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범죄,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동물복지국회포럼·카라, 동물범죄 예방·수사강화 토론회 개최

등록 : 2020.11.08 10:32:59   수정 : 2020.11.08 10:38:43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기소의견 592건 중 법원 접수 48건, 그중 징역형은 2명(2018년). 최근 10년간 검찰 송치된 3,360명 중 단 4명 구속.

우리나라에서 동물학대 범죄가 어떻게 다뤄지는 알려주는 수치다. 잔인한 동물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초동 대응 실패’, ‘통계 미흡’, ‘낮은 처벌’ 등이 꼽힌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국회 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과 동물권행동 카라가 5일(목) 오후 ‘동물범죄 예방 및 수사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동물범죄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자세히 다뤘다.

특히, 특사경(인치권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장), 경찰(김순영 경찰청 경감), 변호사(박주연 PNR 공동대표), 프로파일러(권일용 동국대 겸임교수), 수의사(황철용 서울대 수의대 교수), 정부 관계자(안유영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장)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토론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수사매뉴얼 전면 개정, 112 신고 시 동물학대 코드 신설”

김순영 경찰청 경감은 “높아진 (동물복지) 수준에 맞춰, 경찰의 동물학대 대응도 개선되어야 한다”며 수사매뉴얼 전면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매뉴얼을 수집해서 분석 중이고, 관련 부처 및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현장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고, 초동 대응 시에도 활용할 수 있는 동물학대 수사매뉴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2016년 역대 최초로 ‘동물학대사범 수사매뉴얼’을 만들어 일선 경찰서에 배포한 적이 있지만, 내용이 부실하고, 교육이 다 되지 않아 일선 경찰서에서는 매뉴얼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다.

112 신고 시 ‘동물학대 코드’도 신설된다.

그동안 112에 신고를 했을 때, 동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위험동물 출연’ 코드는 있었지만, 그 반대 경우에 대한 코드가 없어 통계관리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부터 ‘동물학대 코드’가 신설되어 적용될 예정이다. 이제, 112신고 시 상황센터에서 ‘동물학대 코드’를 적용하므로, 동물학대 사건의 통계관리가 쉬워지고, 초동 대응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동물보호법 강화됐지만, 기소율도 낮고 판결도 아쉬워”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인 박홍근 의원은 “동물학대 범죄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사회적 공분을 사 왔음에도 처벌은 여전히 미비하다”며 “반려동물 문화가 성장하고 있고, 생명존중도 중요해지고 있는데 (처벌이)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의 동물학대 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여기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된다. 몇 년 전까지 동물학대 행위 처벌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동물보호법상 처벌 기준은 많이 강화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실제 판결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박주연 PNR 공동대표는 “외국과 비교해도 법정형이 크게 낮지는 않은데, 기소율이 낮고 법원에서의 선고가 약하다”며 “동물학대 사건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동물학대 처벌의 정도가 경각심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기소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김순영 경감은 “범행에 대해 부인하더라도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할 수 있도록 수사 전문성을 강화해서 기소율을 높여야 한다”며 경찰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안유영 과장(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은 “동물보호법 벌칙 수준은 해외에 비해 낮은 수준은 아닌데, 판결이 국민 인식과 다르다는 지적이 있어서, 양형기준을 별도로 마련할 수 있도록 법원과 협조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수의대 황철용 교수

“연쇄살인 등 강력범죄자들, 자신의 만족감 추구 위해 잔혹하게 동물학대”

“지금 단계에서 해결 못 하면, 더 큰 피해 생긴다”

“동물부검을 통한 과학수사, 학계 노력과 체계 마련 필요”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동물학대 범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연쇄살인을 포함한 강력범죄자들이 공통으로 갖는 특징이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것인데, 이런 행위가 주로 자신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즉, 동물학대를 은밀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 행위를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해서 사회에 더 큰 충격을 줌으로써 만족감을 추구하는 심리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동물학대 영상을 SNS에 올리거나 생중계를 하고, 죽인 동물의 사체를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버리는 등의 행동에서 이러한 심리가 확인된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지금 이 단계에서 심각성을 느끼고 억제하지 못하면 사람의 피해로 연결될 것”이라며 “(이러한 범죄자들은) 처벌만으로 자신의 행위를 멈추거나 교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 이후 후속 조치와 재범 방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물학대 범죄를 유형화해서 유형에 따른 교육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철용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동물부검을 통한 과학수사 도입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해외에서는 ‘Veterinary Forensic Sciences’ 학회가 열리고, 관련 가이드라인이 배포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수의계에는 생소한 분야다.

황철용 교수는 “기술적으로 동물부검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체계가 없다”고 지적하며 “학계에서도 학문적으로 수사부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