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가는 카라 내홍..수의사끼리 갈등은 없어야

심각해지는 카라 사태와 이를 바라보는 수의사들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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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활동가 2명에 대한 정직 처분과 노조 설립을 계기로 촉발된 동물권행동 카라(KARA)의 내홍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여론몰이와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점점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카라지회(동물권행동 카라 노동조합, 이하 카라노조)는 27일 <10년간 이어진 구조동물 상습 폭행 방치해 온 동물권행동 카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카라노조는 “동물권행동 카라 국장 이 씨가 2015년부터 보호 동물을 최소 40여 마리나 폭행했다는 충격적 사실이 내부 제보로 밝혀졌다”며 “2017년 이 씨는 상습 동물 폭행 사안으로 징계를 받았으나, 팀장 직위 해제 경징계에 그쳤고 이 씨의 폭력적 동물 관리 문제는 방치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진경 카라 대표는 이 씨를 카라 동물보호 센터를 관리하는 ‘동물복지그룹 국장’으로 승진시켰다”며 “카라의 모든 구조동물은 이 씨의 손을 거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전 대표는 카라 동물 보호 센터를 동물 폭행을 일삼는 이 씨의 왕국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씨가 동물 폭행 전력이 있음에도 인사권을 독점한 전진경 대표가 객관적 인사 평가를 거치지 않고 본인이 가진 인사권을 이용해 이 씨를 국장으로 임명했다는 게 카라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현재 전진경 대표가 밀실회의를 통해 셀프연임을 했고, 인사권을 남용하여 정직 등 징계를 원하는 대로 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씨가 “무는 개가 어떻게 입양을 가겠냐, 때려서라도 고쳐야 한다” 혹은 “기를 꺾어야 한다”며 심지어 “왜 나만 동물을 때리냐, 나만 나쁜 사람 되는 거 같지 않냐”고 팀원들까지 폭행에 동참하도록 종용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 씨에게 자주 맞은 구조견이 멀리서 오는 이 씨 발소리만 들어도 무서워서 짖었다는 일화도 전했다.

카라노조는 하루가 지난 29일 다시 한번 <“구호 동물을 때린 것만 폭력이 아니다” 카라 국장 A씨 동물복지 훼손 사례 더 밝혀져!> 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동물 상습 폭행뿐 아니라 고양이 화장실에 모래를 너무 적게 붓는 등 이 국장과 관련된 동물복지 훼손 사례가 추가로 있다고 주장했다.

보도자료 끝에는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라노조가 이틀 연속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동물권행동 카라도 29일 <동물을 협상도구로 이용하는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에 반성 촉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카라는 “이 모 씨에 의해 2015년부터 40마리 넘게 폭행이 이뤄졌으며 카라가 이를 방치해 왔다는 일방적 주장은 동물복지에 헌신한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 지난 20여 년 동물보호 신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카라의 활동가와 후원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여러 해석이 가능한 사안을 상습적 폭행이라 규정하여 언론에 터뜨려 동물권 단체 근간까지 흔들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씨가 위급한 상황에서 개를 제압하는 방식에 대한 내부 문제 제기로 징계를 받은 사실은 있지만, 이는 복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고, 이 씨의 승진은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동물 구조, 돌봄, 입양을 안정화한 조직관리 능력과 동료들의 신망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카라는 “내부 논의를 통해 더 합리적이며 발전적인 핸들링 방안을 체계화해 구조 동물들의 복지를 개선해 나갈 것이고, 혹여라도 불필요한 학대 개입이 확인된 경우라면 합당한 처분을 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마녀사냥식 보도 행태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성 여론선동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라 내홍 사태가 수의사끼리의 갈등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카라본부 관계자가 자신의 SNS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결과를 공유하면서 “카라 사측은 노조와의 상생과 카라 정상화는 중요치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카라 이사진의 소속과 명단을 공개해 버린 게 촉발제가 됐다.

실명이 공개된 이사진 10명 중에는 동물복지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동물병원 원장과 유기동물 입양 활동을 하는 수의사도 포함되어 있다.

반대로, 카라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카라를 걱정하는 시민모임’과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도 수의사들이 여럿 참여하고 있다. 공대위 위원장은 수의대 명예교수이며, 카라 이사였던 동물병원 원장이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한 동물단체 대표인 수의사도 위원회에 합류했다. 해당 단체는 카라와 협력 중이었는데 최근 연대를 중단했다.

양측에 모두 수의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데다가, 서로 인연이 있다 보니 ‘괜히 카라 사태로 인해 수의사끼리 갈등이 촉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해당 수의사들의 SNS에는 반대 측 주장을 비판하는 글들이 게재되고 있다.

가뜩이나 수의계는 협력이 잘 안되고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데, 동물보호복지 분야에서 나름 인지도가 있고 대외적인 활동을 펼치는 수의사들까지 서로를 힐난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20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대표 동물단체 ‘카라’의 내홍 사태를 바라보는 수의사들의 마음도 점점 착잡해지고 있다.

[사설]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가는 카라 내홍..수의사끼리 갈등은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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