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질병치료보험 6년 해보니..재해보험과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

대한수의사회 가축질병치료보험특위 출범..본사업 가늠자 될 시범사업 성과평가 연구, 연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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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 가축질병치료보험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선)가 22일 서대전역에서 첫 회의를 열고 정식 출범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지난 2월 치료보험 시범사업 참여지역 간담회를 개최한데 이어 가축질병치료보험특위를 구성했다. 소임상수의사회 김용선 회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청주·합천·강진·제주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원장들이 참여했다.

이날 첫 회의에는 시범사업 운영평가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진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가축질병치료보험 시범사업 성과에 대한 중간평가와 향후 본사업에 대한 타당성 분석, 도입방안을 다룬다”며 “(가입농가의) 폐사율 감소, 약품비용 저감 등의 성과를 수치화하여 분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당 연구용역은 올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시범사업 규모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지역 재가입 외면 문제도

소 사육농가의 질병치료비를 보장하는 가축질병치료보험은 전국 15개 시군에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시범사업은 2024년까지다. 이후 전국단위 본사업으로 확대될 지 여부는 시범사업의 성과에 달려 있다.

치료보험을 운영하는 NH손해보험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치료보험 가입농가는 890개다. 이중 92%가 한우농가다.

가입농가와 가입두수가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시범사업 지역에서 기르는 소의 전체 사육두수 대비 가입두수는 8%대에 그친다.

청주의 임영철 원장은 “2023년 들어 청주의 가입농가는 오히려 줄었다. 청주는 지자체 예산을 포함해 보험료의 80%를 지원하는데도 이렇다”고 우려했다.

임 원장에 따르면, 2021년 253농가 11,360마리였던 청주의 치료보험 가입농가는 올해 5월 기준 177농가 8,268마리로 감소했다. 치료보험은 1년 단위로 가입하는데, 한 번 가입했던 농가가 재가입을 외면하고 이탈한다는 것이다.

가축질병치료보험 시범사업 참여 경험을 토대로 재해보험과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한 임영철 원장

자가진료 조장하는 재해보험

소의 폐사는 재해 아닌 치료실패의 연장선

재해보험+치료보험 통합해야”

임영철 원장은 이날 “6년간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얻은 결론은 가축재해보험과 가축질병치료보험을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영철 원장은 “일단 자가진료를 해보고 결과가 안 좋으면 수의사를 나중에 부른다. 치료시기를 놓친 수의사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농가는 죽을 때까지 소를 방치했다가 재해보험금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소의 폐사를 보장하는 재해보험이 따로 있는 한 자가진료를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굳이 비싼 보험료를 내고 치료보험에 가입할 유인을 찾기 어려워진다.

치료보험 가입농가가 적극적으로 치료해서 폐사를 줄이면 농가 입장에서는 좋지만, 치료보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치료행위가 늘면 그만큼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해보험과 치료보험을 통합한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도 나쁘지만은 않다. 재해보험 측면에서는 폐사로 인한 손해가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치료행위 자체를 넘어, 적극적인 치료의 결과물까지 함께 포함해야 한다는 점은 파주 유우진료소의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파주 유우진료소는 고객농장을 정기적으로 진료하고, 유대의 일정 비율을 진료비로 받고 있다. 농장의 생산성이 나아져 유대가 늘면 수의사도 돈을 더 버는 구조다.

김영찬 원장은 “가령 진료과정에서 호르몬제를 추가로 사용한다 해도 비용을 따로 청구하지 않는다. 돈을 따로 받으면 농장에서 진료를 주저할 수 있다. 정해진 비용만 내면 진료는 알아서 해준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수의사도 생산성(우유생산량)이 높아지는 만큼 돈을 더 받을 수 있고, 농장으로서는 어차피 내는 돈은 같고 당장 주머니에서 나가지도 않는 형태라 치료에 더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것이다.

백영철 원장은 “조기치료를 통해 폐사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보험이 수의사의 정기 방문진료 및 그와 연계한 예방활동까지 유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용선 한국소임상수의사회장

참여 수의사 행정부담 낮춰야

사무·당직 통합 지역 거점병원 시범 적용 구상도

치료보험 시범사업 과정에서 수의사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험가입농가의 휴일·야간진료 수요에 대응하고, 보험금 청구 등 행정절차까지 떠맡다 보니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제주의 고정봉 원장은 “치료보험 앱은 한우 인공수정용 프로그램보다도 훨씬 오래 걸린다. 1마리 입력하는데 10분이 넘게 걸린다”고 토로했다.

임영철 원장은 “치료보험과 관련된 사무를 통합하고, 휴일 당직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역 거점 동물병원을 시범적으로 운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선 위원장은 “농장이 약국처럼 약을 쌓아 놓으며 자가진료를 벌이지 않고, 건강한 축산물을 생산하려면 가축질병치료보험이 전국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가축질병치료보험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용선(선동물병원) 부위원장 임영철(하나동물병원) 위원 김영찬(파주유우진료소), 이효권(합천축협), 강성철(다산동물병원), 고정봉(웰빙동물병원), 백영철(우리동물병원)

“가축질병치료보험 6년 해보니..재해보험과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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