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거리로 나선 수의사’, 버스킹으로 유기동물 돕는 김영철 원장
40년 만에 다시 잡은 기타로 모금 운동 중인 하이펫동물병원 김영철 원장을 만나다

“학생들이 고사리손으로 넣어준 1천원, 2천원에 감동받죠”
“반려동물 덕분에 먹고사는 만큼,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동물 도와야죠”
매주 진료를 마친 뒤 기타를 들고 거리공연장으로 향하는 수의사가 있습니다. 수원에서 25년째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하이펫동물병원 김영철 원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수원시수의사회 회장,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대한수의사회 산악회 회장 등 수의사회 활동을 오랫동안 해 온 김 원장은 지난해부터 수원시 원천동 청년 문화의 거리 버스킹 공연장에서 매주 공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기동물을 돕기 위해 40년 만에 다시 기타를 잡은 김영철 원장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Q. 수의사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수의대에 뒤늦게 들어간 케이스입니다. 원래 임상병리를 전공하고 대학병원에서 일을 했었죠. 그러다가 ‘사람에게도 임상병리가 이렇게 중요한데, 말 못 하는 동물에게는 얼마나 더 중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임상병리학을 전공한 수의사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래서 수의사가 되어서 임상병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 수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수의사가 된 뒤에는 우연히 수원에 동물병원을 개원할 기회가 생겨 개원했습니다. 수원이 제2의 고향이거든요.
Q. 협회 활동도 많이 하셨습니다.
네. 수원시수의사회(수수회) 회장도 하고,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도 하고 그랬죠. 수의사가 되고 보니, 수의사들의 정치력이 부족하고, 힘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04년 수산질병관리사 제도가 처음 생길 때 대국회 활동을 하면서 많은 걸 느꼈죠.
그래서 부족하지만 제가 가진 네트워크와 경험으로 협회 활동을 했습니다. 국회의원과 대한수의사회장 만남을 주선하고, 농림축산식품부, 경기도청 방문도 하고, 수원시수의사회·경기도수의사회 차원에서 정치인 지지선언도 했습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수원시수의사회가 지지선언 한 후보는 모두 당선됐답니다(웃음).

Q. 수원시수의사회 등산 및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원래 예전부터 등산을 좋아했었는데요, 등산을 하다가 우연히 마라톤대회에 나갔는데 너무 매력적인 거예요. 그래서 수원시수의사회 등산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마라톤동호회를 만들었고, 경기도수의사회 마라톤동호회까지 이어졌죠.
광교산 등반으로 시작했던 회원들이 지금은 설악산, 지리산도 등반하고, 마라톤대회에도 매년 함께 출전하고 있습니다. 풀코스를 완주한 회원도 여러 명입니다.
그리고, 허주형 전 대한수의사회장님의 권유로 2020년 대한수의사회 산악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습니다. 창립 기념 등산대회를 멋지게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죠.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Q. 마라톤 풀코스를 몇 번 완주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개인적으로 33번 풀코스를 뛰었습니다. 춘천마라톤은 12회 완주해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죠. 국내 3대 메이저 마라톤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왔는데, 최근에 ‘러닝 열풍’이 불어서 대회 신청이 어려워졌어요. 몇 초 만에 마감되어서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러닝 인기를 실감하고 있어요(웃음).
국제 대회의 경우, 세계 7대 마라톤대회인 보스턴 마라톤 대회와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 각각 2015년, 2019년 참가해 완주했습니다.

Q. 이제 버스킹 얘기를 해볼게요. 작년부터 매주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는데, 원래 기타를 쳤었나요?
어릴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 시절 통기타를 쳤고, 레크레이션을 할 때 기타치면서 노래도 부르고 했죠. 레스토랑에서 공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바쁘게 살면서 기타를 손에 놓고 있었죠.
그러다가 거의 40년 만에 다시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원천동 버스킹장에서 매주 한 번씩 공연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도 만들어서 공연 모습을 올리고 있어요.
Q. 단순히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유기동물을 위한 모금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수의사로서 항상 유기동물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수의사들이 유기견보호소 동물의료봉사를 하고 있는데, 그 외에 수의사가 또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시작했어요. 수의사로서 가지고 있는 탤런트를 활용해서 유기동물을 돕는 것이죠.
그래서 공연을 할 때도 “저는 현직 동물병원 원장입니다. 오늘도 진료를 마치고 왔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나누면서 유기동물을 돕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이 기부해 주시면 제가 조금 더 보태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돕겠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개, 고양이를 치료하면서, 그 덕분에 먹고 살고 있으니 가진 재능으로 동물을 도와야죠.
Q. 시민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현직 수의사가 유기동물을 위한 모금을 한다는 취지에 공감을 해주셔서 그런지, 많은 분이 동참해 주고 계세요.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1천원, 2천원씩 모금함에 넣어줄 때 너무 큰 감동을 받습니다.
수의사회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지난달 열린 ‘2026년 회원·가족 체육대회 및 야유회’에서 공연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히 공연했어요. 손성일 경기도수의사회장님께서 제 출연료를 모금함에 넣어주셨고, 응원차 참석한 우연철 대한수의사회장님도 모금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른 수의사 모임에서도 저를 불러주면 참여해서 공연하고, 공연비를 모금함에 넣어달라고 할 계획입니다. 분회 모임이든, 수의사회 행사든 어디든지요.
아마 저처럼 유기동물을 돕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한 동료 수의사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분들이 조금씩이라도 모금을 해준다면, 제가 직접 장비를 가지고 가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Q.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현재 200여만 원이 모였습니다. 이를 9월에 한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보호소에 꼭 필요한 것으로 기부하고자 합니다. 시민들이 조금씩 모아주신 돈이기 때문에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습니다.
버스킹도 더 다양한 장소에서 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저 혼자 공연하는 게 아니라 다른 악기 연주자들도 합류해서 팀을 꾸려 공연하고 유기동물 돕기 모금을 하는 것이 목표에요.
마지막으로는 수의사들에게 기부할 수 있는 기회와 동기를 계속 마련하고 싶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의사들의 모임이나 행사에서 공연하고 동료 수의사들과 함께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