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동물 수의사 양성 역할 커진 평창 교육, 허덕이는 인력·재원 늘려야

젊은 수의사 유도 효과 나타나고 있지만..연간 교육생 700명까지 늘어 `과부하`

등록 : 2020.08.20 06:09:38   수정 : 2020.08.19 17:12:57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2020년도 수의과대학생 농장동물교육 심화과정이 17일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원장 이인형)에서 막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차례 연기됐던 이번 합숙교육은 11일간 소, 말, 돼지, 가금의 신체검사, 검체 채취, 분만관리, 수술 등 핵심 임상술기 실습과 관련 이론교육으로 진행된다.

본지가 방문한 19일 오전에는 소의 보정, 채혈, 주사처치 실습이 진행됐다.
실습생들은 2~3인당 1마리의 소를 대상으로 충분한 실습기회를 얻었다.


평창 연수원서 진행되는 농장동물교육, 연인원 700명 규모로 성장

실제로 해볼 수 있는 기회 제공..농장동물 임상수의사 양성 유도 효과

2017년 시작된 수의과대학생 농장동물교육 지원사업은 올해로 4년차를 맞이했다. 대학별 1개 학년 재학생이 모두 참여하는 ‘기본과정’과 농장동물 임상수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별도로 받는 ‘심화과정’으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다.

특히 11박 12일의 합숙교육으로 진행되는 심화과정은 소수인원에게 임상술기를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만족도가 높다.

농장동물 임상분야에 젊은 수의사들의 진출을 유도하는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19일 평창 연수원에서 만난 본과4학년 수강생 중에서 ‘졸업 후 대동물 수의사를 하겠다’는 응답이 여럿이다. 2017년 첫 심화과정에 참여했던 한 재학생은 올해 심화과정에 수의사로서 교육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다음 달부터 대동물 임상대학원에 진학하면서다.

평창 연수원이 아니면 수의과대학 자체적으로 농장동물 임상실습 기회를 가지기 어렵다는 점도 교육 수요를 높이고 있다.

이인형 연수원장은 “2017년 연인원 300명 수준이던 실습생은 지난해 700명까지 늘어났다”고 전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지만, 2학기로 미뤄진 기본과정이 추가로 취소되지 않는다면 연 500명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심화과정 교육생 모집에는 수의대생들의 지원이 크게 늘었다. 자부담금 25만원을 내야하는 실습임에도, 모집인원 30명에 전국 수의대생 120명이 지원해 4: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경쟁률이 추후에도 지속된다면 심화과정 교육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규 실습수업시간에 1개 학년 재학생이 함께 듣는 기본과정보다는 농장동물 임상에 열의가 있는 학생들만 모여 집중적인 합숙을 실시하는 심화과정의 효율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번 심화과정에 참여한 충남대 노신후 학생(본4)은 “실제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해볼 수 있는 기회는 다른 곳에선 찾기 어렵다”며 실습기회에 만족감을 전했다.

이날 오후에는 병아리와 산란계를 대상으로 한 보정, 채혈 실습이 이어졌다.
해당 실습 역시 실습생 1인당 1마리씩 담당해 실습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실습교육은 늘어났는데 교육인력
·설비는 그대로 `과부화`

임상교원 확충, 실습우사 증축 과제..지원사업 예산 현실화 필요

이처럼 교육수요는 점차 증가했지만 교육 환경은 제자리 걸음이다. 시설도, 동물도, 교육 인력도 그대로인데 실습교육 대상자만 늘어나다 보니 과부하에 허덕이고 있다.

평창 실습교육은 이인형, 김단일 교수팀이 지도하는 소 임상교육을 중심으로 돼지, 가금, 말을 조금씩 다루고 있다.

그나마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직접 교육하는 소·가금과 달리, 평창 연수원에는 돼지나 말 임상을 전문으로 하는 교수는 없다. 외부강사를 초청한 기본교육에 그칠 수밖에 없다.

김단일 교수는 “1년 중 3개월은 수의대 실습교육에만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 중에는 대동물병원 진료가 아예 마비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평창 대동물병원의 진료진이기도 한 김단일 교수팀은 평소 평창 실습목장과 외부 농장에 왕진을 다니고 있지만, 일단 교육이 시작되면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교육이나 왕진을 대신 맡길 임상교원이 없어서다.

김단일 교수는 “이제는 (실습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교육과 진료를 함께 담당할 임상교원 임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보다 나은 실습을 위해서는 시설과 동물도 확충돼야 한다. 현재 연수원이 자체 보유한 소는 15마리다. 교육생이 30명을 넘기기 시작하면 실습생 각자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연수원이 자체 보유한 우사가 작다 보니 더 늘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돼지나 말을 보유할 수 있는 시설도 없다.

이처럼 시설과 동물 숫자에 제약이 있다 보니, 건강한 동물에 대한 기본술기 교육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실제로 아픈 환자를 치료해보거나 부검해보는 심화실습기회가 필요한데 환축을 확보할 재원도, 교육 때까지 따로 격리해둘 시설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추후 초임수의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확충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기반이다.

이인형 연수원장은 “이미 교육 수요가 연수원의 시설·인력 한계를 초과했다”며 “실습우사 증축, 임상교원 충원을 위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농장동물교육 지원사업의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지원사업을 도입하면서 10개 대학 수의대생에게 실습교육을 실시하려면 연간 최소 3억5천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예산심의 과정에서 절반인 1억7,500만원으로 삭감됐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준비 중인 내년 정부예산안에서 증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형 연수원장은 “지원사업 예산이 현실화되면 학생들에게 보다 충실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초임수의사를 위한 농장동물 임상교육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