 가져가게끔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럴 경우 비대면 강의가 소용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공유 강의에 대한 추가적인 의견도 제기되었습니다.

일부 학교만 개설된 과목이 있거나, 교수 수가 부족한 과목에 대해서는 공유 강의가 빨리 정착되었으면 한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공유 강의의 효과로서 성의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강의를 개선하는 데에 공유 강의가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실습 강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습 강의 대체로 만족

그러나 2020학년도에 진행되지 못한 실습 절반가량 보충되지 못해

실습 과목이 개설되지 않은 예과를 제외하면 모든 본과 학생들은 대면 강의(83.7%)든, 혼합 강의(10.4%)든 직접 해볼 수 있는 실습 강의를 선호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경험해보는 것과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차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거나, 작년에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던 실습 강의는 실습 전반의 과정을 이론 강의처럼 설명하듯이 진행된 강의가 가장 많았으며(43.8%), 실습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업로드(39.7%)한 강의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2021학년도 1학기 본과 실습 강의는 대면(44.4%), 혼합(31.1%), 비대면(8.1%)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실습 자체가 아예 진행되지 않았거나, 비대면으로만 진행된 2020학년도 1학기에 비해서는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체적인 실습 강의의 만족도는 평균 3.36점으로 이론 강의에서와같이 불만족보다는 만족에 조금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2020학년도 1학기에 진행되지 못했던 실습이 2학기 때 보충되지 않은 채로 지나간 비율이 절반가량에 달했습니다.

어떤 학교의 경우 개 해부 실습을 진행하지 못한 채 본과 2학년으로 진급했다는 답변이 있었으며, 내과 실습 자체를 진행하지 못한 채 본과 4학년으로 진급한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리 두기로 인해 여러 분반으로 나뉘어 동일한 수업을 여러 번 반복 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임상에서 쓰이는 기본 술기조차도 익히지 못하고 졸업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실습에 불만족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전체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어야 하는 실습이 격주에 한 번 또는 한 학기에 한 번에서 두 번 정도만 진행되는 등 횟수 자체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습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업로드하는 경우(비대면 실습 강의) 마저도 영상의 퀄리티가 그렇게 높지 않아 보입니다.

실습을 하지 않았는데 이론과 학점을 동일하게 주는 것에 대한 불만도 표출되었습니다.

실습 강의 개선을 위해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실습의 기회를 부족하지 않게 제공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물었습니다.

가장 많았던 답변은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서라도 실습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덧붙여, 예산문제로 방학 실습이 불가능하다면 계절학기라도 열어달라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이론 강의를 녹화 강의로 진행하고 이론 강의 시간 동안 실습수업을 보충하는 방안도 제시되었습니다.

실습의 기반이 되는 이론적인 내용은 비대면 강의를 통해 미리 숙지한 후 실습을 할 때는 최대한 많은 학생이 온전히 실습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해주었으면 한다는 응답도 제법 많았습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임교육과정을 한 학기씩 먼저 시작해 본과 4학년부터 시작하는 임상 로테이션을 3학년 때부터 하도록 하여 모든 인원이 실무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각 학교의 사정에 맞춰야 하겠지만, 최대한 많은 학생이 수의사의 기본적인 스킬조차 배우지 못하고 필드에 나가는 일이 없도록 조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시험횟수 감소, 과제 대체 증가

변경된 시험 일정 불편

기존에 대부분 3회 이상 나누어서 치렀던 시험은 코로나 이후로 중간과 기말, 또는 기말만 치르는 형태로 횟수가 감소했으며, 그 비율은 85%에 달했습니다.

2021학년도 1학기에는 거의 모든 학교에서 대면 시험을 치렀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과목 담당 교수의 재량에 따라 비대면 시험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86.7%의 학생이 대면 시험을 선호하고 있었는데, 부정행위와 시험 출석 체크 및 제출 시간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술적 오류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험을 과제로 대체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인 63%가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 확산으로 시험이 취소됨에 따라 과제로 대체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되도록 과제 대체 없이 공부한 만큼의 성적을 받아가고 싶은 입장입니다.

시험 일정의 변화는 학교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일부 학교는 담당 과목 교수의 재량으로 일정이 정해졌으며, 다른 학교에서는 학과 자체에서 시험 일정을 일괄적으로 정해주기도 했습니다.

시험을 보는 기간이 늘어나 시험 대비가 편리해졌다는 응답도 있었던 반면, 거리두기 때문에 6개의 학년이 시험을 치르는 강의실을 공유하면서 일주일 내에 7~8개 과목을 일괄 시행하여 부담이 증가했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강의 시간표와 맞지 않은 시험 스케줄로 인한 불편함 호소도 있었습니다.

비대면 상황에서의 성적 비율 조정에 관한 조사에서는 상위권 비율(A)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54.8%) 조정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보다(45.2%) 높았습니다.

비대면 강의가 대면 강의보다 학습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위권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74명 중 54명에 달했지만, 그중 20명은 코로나 이후에도 이론 비대면 강의를 유지했으면 한다고 답했습니다.

학습의 질이 떨어지긴 하지만 비대면을 유지하고 싶다는 응답은 온라인 강의가 일장일단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성적 비율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온라인 강의가 높은 학습의 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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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2학기 개강이 이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벌써 네 번째 코로나 학기입니다. 더 이상 코로나가 잦아들 때까지 앉아서 일상생활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코로나19의 연이은 확산에 대면 강의의 재개는 불투명해졌으나,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열망만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이론 강의든 실습이든 전반적으로 강의 만족도가 올라갔지만, 학생들의 학습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온라인 강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비대면 강의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만큼 이 상황을 잘 활용하여 교수와 학생 양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수의학교육을 진행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코로나19가 잦아들어 대면 강의가 재개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앞으로는 대학 간 공유 강의나 코로나 이전에 진행했던 실습보다 더 나아간 단계의 실습에 대해 의논하는 기사가 나왔으면 합니다.

끝으로, 설문 조사에 참여해주신 전국 수의과대학 학생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해 드립니다.

김다원 기자 kimdawonxx@gmail.com

[수의학 A to Z] Untact l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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